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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물품’ 전자상거래 막아라

프랑스인들 깃발·휘장 등 구입 붐…佛 당국, 사이트 접근 금지 등 묘책 짜내기 안간힘

‘나치 물품’ 전자상거래 막아라

‘나치 물품’ 전자상거래 막아라
8월11일 프랑스 사법당국은 지난 5월에 시작된 야후닷컴에 대한 재판에서 새롭게 인터넷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결성해 2개월 내 프랑스에서 나치관련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 보고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경 없는 사이버 세계에 현실 국경선을 적용하려는 프랑스 사법당국의 노력이 세인들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문제의 발단은 한달에 프랑스인 1600만명, 전세계에서 4900만명이 접속하는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미국의 야후닷컴과 이의 프랑스 지사인 야후 프랑스 사이트 내에서 히틀러나 나치관련 물품들의 상거래가 이루어지자 프랑스 사법당국이 5월22일 야후 프랑스의 모회사인 야후닷컴을 상대로 프랑스 영토 내에서 ‘야후의 나치관련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라’는 사법명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사이버 세계에 대한 일종의 검열로 보일 수 있는 프랑스 사법부의 이런 명령은 현행 프랑스 법률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법률 규정에 따르면 나치관련 물품의 판매, 나치를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출판, 공개적인 나치 지지발언 등은 위법이며 공적인 범죄로 여겨져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여름에서 1944년 여름까지 4년을 나치의 무단 점령과 친나치 괴뢰정부인 비시정권하에서 고통당한 프랑스는 전후에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인 독일 못지않게 철저한 전범 재판을 통해 수천명의 나치 부역자를 처형하는 등 불행했던 과거청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들과 교육 탓에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일상생활에서 인종차별주의를 휴머니즘에 위배되는,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주요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당신, 인종차별주의자야?”라는 말은 상대에 대한 커다란 모욕이나 욕설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일부 극우파나 개인적인 나치 지지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외국어로 된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이나 히틀러의 SS친위대를 비롯해 과거 나치의 깃발이나 문양, 휘장, 훈장 등을 자유롭게 사고팔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생겨났고 지난 5월 ‘반유태주의와 인종차별 반대 국제동맹’(Licra), ‘프랑스 유태인 학생연합’(UEJF), ‘인종차별 반대와 모든 민중의 우애를 위한 운동’(Mrap) 등이 야후닷컴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시작했다.

야후닷컴을 상대로 프랑스 영토 내에서의 나치관련 사이트 접근차단 명령이 내려진 이후, 7월 하순에 있었던 재판 심리과정에서 야후닷컴은 변호사를 통해 그간 자체적인 연구 결과 이러한 조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야후측은 계속해서 야후 사이트를 통한 나치관련 물품판매가 야후닷컴의 소재지인 미국의 현행 법률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에 어떤 물품들이 유통되는지는 개개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8월11일 예정되었던 선고공판은 연기되었다. 그러나 담당검사 장-자크 고메즈는 야후닷컴과는 별도로 파리 행정법원에서 인터넷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프랑수아 왈롱에게 유럽인과 미국인 인터넷 전문가 등 세 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2개월 안에 프랑스에서 야후닷컴을 통해 나치관련 사이트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방안과 나치관련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 대상자들의 국적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이런 새로운 조처에 대해 야후측은 흡족해하며 새롭게 구성될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도 나치관련 사이트에 프랑스인들이 접근하는 것을 원척적으로 봉쇄할 기술적 방안을 결코 찾지 못할 거라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재판의 원고격인 Licra, UEJF, Mrap측은 이 조처에 대해 환영 반 비판 반으로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이유는 새롭게 구성될 전문가 위원회의 활동 비용을 5분의 2만 야후닷컴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이들 단체가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야후닷컴을 상대로 재판이 시작된 이래 매일 20만 유로씩의 벌금을 야후닷컴에 물리도록 청구한 것이 최종 공판까지 미루어진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영토나 프랑스 국적을 지닌 이들에게 국한될지라도 인터넷에서 나치물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차단할 기술적 수단을 새롭게 구성될 위원회가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사법당국이 관련 사이트 차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야후측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자체를 승리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프랑스 사법당국이 사이버 세계가 더 이상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는 UEJF의 대표 이갈 엘 아라의 언급처럼 이번 조처가 야후닷컴 이외에도 이베이(ebay) 같은 거대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통한 나치물품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8월11일 저녁시간에 야후 프랑스의 검색엔진에서 나치라는 검색어를 찾자 나치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한 건만이 나타났다. 반면 야후닷컴에서는 여전히 1100여개의 나치물품 소개 및 판매 사이트들이 검색되었다. 야후 프랑스에서 야후닷컴을 통해 나치관련 사이트로 접근을 시도하면 나치관련 물품의 거래가 프랑스 법률상 위법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전문가 위원회에 요구한 나치물품 거래자들의 국적 파악을 가능케 할 방법 연구는 이처럼 야후 프랑스를 통해 야후닷컴에 접근하거나 다른 사이트를 통해 야후닷컴에 접속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주요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대화방에는 야후 공판과 관련해 수많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의견은 대체로 사법부의 최근 결정을 지지하거나 야후뿐만 아니라 미국에 기반을 둔 거대 인터넷업체의 나치관련 사이트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개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 상거래의 자유도 공공의 가치체계나 휴머니즘에 위배되면 보장받을 수 없다는 프랑스 대혁명 이래의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경 없는 사이버 세계에서, 다국적인 전지구적 인터넷망에서 프랑스 단일국가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프랑스의 법률들은 프랑스인들의 일상적인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고 따라서 인터넷도 프랑스 영토에서, 프랑스 국민이 이용할 때는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또다른 의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화방에 올라온 일부 의견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맹점을 비난하기도 한다.

어쨌든, 새로 구성돼 활동에 들어갈 위원회는 정해진 시일 내에 불법적인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야후닷컴이 할 수 있었음에도 못했는지, 아니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인지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더욱 중요한 것은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 등 유럽 각국에서 극우파나 네오나치 세력이 이전과 달리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치는 시점에서 그간 치외법권 지대였던 사이버 세계 내에서도 휴머니즘에 반하는 활동에 서서히 족쇄가 채워질 거라는 점이다.

다수의 프랑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인터넷의 각종 의사 표시 공간에서 사법당국의 노력과 별개로 다음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 적용될 국제적인 단일 법률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면 도덕과 상식, 인간의 존엄성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이버 세계를 자정시킬 국제적인 규범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주간동아 2000.08.31 249호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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