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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떠난 ‘금배지’들

한나라당 미래연대 ‘작은실천’ 통해 정치권 변화 시도…이총재도 각별한 관심

‘농활’ 떠난 ‘금배지’들

‘농활’ 떠난 ‘금배지’들
8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1층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미래연대 농촌봉사활동 발대식’이 그것. 이회창 총재도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현역 의원들이 농촌봉사활동(약칭 농활)을 떠난 것은 헌정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기 때문. 따라서 이들의 농활은 정치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충북 영동군 일대에서 8월21일부터 24일까지 3박4일간 농활을 하러 떠난 현역 의원은 김부겸 김성조 남경필 심규철 원희룡 안영근 윤경식 의원 등 7명. 김부겸 남경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하고 전날 밤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농활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들은 모두 미래연대 소속 회원들로 농활 계획 자체가 미래연대 ‘작품’이다.

농활에 참가한 미래연대 회원은 한나라당 원내외 위원장 15명을 포함해 모두 40여명(전체회원은 188명). 이회창 총재도 23일 현지에 내려가 하루 동안 포도따기 작업 등을 하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미래연대에서는 포도따기, 잡초제거 등 ‘농활다운 농활’을 진행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는 후문. 앞으로 음성 꽃동네 봉사활동, 노동현장 체험 봉사활동 등도 계획하고 있다. 미래연대 권영진 사무처장은 “생색내는 행사가 아닌 체험을 통해 국민의 어려움을 함께할 수 있는 일들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16일 출범한 ‘미래연대’의 정식 이름은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다.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 14명 등 소장-개혁파들의 정치운동 단체로 남경필 김부겸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출범 당시 내건 목표는 “20세기 한국정치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희망의 젊은 정치세력이 되고자 한다” “정직, 참여, 봉사 정신으로 작은 실천을 통해 정치의 조용한 변화를 일구어낸다”는 것.

농활은 미래연대가 창립 이후 벌여온 다양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프로야구 선수협 중재(1.26), 맑고 푸른 정치를 위한 대국민 서약문 발표(2.23), 독도 수호 시민결의대회 참여(3.1), 한나라당 전당대회 총재 및 부총재 후보자 초청간담회 개최(5.26), 5월분 세비 강원도 산불 피해성금 전달(6.10) 등이 미래연대가 그동안 벌인 대표적인 활동들.



이런 활동을 통해 미래연대는 ‘정치개혁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혔고, 당내에서도 강력한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다. 원희룡 의원은 “미래연대는 정치권과 비정치권, 원내외를 포함한 단일한 청년 네트워크 그룹으로 대중적인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지난 7월21, 22일 경기도 양평의 수련회에서도 참석자들은 “기성 정치권에 다양한 화두(자유투표, 남북관계 등)를 던지며 한나라당의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 속에서 당내 실체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미래연대의 활동을 모든 이들이 좋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춘 의원은 “일부 중진의원들이 미래연대의 활동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지난 5·30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에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고 전했다. 총재 및 부총재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개최하려는 미래연대의 시도를 당 지도부가 반대하면서 상당한 긴장관계가 조성됐었다는 것. 한나라당에서는 지금도 이들에 대해 “분란세력” “공명심에 너무 튀는 행동을 한다”고 말하는 중진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의원 개개인의 자유투표로 결정해야 한다”(안영근 의원)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진의원들의 미움을 사는 이유 중 하나.

그러나 이총재는 미래연대의 행사장에 화환을 보내거나 직접 방문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당내 개혁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까닭에 주요 사안이 있을 때 이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경우도 많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총재는 미래연대의 활동이 젊은 층을 한나라당에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래연대는 이회창 총재의 우호적 지원세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총재의 특보 중 일부가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을 낳게 하는 요인.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순봉 김진재 박관용 의원 등 친이회창 중진의원들은 미래연대 회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 양정규 부총재도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과 한 차례 식사를 같이 했고, 강재섭 박근혜 의원 등은 “밥 한번 사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이처럼 집중적인 ‘러브 콜’을 받고 있는 미래연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권영진 사무처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유권자의 60% 이상을 점하는 20, 30대가 바라는 젊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이들이 대변하고 있으며 △원내외 위원장 27명(원내 14명, 원외 13명)이 모여 있는 현실 정치세력이고, 보수적인 당의 이미지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며 △정치권 밖 전문가들(회원 188명 가운데 76명)이 결합돼 네트워크를 이룬 조직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이들의 위상 설정이 명확치 않은 점은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연대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조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 밖에 있는 회원이 40%(188명 가운데 76명)를 넘는다. 이 모임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는 당내 기구처럼 우리를 끌어안으려 하고 우리는 당 기구가 아니라며 밀고 당기기를 한 적도 있다. 지나치게 당 기구 색채를 띠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정체성에 대한 의식의 공유가 부족해 아직까지 회원 상호간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직의 안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라는 것. 때문에 “이념이나 정치적 소신 등과 관련된 문제에서 목소리를 통일하려는 것보다 정치개혁 등 최소한의 목표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2002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선택이 강요되는 시점에서도 이런 주장이 유효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 미래연대의 외연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원들이 부산 광주 등 전국에 걸쳐 존재하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세력군을 형성해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권처장은 “우리는 단기승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10년 뒤에야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미래를 준비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0.08.31 249호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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