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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티스가 어때서? 난 떳떳해”

유흥업소 아가씨들 대상 ‘황진이 선발대회’…인터넷 얼굴 공개에 106명 몰려

“호스티스가 어때서? 난 떳떳해”

“호스티스가 어때서? 난 떳떳해”
요즘 인터넷 사이트의 ‘자극적’ 이벤트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중 조이헌트(www.joyhunt.co.kr)가 주최하는 미인대회인 ‘황진이 선발대회’는 세 가지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우선 참가자격을 ‘룸살롱’ ‘바’ 등 유흥업소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여종업원들로만 제한했다. 상금도 미인대회 사상 최고수준이다. 5명의 입상자들이 받는 돈이 총 1억원(1등 ‘황진이상’ 5000만원, 2등 ‘청순가련상’ 2000만원 등).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참가자들이 조이헌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최측은 네티즌들이 인터넷으로 표를 던지는 방식도 도입되기 때문에 ‘얼굴 공개’를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106명의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자신이 룸살롱 등에서 일한다는 걸 떳떳하게 밝히고 있는 셈이다.

이런 행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단지 ‘얼굴 한번 팔리고 목돈 벌자’는 동기에서 나온 것일까(주최측은 ‘8월26일 본대회에서 입상자가 결정되면 8월28일 입상자의 은행계좌로 돈을 입금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82번 이시원(가명), 1m65, 42kg, 33-23-33, 특기 피아노 수상스키, 취미 작사….’ 조이헌트에 올라와 있는 참가자 이모씨(22)의 프로필이다. 왼쪽엔 활짝 웃는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이씨의 사진이 실려 있다. 주최측은 “사진은 그녀가 일하는 서울 강남 모 룸살롱을 방문해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8월17일 이씨로부터 ‘참가 동기’를 직접 들어봤다. 그녀는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행사 취지’가 마음에 들어 스스로 결정했다고. 조이헌트 담당자 박성현씨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서비스업종 여성종업원의 직업문화를 조선시대 ‘황진이’처럼 ‘고상하게’ 바꾸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음란한 행동들과 ‘2차’로 불리는 매매춘만이라도 근절하자는 것. 주최측은 3일간의 합숙훈련을 통해 참가자 전원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본대회에선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의 외모 이외에 교양과 성품도 함께 심사해 ‘황진이상’ 수상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시원씨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친구들의 권유로 올해 초부터 룸살롱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 업소에선 손님이 여종업원의 몸에 손대지 않는다. 그리고 난 2차를 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을 ‘당당한 직업인’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유흥업소 여종업원은 실정법이 보장하는 직종이며 손님에게 품위 있고 편안한 술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그래서 자신의 얼굴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도 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부모에게도 대회 참여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한다.

글과 음악, 그림에 능해 ‘고급 풍류문화’의 대명사로 알려진 황진이. 다음은 조이헌트측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모 교수의 글이다. “서울의 환락가에 있는 호스티스 중에서 누군가가 오늘의 황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조이헌트는 황진이를 ‘복원’하여 여종업원의 역할을 바로잡음으로써 룸살롱문화를 건전하게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의 룸살롱은 과소비-퇴폐의 온상이 분명하므로 이런 제의는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 대회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모든 참가자가 이씨처럼 ‘룸살롱 정화하는 황진이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상금 1억원이 아니면 과연 이들이 참가했겠느냐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김달수 간사는 “돈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사회정화운동은 의미가 퇴색된 것이며 또 다른 ‘여성상품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0.08.31 249호 (p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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