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0

2000.11.23

億… 億… 연예인 몸값엔 불황이 없다

스타들 ‘부르는 게 값’ 천정부지…주연들 개런티 영화제작비 30% 웃돌기도

  • 입력2005-05-30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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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億… 億… 연예인 몸값엔 불황이 없다
    연예계 스타들의 몸값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서민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철의 ‘불황’이란 말이 무색하다. 요즘 스타들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영화계 사람들은 “배우들 몸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남녀 배우를 통틀어 특A급으로 분류되는 한석규. 그는 올해 말 크랭크인되는 영화 ‘제노사이드’에 출연하면서 3억원을 받기로 결정됐다. 흥행 성적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러닝개런티 계약이 따라붙는 것은 물론이다.

    한석규는 ‘쉬리’에서 기본출연료 2억5000만원 외에 러닝개런티 계약으로 9억5000만원을 더 벌었고, ‘텔미 썸딩’에서는 기본 2억8000만원에 2억원 이상의 러닝개런티를 받았다. 제작사측은 “한석규의 흥행 성적표를 감안할 때 그 정도는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 자체가 제작자들에게 흥행을 보장하는 특별한 브랜드인 셈이다.

    블록버스터 양산 후 더 치솟아

    2위 그룹인 박중훈 정우성 최민수 이정재 등은 1억5000만∼2억원 선. 전작이 흥행에 성공하면 배우의 개런티는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쉽게 올라간다. ‘쉬리’에서 8000만원을 받았던 최민식은 ‘해피엔드’에서 1억5000만원을 요구했고, 송강호는 1억원을 받고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반칙왕’이 전국 관객 100만명을 넘기면서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1억5000만원을 받았다. ‘…JSA’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제작자들은 이제 그에게 과연 얼마의 출연료를 주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여배우들의 경우도 만만치 않은 몸값을 자랑한다.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1억원을 받은 심은하는 그 후 4개월 만인 ‘텔미 썸딩’에서 1억5000만원을 받았고, ‘접속’에서 5000만원으로 출발한 전도연은 신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2억원에 계약했다. 김희선 고소영의 경우도 1억5000만∼2억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이 두 명의 경우는 영화에서 별다른 히트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매체를 통해 구축한 스타성이 강해 ‘언제든 한번 터진다’는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 최진실의 스타성도 여전히 유효해서 ‘단적비연수’를 찍으면서 기본 출연료 1억5000만원에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전에는 배우가 TV와 스크린을 오갔으나 지금은 오직 영화만 고집하는 전업 배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이 거액의 출연료에서 과연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 연예계에서는 세금 액수 자체가 ‘특급 비밀’이고, 국세청 역시 이들 세액을 밝히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한다.

    톱탤런트 A양은 “세금이 너무 많다”며 “무슨 세금을 그리 많이 떼는지 남는 게 없다”고 분개한다. 물론 그녀가 세금으로 낸 돈은 일반 샐러리맨 1년 수입의 몇 배가 넘는 액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금을 제한다고 해도 그녀의 수입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금액이다.

    퇴직금이 없는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연예인들만큼 돈에 악착같은 사람들도 없다. 인터뷰에서는 늘 “개런티에 상관없이 작품성을 고려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하지만, 라이벌 연예인이 자기보다 출연료를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게 또한 그들이다. 개런티를 책정할 때도 출연료에 대한 분명한 기준 없이 “누구는 얼마를 받았는데…” “이전 작품보다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니 주연 배우들의 고액 개런티가 영화 전체 제작비의 30%를 웃돌기도 하는 등 영화 제작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적비연수’나 ‘무사’(안성기 정우성 주진모 장쯔이 출연, 현재 촬영 중)처럼 톱스타들을 ‘싹쓸이’하는 영화들의 경우 주연 배우의 개런티만 10억원 가까이 들어 제작비를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싸이더스(‘무사’ 제작사)의 이현순 팀장은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 스타의 경우 개런티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상업영화에서 스타를 빼고 영화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 현상은 ‘쉬리’의 성공 이후 한국영화 제작비가 대폭 상향조정된 데다 주연급 배우들의 절대 부족 현상으로 더욱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영화의 대작 바람은 요즘 같은 불황 타령에도 수그러질 줄 모른다.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 양산은 ‘쉬리’의 성공에 매혹된 벤처자금의 유입에 힘입은 바 크다. 다른 곳에선 돈이 없어 아우성이지만 영화계로 유입되고 있는 자금줄은 아직 마르지 않아 최근 충무로에서는 돈이 없어 영화를 못 만드는 일은 사라졌다.

    대형영화엔 스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요즘 스타들에게서는 큰 영화에만 출연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결국 예술영화나 소규모 영화의 설 자리를 뺏고 톱스타를 캐스팅해 물량공세를 펴는 대작 제작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경우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직접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 무명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것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런 예를 찾기는 힘들다.

    명필름의 심재명 이사는 “제작비와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와 제작사가 함께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해서 알차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우는 적은 예산의 영화에선 개런티를 낮춰주는 융통성이 필요하고, 제작 기간에 따라 개런티를 차별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스타의 개런티도 분명 그들의 노력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스타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려한 모습 뒤에 기나긴 무명 시절과 말못한 고통의 시간이 존재하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혹독한 자기관리와 여러 가지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우린 그런 스타를 통해 아름다운 환상을 보고 삶의 기쁨을 얻는다. 그렇지만 스타를 만드는 것은 결국 대중이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몸값’이 아니라 ‘인격’으로 빛나는 스타를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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