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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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권위부터 배우는 초선들

  • 입력2005-11-17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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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헴! 권위부터 배우는 초선들
    무늬만 초선이고 마음은 벌써 중진의원인가. 지난 5월10일 국회 사무처는 16대 총선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연찬회를 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투표 실시 요령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것. 문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국회 본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걸어가면 불과 2, 3분 남짓한 거리를 굳이 버스를 동원해 실어 나른 것. 물론 비가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의원회관에서 국회까지 연결된 지하 통로를 이용해 걸어가면 그만이다. 초선 당선자들 가운데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고 쳐도 국회 경위들이 일일이 ‘금배지 나으리’들의 우산을 받쳐줘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실은 버스는 우산 없이도 걸어갈 수 있는 국회 1층 입구가 아닌, 2층 중앙문 앞에 멈췄다. 국회 경위들은 일제히 도열하고 있다가 버스에서부터 본관까지 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당선자에 대한 예우라고 하면 그만인 그런 사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선자들은 16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권력의 즐거움’과 권위부터 배우는 셈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당선 초기의 각오는 오간 데 없고 당연히 누려야 할 대접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일 것이다. 의원회관이나 국회 본관의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등 굳이 필요하지 않은 ‘특별 대접’에 대한 논란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선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처음부터 새내기 당선자들을 잘못 길들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새내기 당선자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국회 경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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