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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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직경 50m ‘신비의 돔’

성 소피아 성당 위용에 경탄 … “동서문화 한 자리에 모인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

  • 입력2006-05-10 1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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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에 싸인 직경 50m ‘신비의 돔’
    우스크다라 가는 길에 비를 맞았노라….’ 귀에 익은 민요 가락이 은은히 흘러나오면 그곳은 십중팔구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천연 수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에 걸쳐 동서로 발달한 고도(古都)이다. 동서양을 나누는 분기점인 동시에 이를 잇는 고리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가 이곳을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진,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스탄불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멋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일컬어 “인류 문명이 살아 있는 거대한 옥외박물관”이라고 했다. 구시가지 중심지 베야지트지구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인류가 이룩한 5000년 역사의 문화 유산들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히타이트, 앗시리아 같은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문화, 초기 기독교 문화, 비잔틴 문화, 거기에 이슬람 문화의 진수들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스탄불은 기원후 300년 로마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며 콘스탄티노플이라 명했던 곳이다. 그 뒤 콘스탄티노플은 10세기를 넘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전통적 그리스문화와 동방문화를 융화시켜 찬란한 비잔틴문화를 꽃피운 동로마제국의 수도로서 비잔티움이라 불리었다. 또한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한 동방교회인 그리스 정교회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 정복된 뒤 약 5세기 동안은 오스만제국의 수도로서 이스탄불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면서 이슬람문화를 접목시킨 오늘날의 모습으로 새 단장을 했다. 이렇듯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에 이르는 세게적인 3대제국의 수도로서 16세기 동안의 역사가 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으로 남겨놓게 되었다.



    성 소피아 성당은 지중해로 통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이스탄불의 중심 산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을 담고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은 세계 건축물 가운데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성당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를 위해 수학자 겸 건축가인 안테미우스와 이시도루스에 의해 5년(532∼537)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성되었다. 최초의 돔은 지진의 후유증으로 558년에 붕괴되어 다시 지어졌다.

    돔은 직경이 50m로 바닥에서부터 55m의 높이에서 치솟아 있는데,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면서 무너지지 않고 있는지 실로 불가사의하다. 따라서 이 성당은 지어지자마자 대걸작으로 인정받았는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궁중시인인 파울루스는 소피아 성당에 대해 이렇게 찬미했다.

    베일에 싸인 직경 50m ‘신비의 돔’
    “동쪽의 반원과 서쪽의 반원에 의해 형성되는 성당의 중심부 주변에는 네 개의 힘찬 석재 피어(pier·지반을 굴착하여 지상과 지하에 걸쳐 기둥 모양으로 만든 지정)가 서 있으며, 이들로부터 거대한 아치가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의 활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이 아치들은 공중으로 서서히 솟으면서 서로 떨어져나가게 되며 그 사이의 공간은 놀라운 기술로 채워지고 있다. 벽면은 아치에 접하면서 계속 펼쳐져 아치 상부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돔의 기단부는 거대한 아치에 고정되어 있으며, 이 돔은 마치 광휘에 뒤덮인 천상과도 같이 성당을 감싸고 있다.”

    소피아 성당은 기독교를 국교로 택한 동로마제국의 후광을 업고 성당으로서의 기능을 행사했지만 오스만투르크제국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이스탄불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회교사원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1923년 오스만투르크가 멸망한 이후 1933년부터는 박물관으로 그 운명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은 소피아 성당 다음으로 토카피 궁전이다. 보스포루스 해협 남단 할리치천의 강물과 해협의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의 언덕에 위치한 이 궁전은 비잔틴 제국을 정복한 술탄 마호메드의 명에 의해 1459년에 축조되어 1467년에 완공되었다. 그후 19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줄곧 오스만 제국 술탄의 거처가 된 이 궁전은 수세기를 두고 거듭된 증축으로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500여년간 오스만제국 예술의 극치가 모여 있게 된 이유다.

    이 궁전 내부는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세계 최대의 에메랄드와 84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보석관, 이슬람의 성물을 전시한 종교관, 특히 세계 3대 컬렉션의 하나로 1만1000여점을 소장한 도자기관 등이 매우 흥미를 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도자기들로 분류된 백자와 청자들 속에는 우리나라에서 실려간 고려와 조선의 자기들이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석과 도자기, 각종 문화재들은 당시 술탄이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이다. 이밖에도 침략의 도구로 사용된 이슬람 시대의 각종 무기들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끈다.

    토카피 궁 바깥뜰 입구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사냥하는 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한 석관을 비롯해 로마-그리스 시대 수많은 예술품들을 소장한 고고학박물관이 있다. 또한 토카피 궁 정문 왼쪽에 있는 이렌느 교회도 6세기 비잔틴제국 시대의 섬세한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이와 함께 이스탄불의 또 하나의 명소는 뜻밖에도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007영화에도 등장한 지하의 거대한 저수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지하 물탱크는 140m×70m나 되는 엄청난 크기로 배가 떠다닐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데, 코린트식 문양으로 장식된 336개의 석주가 지면을 받치고 있다. 과거 이스탄불 주민들이 먹을 물을 저장했다는 이곳은 마치 지하 궁전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은 뜨거운 여름철의 무더위를 피하여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이자, 관광을 위한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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