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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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일본괴담’

“엿먹어라 코리아” 일본 래퍼 노래말 파문 확산…“남북이 전쟁해서 망해라”도 떠돌아

  • 입력2005-09-26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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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한국, 한국 해서 짜증나겠지만 듣다가 끄진 말아 줘. 나도 저 쓰레기 국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구… 지금 내 옆에 한국인이 있다면 난 저 멀리 후지산까지 도망갈 거야… 한국은 이래서 식민지 국가… 엿먹어라 코리아.”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DNP006’이란 일본 래퍼가 불렀다고 소개된 노래말의 일부다. 이 글은 광복절을 10여일 앞둔 8월 초에 등장해 네티즌들을 경악케 했고, 지금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다른 사이트로 번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 일본 대중음악 동호회 등 일본문화 관련 사이트나 언론사 독자투고 코너, 네티즌들이 많이 몰리는 인기 사이트 게시판은 어김없이 이 글로 ‘도배’가 되고 있다.

    이 글에는 한국을 철저히 비하하는 저질스러운 ‘노래 가사’(1∼3절)와 코러스 내용은 물론, 이 곡이 담긴 ‘뮤직비디오’ 내용까지 소개돼 있다. “가수 DNP006과 섹시한 여자친구가 소파에 야릇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뮤직비디오 중간중간에 사치스런 두 남녀의 모습에 극명히 대비되는 (지금은 사라진) 우리의 초가집이 등장, 한국을 비하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에 대한 엄청난 모독인 셈이다. 기자는 이 글의 진위 여부를 추적해 봤지만 글의 원본이나 글 쓴 이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DNP006’이란 일본 가수나 뮤직비디오에 대해 아는 음반 판매상이나 일본음악 애호가도 없었다.

    출처는 불분명 … 네티즌 사이 자가 증폭중



    ‘논란’과 ‘갈등’을 노린 출처불명의 ‘반일(反日) 괴담’은 이것뿐이 아니다. 최근 22줄의 일본어 원문과 그에 대한 번역글이 담긴 또 다른 ‘괴담’이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다. “전쟁 중 일본이 쓸모없는 한국인을 무료로 대량 학살해 줬는데 감사도 하지 않는다. 장점이라곤 ‘김치’뿐인 남한이 북조선과 전쟁해서 동시에 멸망하면 좋잖아?”라는 내용을 담은 이 글 역시 “웹서핑 중 우연히 발견했는데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일본 사이트를 크래킹하자”며 부추기는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자가 증폭’ 중이다.

    ‘극일’(克日)이 이같이 실체조차 불분명한 ‘괴담‘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네티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음해의 글들에 자극받은 상당수 네티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면서 점차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장난인지,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음지에서 공격적 발언을 일삼는 비틀린 쇼비즈니즘의 표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원본 작성자’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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