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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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잠수함 전쟁’ 불붙었다

현대·대우 1조2700억 규모 차기 잠수함 사업 사활 건 수주戰…국방부 11월 중 최종 사업자 선정

  • 입력2005-05-30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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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잠수함 전쟁’ 불붙었다
    사업 규모가 1조2700억원에 달하는 국방부의 차기 잠수함 사업(KSS-Ⅱ) 수주권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공업(구 대우중공업)이 벌이고 있는 ‘제2차 잠수함 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이미 국방부에 기술 및 건조계획서를 제출하고 입찰 가격까지 제안한 두 회사는 국방부의 최종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상태. 국방부는 두 회사의 기술 및 건조계획서, 입찰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1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KSS-Ⅱ 사업은 정부가 2009년까지 18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국방부가 김영삼 정권 말기인 97년 말 추진하려 했으나 현대의 반발에 밀려 미뤄졌다. 당시 현대는 현대 특유의 뚝심으로 국방부와 전면전을 편 끝에 대우와 수의계약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하려던 국방부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이번 사업권 수주전을 ‘제2차 잠수함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재계는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는 하지만 현대가 국방부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을 보고 잠수함 사업에 대한 현대의 의지와 집념에 혀를 내둘렀다. 현대는 당시 국방부를 비난하는 신문 광고를 내는 한편 국방부를 상대로 ‘방위산업 참여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제출하는 등의 강공책을 구사함으로써 결국 국방부의 손을 들게 만들었다. 당시 국방부는 “해군이 현대와 대우를 상대로 실사를 벌여 적격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물러섰던 것.

    독일 HWD사 214형 1800t급 3척 건조

    KSS-Ⅱ 사업은 설계와 기술은 외국에서 들여오고 건조는 국내 업체가 맡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기종은 11월3일 독일 HDW사의 214형 잠수함으로 결정된 상태. 그동안 214형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프랑스 DCN사의 스코르핀은 현지 시험평가와 후속 군수지원, 입찰 가격 등에서 밀려 탈락했다. 대우중공업이 그동안 건조해온 9척의 209사업 기종도 HDW사 것이었다.



    DCN사는 HDW사가 독점해온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국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까지 동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0월20~21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셈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시라크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DCN사가 한국의 잠수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을 전했다는 얘기는 국방부 주변에서 이미 파다한 상태.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제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는 틀린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KSS-Ⅱ 사업 건조업체 선정을 둘러싼 현대와 대우의 싸움은 HDW사와 DCN사의 기종 수주전 못지않게 치열한 양상. 두 회사 모두 ‘이번에 실패하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식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상태다. 87년 이후 잠수함 사업을 독점해온 대우는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잠수함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009년까지는 일감이 없어 잠수함 건조를 위한 전용 설비와 500여명의 인력을 그대로 놀려야 하기 때문.

    현대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관계자들은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현대는 앞으로 잠수함 사업 참여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우가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 HDW사로부터 설계 기술을 이전받으면 잠수함 사업에 관한 한 대우 독주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 그렇지 않아도 현대는 이번 수주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점으로 그동안 잠수함 건조 경험이 없었다는 점을 꼽고 있는데, KSS-Ⅱ 사업이 끝나는 2009년 이후에는 대우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잠수함 사업은 자신들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회사라는 위상에 걸맞게 당연히 잠수함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 정몽준 고문도 평소 “밖에서는 세계 최대 조선회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잠수함 사업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등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은 조선회사 입장에서는 상징성이 크다. 잠수함 건조는 좁은 공간 안에 엔진 등을 오밀조밀하게 채워넣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들어가 상선이나 유조선 건조에 비해 훨씬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 따라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어야 세계 조선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는다. 잠수함 건조 경험이 없는 현대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와 대우는 여러 이유를 들어 서로 자신이 적격 업체라고 강조한다. 양사의 공방은 97년 제1차 잠수함 전쟁 때 거론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신규 참여를 희망하는 현대가 공격적인 반면 대우가 방어적인 입장이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 그런 점에서 제2차 잠수함전은 현대의 ‘창’ 대 대우의 ‘방패’ 싸움이라고 할 만하다.

    대우는 “그동안 대우가 잠수함 건조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했고, 설계 기술도 70~80% 이전받았기 때문에 대우가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입장. 현대가 참여하면 과잉중복 투자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는 “현대도 잠수함을 충분히 건조할 수 있고 잠수함 전문화 업체로 지정돼 있음에도 잠수함을 대우에만 맡길 경우 유사시 국가 방위산업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97년 당시와 사정이 변한 것이 있다면 대우의 워크아웃.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긴 하지만 대우로서는 국방부의 재무 건전성 평가에서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 대우중공업은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협약에 따라 10월23일 3개 회사로 분할됐는데, 대우조선공업은 구 대우중공업 조선 해양 부문의 바뀐 이름.

    현대 관계자는 “대우조선공업은 부실경영 때문에 89년에는 조선합리화조치를 통해 금융특혜를 받았고, 이번 역시 부실을 메워주기 위해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해야 하는 등 두번씩이나 경영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회사”라면서 “이런 회사에 방위산업을 발주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전략무기인 잠수함 기술이 부실경영에 의해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재무상태 및 경영능력이 앞선 현대가 KSS-Ⅱ 사업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국방부의 평가에서는 입찰 가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우의 덤핑 수주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혈세로 두번씩이나 ‘특혜’를 받은 대우가 역시 국민의 혈세로 추진하는 방위산업에 구조조정에 의해 개선된 원가를 이용해 저가 수주에 나설 경우 동종 우량 업체의 동반 부실을 가져올 뿐 아니라 대우에 대한 특혜 → 방만하고 안이한 부실경영 → 부실경영 해소를 위한 또다른 특혜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

    이에 대해 대우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계약을 앞둔 대우의 물량을 덤핑으로 낚아채간 경험이 있는 현대가 덤핑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우 관계자는 또 “의욕만 있는 업체와 실제 잠수함 건조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업체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면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현대가 이번 사업에도 참여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전에는 ‘단독 업체 선정’을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현대도 일정 부분 잠수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부담스러운 눈치. ‘제2차 잠수함 전쟁’의 최후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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