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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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세상에선 우리 글이 베스트셀러”

사이버 유머작가들 인기 폭발…‘심심풀이 땅콩’ 비판론도

  • 입력2005-06-29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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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세상에선 우리 글이 베스트셀러”
    우꺄꺄꺄, 노아엄마, 이얍, dyam, 좋은생각, 가브리앨, 공고생, 쌩크림, b2dragon….

    통신이나 인터넷의 유머란을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눈에 익은 ID가 있을 것이다. 네티즌들에게 실제 본명보다 이런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이들은 사이버 상에서 활동하는 유명 ‘작가’ 들이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우연히 가브리앨님의 글을 읽게 되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다음달 나온 전화요금 고지서를 보고 뜨아악~~ 그래서 이후론 전용선이 설치된 회사에서만 읽고 있어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통신에서 활약하던 유머작가들이 한데 모여 만든 인터넷 사이트 ‘푸하’(puha. co.kr) 게시판에는 이들의 글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한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가브리앨) ‘엽기적인 그녀’(견우74) ‘구타교실’(이얍) ‘연하남자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노아엄마) 같은 작품은 통신상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들이 통신에 글을 한번 올리면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000건을 거뜬히 넘는다. 인기작가의 경우 메일로 들어오는 팬레터가 하루 100여통에 이른다. 사이버 상에서는 여느 유명 소설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전업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따로 생업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파출소 순경(가브리앨), 학원강사(이얍), 방송작가(b2dragon), 전업주부(우꺄꺄꺄, 노아엄마), 고등학생(공고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작가군을 형성하고 있다.

    “각 PC통신의 유머란을 이끌어가는 작가들이 모여 사이트를 만들고 사무실도 마련했어요. 유머도 당당히 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사이버 작가들의 저작권을 지키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송’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푸하 대표 송순규씨는 “각종 라디오 방송과 스포츠 신문, 시트콤 드라마 등에서 사이버 작가들의 작품이 무분별하게 도용되고 표절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그저 ‘떠도는 글’로 인식되어 죄의식 없이 이곳저곳으로 ‘퍼 날라지던’ 글들에 대해 저작권을 명확히 하고 작가로서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것.

    실제 이곳의 유머작가들은 자신이 쓴 글이 TV 토크쇼에서 연예인의 입을 통해 경험담으로 둔갑하고, 라디오 청취자 코너에서 ‘재미있는 글’로 뽑혀 누군가 상품 타 가는 것을 어이없이 지켜봐야 했다. “처음엔 황당하고 화도 났지만, 너무 당하다보니 이젠 무덤덤해졌다”는 김원택씨(잡담군)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현재 푸하에는 30명에 이르는 유머작가들이 소속돼 있다.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여기서 인기를 얻은 사람을 푸하의 작가로 영입하고 있어 그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

    푸하 외에도 각 PC통신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수많은 사이버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유머 외에도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지만 어디나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유머란. 이는 무거운 것을 싫어하고, 호흡이 짧고 감각적인 글을 선호하는 젊은 네티즌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타교실’을 쓴 박상욱씨는 “기존의 글은 발단-전개-절정-결말의 수순을 따랐지만 통신문학은 앞의 것을 생략하고 위기-절정이 바로 나온다. 시대상황이나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형식을 파괴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통신공간에 올라온 문학작품은 흥미 위주로 가볍게 쓰인 것들이 많다. 따라서 ‘단순한 글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통신작가들은 “유머에도 걸작은 있고 대하소설에도 졸작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문학계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의들이 일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사이버 문학관’을 운영하는 사이버 문학평론가 이용욱씨는 “통신공간의 유머물들은 현실에서 회자되는 유머들과 분명한 질적 차이를 갖고 있다”면서 “단순한 우스개를 넘어 휴머니즘을 강조하거나 뚜렷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고 있고, 분량 역시 콩트나 단편소설 분량으로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유머물이 문학일 수 있는 근거로는 “작가가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들을 염두에 두며 문학을 하고 있다는, 분명한 작가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건국대 국문과 신동흔 교수는 이들의 작품을 옛 선조들의 ‘구비문학’에 견주어 설명한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문학작품이라는 점에서 현대의 ‘구비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대중은 문학작품을, 읽고 감동하는 대상으로만 여겨 왔으나 이제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문학적 경험이 가능해졌다.”

    통신언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문법 파기, 일상어의 변형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딱딱한 규범에 기본을 두고 있는 현실 공간의 말글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하려는 노력의 결과”(대구대 이정복 교수)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상의 ‘종이 없는 글쓰기’가 본격적인 문학 장르로 포함되기에는 아직 거쳐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작품의 질을 가리는 객관적인 장치 없이 ‘조회 수’가 유일한 판단기준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해서 꼭 훌륭한 작품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씨는 “아직 우리의 통신문학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읽을거리’ 이상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정화 단계를 거쳐 그 자체로 이슈를 만들어내고 비판의 기능도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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