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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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선홍빛 물감’ 손에 묻어날 듯

장승포항~해금강 70리 길 가도 가도 ‘꽃 천지’ …“거제도는 꽃의 나라”

  • 입력2006-04-28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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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선홍빛 물감’ 손에 묻어날 듯
    거제도는 지금 온통 꽃밭이다. 길가에도, 바닷가 언덕배기에도, 외딴 섬의 비탈에도 막 피기 시작한 꽃들로 눈부시게 화사한 꽃세상이 펼쳐져 있다. 거제도에서도 특히 14번 국도의 종점에 가까운 남부면과 일운면 일대의 산자락과 바닷가에는 다사롭고 눈부신 봄기운이 가득하다.

    거제도에서 꽃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것은 역시 동백꽃. 이미 정월달부터 꽃부리를 펼치기 시작했고 지금은 막 절정기를 지나려는 참이다. 그래도 선홍의 꽃빛은 여전히 염려(艶麗)할 뿐더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더욱이 거제도의 간선도로인 14번 국도와 옥포에서 바닷가를 따라 장목면까지 이어지는 58번 지방도, 그리고 해금강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주변에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어 꽃멀미가 나도록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서인지 저마다 수형(樹形)도 단정하고 꽃부리도 유난히 탐스럽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저절로 나고 자라서 꽃을 피운 것과 달리 천연스런 아름다움은 좀 덜한 편이다.

    천연의 동백숲을 보려면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지심도(只心島)로 들어가야 한다. 연중 기온이 따뜻한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는 동백숲도 흔하고 동백섬도 많지만, 지심도처럼 온 섬이 동백나무로 뒤덮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동백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섬이기도 하다.

    뭍에서 건너다 보이는 지심도는 커다란 숲 하나가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다. 너비 500m, 길이 1.5km 가량의 섬에는 후박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이 37종에 이르고, 수목과 식물이 우거져 있는데 전체 면적의 60~70%는 동백나무가 차지한다. 더욱이 이곳의 동백숲은 지각없는 도채꾼들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덕에 등걸의 굵기가 팔뚝만한 것부터 한 아름이 넘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워낙 동백나무가 빼곡하다보니 소나무와 다른 상록수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지심도는 산책로도 아주 잘 연결돼 있다. 선착장과 마을 사이의 비탈진 시멘트길 말고는 대체로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이 오솔길을 따라 두세 시간만 걸으면 섬 전체를 일주하면서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붉은 꽃송이가 수북하게 깔린 동백숲 터널, 아름드리 나무들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와 농가, 한낮에도 어스레할 만큼 울울창창한 상록수림,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이렇듯 정감 어린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다보면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지심도행 도선(渡船)이 들고나는 장승포항에서 다시 1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장승포항에서 거제 해금강까지는 줄곧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70리 길.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세파에 찌들었던 마음이 한꺼번에 확 풀릴 만큼 시원스런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꽃이 없는 철에도 아름답고 편안한 길이지만, 이맘때쯤부터서는 막 꽃망울처럼 터트리기 시작한 복사꽃 산벚꽃 유채꽃 진달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백꽃 ‘선홍빛 물감’ 손에 묻어날 듯
    복사꽃은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 일운면 망치리 양화마을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다. 복사꽃은 대개 육지의 너른 복숭아밭이나 수목 울창한 산비탈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섬 고깃배 등을 배경삼아 핀 이곳의 복사꽃은 퍽 이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몇 그루 되지 않는데도 실제보다 훨씬 화사하고 아름답다.

    깊은 산중에서 자라는 산벚나무는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새 잎이 돋아날 즈음인 4월 중순경에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섬 지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지만, 거제도는 제법 높은 산들이 많아서 산벚꽃도 흔한 편이다. 이 해안도로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고개를 한둘쯤 넘어서면 금세 산중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산벚꽃이 피어 있다. 특히 노자산 기슭에 자리한 거제 자연휴양림(0558-632-2221) 주변의 산비탈과 골짜기에서 많이 눈에 띈다.

    유채꽃은 거제도의 맨 남쪽을 이루는 남부면 일대에서 이따금씩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같이 대규모 유채밭은 없고, 대개 길가와 바닷가의 작은 밭이나 언덕에서 조촐하게 피어 있는 광경만 볼 수 있다. 진달래는 어디서나 흔한 봄꽃이지만, 거제도의 수려한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진달래는 느낌이 남다르다. 더욱이 거제도 해안의 진달래는 빠르면 3월말부터 개화하므로 뭍에서 4월 중순쯤에야 보는 진달래보다 훨씬 더 반갑다. 남부면에서도 가장 남쪽인 여차리의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매달린 채로 연분홍 꽃잎을 한껏 펼친 진달래를 구경할 수 있다. 이 해안도로는 남부면 다포마을에서 시작돼 여차마을과 무지개마을을 거쳐 면소재지인 저구리까지 이어지는데, 거제도는 물론이고 남해안 전체를 통틀어서 이보다 풍광 좋은 해안도로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길이 지나는 해안절벽 아래로는 눈이 시도록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그 바다에는 병태도 매물도 가왕도 다포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오롱조롱 떠 있다. 특히 까마득한 벼랑길에서 내려다보는 여차리 몽돌해변의 풍광이 압권이다.

    거제도 남동부 해안의 꽃길을 찾아가는 여정에서는 해금강과 외도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거제 해금강은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름난 명승지다. 이창호씨 내외의 오랜 땀과 눈물로 새롭게 단장된 외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상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이곳 외도해상공원(0558-681-8430)은 700여 종의 수목들이 울창하고, 숲 사이사이에는 비너스가든 조각공원 등 13개의 테마 정원과 지중해풍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머나먼 이국 땅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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