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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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좁아진 현대車 “어쩌나”

르노 포드 잇단 상륙에 안방 수성 ‘발등의 불’…“문제없다” “기술경쟁 되겠나” 엇갈린 반응

  • 입력2005-07-12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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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땅 좁아진 현대車 “어쩌나”
    “대우자동차 인수 후 한국 시장 점유율 목표는 없지만 대우자동차의 잠재력이 100%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항상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해온 전통에 따라 한국에서도 제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이 가장 먼저 찾는 자동차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6월29일 포드자동차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한 단독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된 직후 이 회사 스나이더 전무가 서울 호텔신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스나이더 전무는 “포드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대우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서 1차적 목표는 대우 자체의 사업이 확장-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가 대우차를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긴 하지만 포드의 한국 상륙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포드가 제시한 대우차 인수가격 7조7000억원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시 가격과 2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상자기사 참조). 대우계열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오호근 의장도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포드의 상륙은 해외 업체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해주던 빗장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풀렸음을 의미한다. 작년 7월 수입선다변화조치 해제로 일제차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국내 시장은 완전히 개방됐고, 올 초에는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긴 했지만 포드 상륙의 ‘파괴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우차는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이 최고 30%에 달했기 때문.

    당연히 현대-기아자동차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기술력이나 자금력, 브랜드 파워에서 현대를 압도하는 외국 선진업체와 ‘안방’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외국 선진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현대-기아자동차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 과연 현대-기아차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금은 타격을 받겠지만 현대-기아자동차는 ‘안방’을 지킬 자신과 역량이 충분하다. 고객의 니즈(needs)에 맞는 차를 꾸준히 개발해내면 포드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일부에서 지적한 대로 현재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총괄본부장 이형근 상무)

    “현재의 현대-기아자동차 기술 수준에서 포드 등 선진업체와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벅찬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선진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닌가.”(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장 이현순 전무)

    그러나 이들과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한 간부는 “현대가 대우차 해외매각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은 ‘안방’에서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그동안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 대우차 인수 등에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내부 역량을 극대화해야 할 때인데 경영권 싸움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면서 “2, 3년 후부터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우자동차 한 임원도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겠지만 포드가 3, 4년 내에 대우차에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입히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령 중형차 시장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현대는 현재 국내 최장수 베스트셀러 카 EF쏘나타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7월 중순 공식 출범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시리즈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SM5 시리즈가 품질 등에서 EF쏘나타를 압도한다고 평가한다. 르노-삼성자동차 박종대 이사는 “르노 벤츠 BMW 등이 SM5를 분해해보고 부품 내구성이 유럽 고급차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라고 전했다.

    SM5가 개인택시 기사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현재 SM5 택시는 2, 3개월은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 결국 르노-삼성차가 SM5 생산량을 현재의 월 2500~3000대에서 점점 늘려나가면 중형차 시장 잠식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여기에 포드가 2, 3년 내에 국내 시장을 위한 중형차 플랫폼을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EF쏘나타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기아차 마케팅총괄본부장 이형근 상무는 “중형차 시장이 어느 정도 잠식당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RV(레저용 차량)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퓨전 개념의 RV 싼타페도 이런 차원에서 개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싼타페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스포츠형 차량과 미니밴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로 개발한 현대차의 ‘야심작’.

    현대-기아차는 또 현대가 개발한 차량의 차체만을 달리해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각각 생산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차종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7월7일 보도발표회를 가진 기아차 옵티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EF쏘나타가 A보디라면 옵티마는 B보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 대해서는 기아차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개발한 엔진과 플랫폼을 기본으로 겉모양만 바꾼 차를 기아차에서 생산한다면 과거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전체 시장점유율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형근 상무는 이에 대해 “옵티마의 경우 기아차를 중형차 시장에서도 단기간에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그런 전략을 썼지만 앞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전략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이런 마케팅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여부. 현대차 남양연구소장 이현순 전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엔진 효율을 높이고 차량을 가볍게 하면서도 안전도를 높이는 차량, 또 공해 없는 차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만 작년 9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기술력에서 선진업체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임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현대의 조직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면서 “기술이란 결국 사람에게 체화되는데 최근 들어 현대정공 현대서비스와의 합병, 현대-기아차 일부 조직의 통합 등으로 조직간 알력이 생기면서 많은 엔지니어들이 빠져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쪽에서는 “현대-기아차에서 현대정공 출신은 ‘성골’, 현대차 출신은 ‘진골’인 데 반해 기아차 출신은 6두품도 못 된다는 자조가 팽배한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술인력의 이탈은 결국 기술력의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옵티마에 장착할 예정인 무단변속기(CVT)의 경우를 보자. CVT란 엔진에 가장 적합한 회전속도로 변속이 되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첨단 트랜스미션. 그러나 옵티마의 경우 마케팅 부문에서 요구하는 연비 향상이 이뤄지지 않아 CVT 장착 옵티마 출고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각 부품을 최적 조건으로 조화시켜야 원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옵티마에 CVT를 장착해 고작 6~9%의 연비 향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은 현대가 CVT를 최적 조건으로 장착하지 못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면서 “적어도 10% 이상의 연비 향상 효과가 있어야 고객들이 CVT 옵션을 선택할 텐데 현대의 현재 기술력으로는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는 기술 수준도 수준이지만 자동차의 내구성 등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아자동차 인수 이후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자동차가 잇따라 리콜되면서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다행스럽게도 최근 품질을 강조한 정몽구 회장의 지시가 먹혀든 탓인지 아반떼XD나 싼타페 등에서는 고객 불만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보에 실린 한 조합원의 투고는 품질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품질실명제를 도입, 조그마한 문제에도 현장 작업자들에게 징계를 남발하면서 정작 큰 문제에는 정책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묵인하고 있지 않은가. …모 사업부에서는 납품 소재에 대해 계속 불량 시비가 벌어져도 (협력)업체 중역진과 자동차 간부들과의 밀착으로 도리어 불량을 납품한 업체 직원이 현장관리자를 윽박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

    물론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특유의 돌파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구 기아경제연구소) 조성재 연구위원은 “75년 포니 개발이나 90년대 초 알파엔진 개발에서 보듯 현대는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똘똘 뭉쳐 이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고 말한다.

    “현대가 최근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파워트레인에 한해 보증기간을 10년-10만 마일로 한 것에 대해 과연 현대의 품질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우려하기도 했지만 현대는 일단 시작해놓고 품질 혁신을 위해 6시그마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현재 EF쏘나타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이처럼 현대는 오히려 위기에서 강한 측면이 있다.”

    과연 이번에도 ‘벼랑 끝 전략’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바야흐르 97년 기아사태 이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구조개편 상황에서 그나마 경영권을 유지해온 현대-기아차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우차가 포드에 매각됨으로써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구조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런 경쟁적 구조는 국내 소비자는 물론이고 현대-기아차 자신에도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기아차가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경쟁적 구조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뜻을 거역하고 현대차 경영권 고수 의사를 분명히 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경영 능력 시험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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