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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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거추장스럽다… 차라리 합쳐”

민주·자민·민국 합당설 모락모락…정국 운영 힘 싣기·미니정당 설움 해소 이해 맞물려

  • 입력2006-01-10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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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조 거추장스럽다… 차라리 합쳐”
    요즘 민주당 지도부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어떻게 완화시키느냐는 것이다. 완벽한 DJP 공조 복원의 마무리를 위해 자민련의 요구를 반드시 들어줘야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국회법을 강행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터라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진 형국이 된 것.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본회의에 상정, 입법 절차를 완료하기로 이미 자민련과 약속했다. 양당이 개정안의 운영위 통과를 위해 운영위 정수를 홀수(23명)로 하는 안을 관철시키기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실상 표 대결로 가자는 자민련 입장을 수용한 것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의장 직권으로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은 더 큰 모험이다. 단독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과의 약속 파기, 이후의 정국 경색, 끓어오를 것이 뻔한 국민적 비판 여론 등 모든 게 상처만 입을 요인들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60% 이상의 국민이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강행 처리는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날치기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이만섭 국회의장이 여권의 손을 들어줄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정말 묘수는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핵심의원은 최근 “전당대회가 8월로 앞당겨지거나 10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이 의원의 말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당 주례보고에서 “전당대회를 (9월에) 예정대로 준비할 것”이라고 지시한 다음에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9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라는 김대통령 말이 뒤집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



    그러면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 시기 문제가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나 DJP 공조 복원과는 도대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 이 대목에 어쩌면 향후 정국 전개에 대한 실마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 더 나아가 민국당까지 합치는 ‘3당 합당’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전당대회 시기를 정할 수 없는 것. 민주당 전당대회를 미리 할 경우 합당에 따른 전당대회를 또 열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의 말을 한 마디 더 들어보자. “우리가 욕을 먹지 않고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은 없다. 어차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난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들을 욕, 차리리 자민련과 합당하고 듣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갈 수는 없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 의원은 평소 자민련과의 합당에 반대해 왔던 인물. 그런데도 ‘합당 불가피론’으로 돌아선 주장을 내놓았다. 또다른 중진의원의 말도 마찬가지다. “말이 좋아서 공조이지 얼마나 거추장스러우냐. 사안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비록 욕은 먹겠지만, 이럴 바에야 차라리 합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진입은 도와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비판적 국민 여론에 한나라당의 결사 반대(실력 저지)를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차라리 합당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따라서 전당대회 시기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민주당에서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카운터 파트가 될 자민련과 민국당의 생각. 우선 민국당은 합당에 커다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에서 김대통령과 회동한 김윤환 대표대행이나 2명의 현역의원(한승수, 강숙자)이 합당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김 대표대행은 물론 신상우-이기택 최고위원 등이 모두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여전히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따라서 ‘신 3당 합당’의 열쇠는 여전히 김종필명예총재(JP)가 쥐고 있는 셈. 민주당 서영훈대표가 6월6일 극비리에 JP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한 것만 봐도 JP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여권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서대표의 JP 방문은 단순히 남북정상회담(6월13일) 이전에 DJP 회동을 갖기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 국한시키기 어렵다. 물론 여권은 서대표의 청구동 방문을 통해 6월10일에 DJP 회동을 갖자고 제안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회동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다. 남궁진 청와대정무수석은 “(DJP 회동의) 택일은 JP가 한다”며 JP의 입장을 배려했다.

    현재 자민련 핵심 인사들은 “원내교섭단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DJP 회동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당 문제 같은 것은 생각할 때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입장은 다분히 ‘실사구시론’에 따른 버티기의 성격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합당에 따른 ‘더 많은 이득’이 보장된다면 굳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치의 생리’이다. 이미 당내의 상당수 인사들이 입각이나 정부산하기관장 취임을 희망하고 있는 것도 자민련의 이율배반적인 기류를 반영한다(상자기사 참조). 자민련 내부 분위기의 전열이 이미 많이 흩어져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은 이미 국회의장 선거에서 ‘범 여권 연대’를 구축한 바 있다. 자민련과 민국당의 ‘사안별 공조’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자민련에 대한 한나라당의 ‘괄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상자기사 참조). 현역 의원 17명의 ‘미니 정당’으로 16대 임기 내내 지탱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회창총재의 입지에 변동이 없는 이상 내각제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민련 의원들도 인정한다. 그만큼 JP와 자민련으로서도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

    DJP 회동은 이제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DJP 회동의 자연스러운 명분이 생겼다. 합당은 어차피 DJP 회동에서 결말이 날 사항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은 김대통령도 합당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귀띔한다. 지금은 그 일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성과’가 합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소지도 크다. 정가에서는 9월 정기국회 개원 전후로 ‘신 3당 합당론’이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재대행마저 한나라당서 문전박대

    총무회담 못끼고 국회본청 사무실도 폐쇄될 판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은 6월8일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에게 ‘정중한’ 면담을 신청했다. 물론 ‘대외비’였다. 표면상 이유는 이총재의 총재직 재취임 인사를 아직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원내교섭단체 진입을 허용해 달라는 부탁이 면담의 주된 이유임은 뻔한 일.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한나라당의 문전박대. “김대행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총무와의 최근 총무회담에서 ‘누구누구 외 몇 명’하는 임시국회 소집 글귀에 자민련 의원의 이름을 넣어줄 것을 부탁했지만, 정총무가 끝내 들어주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자민련 오장섭총무의 총무회담 참석을 한나라당이 거부한 것은 물론이다.

    한때는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나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등도 논의가 어떻게 돼가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또한 국회 본청 1층의 자민련 총재실과 원내총무실 등 사무실도 조만간 폐쇄될지 모른다. 비교섭단체에는 당직자 방을 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6월3일에는 사무처 직원 157명 중 무려 89명(57%)이 감원되었다. 이중 10여 명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왜 하위당직자만 뒤집어 써야 하느냐”며 3일 동안 당사 점거 농성을 벌였다. 당 안팎의 분위기가 심란하지 않을 리 없다. 있는 설움, 없는 설움 다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정부나 산하 기관장 자리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함석재 사무총장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하고 싶다”며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함의원은 결국 자민련 몫 상임위인 농림해양수산위원장에 내정됐다. 핵심 당직자들부터 이러니 밑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내부로부터의 와해는 JP의 ‘몽니’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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