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2

2000.07.13

탈세 추락 조양호 회장, 다시 날까

항공사 업무 제휴 서명식에 직접 참여…‘정부 묵인하에 경영 복귀설’ 모락모락

  • 입력2005-07-12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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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세 추락 조양호 회장, 다시 날까
    한진, 탈세 충격 그후작년 10월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한진그룹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올 6월로 끝났다. 한진은 이 기간 중 국세청의 세금 추징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사상 최대 액수인 5416억원의 추징 세금을 고스란히 납부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진의 이런 태도는 국세청으로서도 내심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동안 대규모 세무조사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기업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그만큼 ‘완벽’했기 때문에 소송을 해봐야 실익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진이 ‘납작 엎드리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관측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6월22일 미국 델타, 프랑스 에어프랑스, 멕시코 아에로 멕시코 등 유수 항공사와의 포괄적인 업무 제휴체제인 ‘스카이 팀’ 구축에 합의하는 문서 서명식(미국 뉴욕 치프리아니홀)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더 힘을 얻고 있다. 조회장이 철저한 ‘굴신’의 대가로 정부로부터 ‘경영 복귀’를 ‘묵인’받았고, 이날의 ‘화려한’ 복귀는 그런 수순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한항공 안팎에서 흘러나왔기 때문.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작년 11월 구속된 조회장은 6월14일 서울고법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바로 경영에 복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명색이 대표이사 회장이지만 작년 4월 잇따른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전국경제인연합과 국제업무 등 대외적인 업무만 담당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대한항공측은 “6월22일 행사를 조회장의 경영복귀 수순으로 보는 일부의 해석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또 ‘스카이 팀’ 결성은 97년 10월 조회장의 적극 제의로 추진된 것인 데다 어디까지나 ‘국제업무’이기 때문에 참석했을 뿐 경영 복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들도 대한항공의 이런 설명을 납득하는 분위기.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회장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2년 정도 미국 유학을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조회장의 완전한 경영 복귀는 그 이후에나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조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직후 미국으로 출국해 그곳에서 2~3개월 머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유학 준비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업무상 출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주변에서는 오히려 작년 4월 대한항공 회장직을 내놓은 조중훈 그룹 회장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 3월 중국 노선 배분을 둘러싸고 건설교통부와 아시아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대한항공은 당시 자사가 1년 넘게 취항하지 않던 중국 구이린(桂林) 노선 운수권을 건교부가 취소하고 이를 아시아나항공에 배분하자 정부와 아시아나를 상대로 노선취항집행정지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건교부 주변에서는 잇따른 사고와 세무조사 등으로 근신해야 할 대한항공이 소송을 낸 것을 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평소 중국 노선에 애착을 가진 조중훈 회장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요즘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회사의 중심이 없다”고 말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조중훈 회장이 형식상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뗀 데다 조양호 회장마저 겉돌고 있기 때문에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한 부장급 간부는 “외국인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안전운항을 표방하고 있지만 가시적으로 변한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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