주간동아 260

2000.11.23

성공하려면 표정부터 바꿔라

  • 입력2005-05-3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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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화(異文化)와 관련한 대규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워싱턴엘 갔다. 친구 가족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옆 건물에 한국 약국이 있어 아내의 알레르기 증상에 대해 문의를 하고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 중년의 약사 부부가 전혀 관심이 없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는다. 물어보는 질문마다 의무방어전을 하는 느낌을 받고 나왔다.

    우리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서 그런가. 한국사람들에게 지쳐서 그런가.

    미국 사람들은 인사치레를 잘한다. 더군다나 대화를 하다보면 무척 감정표현이 풍부하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강의 마무리 시간에 선생이 자기가 경험한 일화를 소개하는 도중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난다며 울기도 하고, 그룹토의 시간에는 어릴적 인종문제로 난처함에 처했던 한 흑인 학생이 감정에 복받쳐 울자 다른 그룹학생들이 따라 울기도 하며, 대수롭지도 않은 농담에 배를 잡고 웃는다. ‘울고 웃고 떠들고’가 일련의 대화 중에 다 나타난다.

    독일 사람들은 유럽 인종 중 가장 표정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이 원칙 안에’라는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을 굳건하게 지키며 살기에 감정의 융통성이 자리잡을 틈이 없다. 원칙과 감정은 어찌보면 상반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다못해 언어적인 표현들도 반드시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준다. ‘감사합니다’를 ‘괜찮습니다’로, ‘대단히 감사합니다’를 ‘대단히 괜찮습니다’로, 그리고 ‘고마워’라고 말하면 ‘괜찮아’라고 응대한다. 얼굴 표정들이 사뭇 심각할 정도다.

    지중해권이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표정은 우리를 압도한다. 금방 친구나 형제가 될 수도 있을 정도다. 진실로 그러는 것인지 표면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들 언어의 높낮이와 속도가 한층 그들의 표정을 상승시킨다. ‘띠라따따 띠따 따따 …’.



    매너는 그 사람의 표정에서 나온다. 그 표정의 중심에는 ‘눈’이 있다. 그 사람의 눈에 마음이 있고 태도가 보인다. 서구인들 가운데는 한국인들은 표정이 없어 믿기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감정이 표정에 나타나지 않으니 나오는 말이다. 일본도 같은 문화적 맥락에 속한다. 반면에 한국인들의 관점에서 서구인들은 깊이가 없고 표면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맞는 것일까. 문화를 이야기할 때 옳고 그른 것이 없는 것처럼 표정에도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단지, 때와 장소와 경우에 맞게 자신의 표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할 뿐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표정연습을 해보자. 하, 히, 후, 헤, 호를 입을 벌리고 마음을 열어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만이라도. 거울을 보고 큰소리를 내 말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사진 속 일년 전 자신의 표정이 낯설게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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