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6

2000.10.26

‘잃어버린 금메달’ 정치권으로 불똥

멕시코 야당의원 세구라 올림픽 경보서 실격…여당 인사 “실격 알고도 완주” 비난

  • 입력2005-06-29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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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금메달’ 정치권으로 불똥
    ‘세구라를 기억하십니까?’

    시드니 올림픽 경보 20km에 출전해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으나 15분 후 실격 판정으로 인해 금메달을 놓쳐버린 세구라의 ‘잃어버린 금메달’을 둘러싸고 지금 멕시코에서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베르나르도 세구라 선수는 이번 올림픽 개막 직전 멕시코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9월21일,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경보20km 경주에 참가한 세구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조국 멕시코에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멕시코 국민들은 열광했고 급기야 세디요 대통령까지 세구라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바로 그 순간, 경보 심판관 중 한 명이 세구라 선수에게 실격을 의미하는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정작 실의에 빠진 세구라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사건은 귀국 후 시드니에서 벌어졌다.

    멕시코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가 기자회견을 통해 “세구라는 결승점 통과 전에 이미 자신의 실격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알고도 끝까지 완주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바스케스 위원장은 “그는 3위로 입상한 동료선수에게 자신은 실격됐다는 사실을 결승점 통과 직후 언급했으며, 실격 사실을 알고도 금메달리스트로서 행동한 것은 멕시코 국민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한 세구라의 반격은 언론매체를 통해 곧바로 시작되었다. 그는 “내가 실격한 사실을 알고 결승점을 통과했다면 이는 나의 가족, 국민, 그리고 대통령까지 모독하는 행위”라고 전제하면서 “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떠한 방법도 불사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차기 올림픽에서 경보가 올림픽종목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바스케스 위원장에게 압력을 가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IOC의 음모설을 주장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것은 세구라의 라디오 인터뷰였다. 10월7일 멕시코 MVS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하던 세구라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이틀 후 세구라는 약속대로 수십명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짓말탐지기 앞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증언했다. 결과는 세구라의 무죄. 이후 세구라는 “이제 바스케스 위원장이 거짓말탐지기 앞에 서는 것만 남았다”며 기염을 토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 문제는 이미 정치권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세구라는 올림픽의 명성을 등에 업고 이미 야당인 민주혁명당(PRD)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국민영웅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돌아선 그를 보는 여당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공교롭게도 세구라를 비난한 바스케스 위원장은 골수여당인 제도혁명당(PRI) 소속. 시드니올림픽 직후 멕시코시티 체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받은 세구라를 여당에서 음해하기 위해 바스케스 위원장을 동원했다는 것이 민주혁명당측의 주장이다.

    민주혁명당 소속으로 지난 7월 멕시코시티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자는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정치적 문제로 오염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바스케스 위원장 및 여당을 공격했다. ‘잃어버린 금메달’을 찾으려는 야당과 ‘야당정치인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여당과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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