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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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아 사이버 세상에 모여라

바보·욕·라면 등 인터넷 이색 동호회들…현실에서 눈총받다 온라인에선 “움메 기살어”

  • 입력2005-09-26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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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들아 사이버 세상에 모여라
    스스로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 키가 커서 슬프다는 사람, 세상에서 라면을 제일 맛있게 먹는 사람, 욕이라면 자신있다는 사람….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현실 세계의 ‘괴짜’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뭉치고 있다.

    일상 영역에 존재하는 많은 동호회의 목적이 단순히 친목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면,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발상 전환과 독특한 취미들로 가득한 이색 커뮤니티는 사이버상에서 정보를 나누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인기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받던 이들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과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아무에게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런 색다른 동호회의 탄생을 거들고 있다.

    네띠앙, 다음, 마이클럽, 인티즌, 프리챌 등 수많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카페와 동호회들은 하루에도 50개가 넘게 생겨난다. 이 가운데서 이색적이고 독특한 모임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띠앙(www.netian.com)을 주무대로 하는 ‘바보 동호회’는 이름 자체가 독특하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역별 소모임까지 있고 갑자기 일정을 잡아 만나는 ‘번개’도 활발하다. 게시판엔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바보가 된 이유는 뭘까. ‘어렵고 복잡한 세상, 차라리 바보가 되는 것이 속편하기 때문’이란 게 이들의 답변이다.

    스트레스가 쌓일 땐 다음(www. daum.net)의 ‘욕 동호회’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난무하는 이 동호회는 세상을 향한 독설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까지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회원들의 아이디도 ‘회떠씨발’ ‘휘날리는 쓰레기’ ‘띠바’ 등 욕과 ‘엽기적’인 단어로 만들어졌다. 게시판에는 상황별로 가장 심한 욕들이 정리돼 있을 정도.



    얼마 전 네띠앙의 광고에도 등장한 ‘라면 동호회’는 상당히 유명한 동호회다. 이들은 일반 미식가와는 달리 ‘라면’ 하나로 즐길 수 있는 갖가지 비법을 서로 나눈다. ‘밤에 먹어도 얼굴 안 붓는 라면’ ‘국물 없는 라면’ 등 라면을 특이하게 즐기는 방법은 물론, 치즈 넣은 라면이나 식초 탄 라면 등 다소 황당한 ‘요리(?)’를 직접 ‘체험’하고 나서 그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프리챌(www.freechal.com)의 키 큰 사람 모임인 ‘키롱다롱’ ‘롱뷰티’는 회원 자격을 남자는 키 1m80, 여자는 1m68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하는 이색 동호회다.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키 큰 사람의 세상살이도 힘들 수 있다고 강변한다.

    이름에서부터 인기 연예인에 대한 적대감이 느껴지는 ‘스타씹어프트’ 동호회 게시판은 그야말로 인기 연예인에 대한 욕설로 가득하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런 욕설조차도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미확인 정보도 많지만 이들은 “스타들의 무분별한 사생활이나 표절 시비 등을 공론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게시판에는 수많은 소문들이 올라오고 이에 대한 해명도 함께 올라와 자연스레 스타들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진다. 역설적으로 스타들과 관련된 ‘따끈따끈한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장점은 지역과 나이, 그리고 성(性)을 뛰어넘는 ‘디지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클럽(www.sayclub.com)의 플라이낚시 동호회인 ‘꼬마 물고기’는 생긴 지 반년도 채 안 됐지만 회원 수는 벌써 10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초등학생부터 40대 아저씨까지, 회원들의 연령과 직업도 가지가지다. 플라이낚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등장한 낚시법인데, 계류에서 인조미끼를 사용해 무지개송어 등을 낚는 것이다. 채팅 전문 사이트의 동호회답게 회원들 사이의 유대도 채팅으로 다졌다.

    인터넷 동호회는 대부분 포털사이트 안에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별도의 도메인을 따로 갖고 활동하는 동호회도 늘고 있다. 특히 개인 홈페이지에서 출발한 사이트가 많은데, 경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1000cc.net’(www. 1000cc.net)도 이 가운데 하나. 4000여명이 넘는 회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동진 시솝(24)은 “처음부터 동호회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경차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기획했었다”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게시판에 자기 정보를 올려놓다 보니 동호회로 발전했다”며 동호회 사이트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한다.

    누구나 타고 싶어하는 스포츠카나 대형 승용차가 아닌 경차만을 꿋꿋하게 고집하는 이유를 “장점이 단점보다 많아서”라고 이 동호회의 이희선 서울 경기지역장(32)은 설명한다. “좁은 길을 쉽게 다닐 수 있고 주차하기 편하죠. 물론 주차비나 유지비 등은 다른 차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경제적입니다.”

    동호회 사이트 중에는 사회적 이슈를 테마로 한 곳도 있다. ‘독도사랑’ 동호회(www.tokdo.co.kr)는 대표적인 사회운동 동호회. 대외 활동을 많이 하고 인터넷을 통해 독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모으고 있다. 독도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 동호회는 한때 일본인으로 보이는 해커에게 사이버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멋진 만남과 자유스런 의견 교환이란 장점을 가진 이들 동호회가 마냥 즐겁고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모이는 이들이 늘어가면서 엽기 사이트들도 많아지고 노골적인 표현까지 걸러지지 않은 채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비도덕적인 목적을 내세운 동호회도 많다. ‘야설’(야한 소설), ‘야사’(야한 사진)’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동호회는 어디에나 있을 정도다. 최근엔 익명을 무기로 ‘은밀한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으로 동거 상대를 찾는 ‘프리커플’(www.freecouple.com)이 그런 예인데,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지극히 비밀스런 만남을 주선해준다. 이곳 회원들은 서로 원하는 상대방을 ‘결혼전제형’ ‘결혼배제형’ 등으로 나눠 찾는다. “동거를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해주는 조건으로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이트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기 실명을 드러내거나 사진을 올리지는 않고 있다. 아직 우리 정서로는 동거라는 개념이 민망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이 찾고 있는 ‘버디’(www.buddy79.com)도 이런 동호회 개념의 사이트로 동성애에 대한 고민과 그들만의 문화를 인터넷으로 즐기고 있다.

    네띠앙 관계자는 “이색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생활영역에 머물러 있던 기존 동호회의 회원들보다 좀더 자기 생각에 솔직한 편”이라고 귀띔한다.

    남들과 생각과 외양이 다르다고 눈총받았던 ‘괴짜’들은 이제 인터넷에서 자랑스럽게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프라인상의 일부 소외계층에겐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다. ‘왕따’들이 모여 만든 ‘따클럽’이나 서로간에 고민거리를 공유하는 ‘고민을 나누는 모임’ 등은 회원들의 친목도가 대단하다.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지극히 엽기적이고 외설스런 표현이 남발한다거나 게시판에 저속한 대화가 넘치는 것 등의 부작용은 여전히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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