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8

2000.08.24

미디어업계의 생존 전쟁

  • 입력2005-09-21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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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업계의 생존 전쟁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워너 간의 합병에 반대하는 업체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NBC가,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콘텐츠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합병으로, 미디어업계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전선에 뛰어들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통신업체인 SBC커뮤니케이션도 연방통신위원회에 합병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AOL과 세계 최대의 미디어업체인 타임워너의 합병은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의 합병, 또는 미디어업체와 인터넷업체 간의 환상적 결합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구가 붙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당초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발표 이후 많은 사람이 다음 순서는 세계 2위의 미디어 그룹인 디즈니일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AOL과 타임워너에 이어 거대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하며 세계 미디어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사의 합병 발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미국 내 업체들은 AOL-타임워너에 대항할 만한 제휴나 합병보다 양사의 합병을 저지하려는 노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세계 미디어 지각 변동의 실마리를 제공할 만한 사건이 유럽에서 일어났다. 지난 6월 말 위스키 시바스리갈로 유명한 캐나다 시그램과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인 비방디가 합병에 합의한 것이다.

    인수 가격은 AOL과 타임워너의 1370억 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34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사의 합병을 통해 태어날 비방디유니버설은 유니버설스튜디오, 세계 최대 음반업체인 폴리그램, 프랑스 2위의 이동통신업체인 시게텔, 유럽 최대의 유료 TV인 카날플뤼스 등을 거느리고 시가총액 1000억 달러, 매출 550억 달러를 넘어서며 AOL-타임워너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합병의 의미는 AOL-타임워너 합병과 같이 신구 미디어의 합병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미디어업체들의 일방적인 세계 공략에서 유럽 업체들의 반격이 개시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더욱이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을 향한 양사의 의지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 최대의 엔지니어링업체인 비방디는 방송과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사업부는 모두 분리하기로 했다. 세계 다섯번째의 미디어업체인 시그램도 주류 사업부를 70억달러에 매각해 새로운 사업에 투입할 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양사 모두 미디어산업에 전념하기 위해 본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양사가 이런 대담한 계획을 추진한 배경에는 바로 비방디의 인터넷 전략이 있었다. 비방디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과 50대 50으로 인터넷 포털인 ‘비바치’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시그램의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8000만명에 이르는 보다폰과 카날플뤼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사업을 전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방디유니버설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와도 제휴나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공격적인 머독이 합병에 응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독점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기도 어렵겠지만, 제휴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디즈니나 CBS비아콤, 베르텔스만 등 미디어업계의 거인들조차도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방송과 통신, 인터넷의 통합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미디어산업에서도 이 업종 업체들간의 사활을 건 합병과 합병 저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준이나 미디어업계의 능력에 비추어볼 때 세계 최대니, 유럽 최대라는 수식어구가 붙은 업계 재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향후 해외 미디어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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