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8

2000.04.06

‘경영권 습격사건’ 악수는 했지만…

김진호-유신종씨 ‘동거경영’ 체제로…“창업주라도 능력 없으면 아웃될 수 있다”

  • 입력2006-04-25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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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습격사건’ 악수는 했지만…
    결과는 극적인 타협으로 끝났지만 그동안의 과정은 국내 기업경영 풍토에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비록 창업 경영주라 하더라도 주주들로부터 경영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현실적으로 도태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주총이었다. 3월24일 서울 골드뱅크사옥 14층 대강당에서 벌어진 골드뱅크 제3기 주총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날 주총에서 대주주 릴츠펀드를 대표하는 유신종 이지오스사장과 김진호 현 사장측은 각각 4명씩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대표도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기로 타협했다. 주총에 참석한 많은 소액주주들도 박수로써 이들의 타협에 화답했다.

    그만큼 양측의 타협은 극적이었다. 양측은 주총 한 시간 전까지 골드뱅크 소액주주 연대모임 대표인 조성배씨(트라이스탁 대표이사)의 중재로 협상을 계속했지만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총회 도중 조성배씨의 제안으로 총회를 정회하고 한 시간 동안 다시 협상을 벌인 결과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골드뱅크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간단하다. 분쟁의 발단은 최근 말레이시아계 라시펀드의 지분 100%를 인수, 라시펀드가 갖고 있던 골드뱅크 지분 14.69%를 자연스럽게 인수해 총 19.65%의 지분을 갖게 된 미국계 릴츠펀드를 대리한 유신종 전 골드뱅크수석부사장(현 이지오스 사장)이 3월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골드뱅크 경영권 인수를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유사장은 김진호사장이 무분별한 기업 확장으로 골드뱅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터넷 기업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농구단까지 인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골드뱅크 경영권을 인수하면 농구단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김진호사장의 반격이 골드뱅크 경영권 분쟁의 성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김사장이 릴츠펀드 자문역을 맡고 있는 이미경씨를 물고늘어진 것. 잘 알려진 대로 이미경씨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형 맹희씨의 장녀로, 골드뱅크 주주인 중앙종금 김석기사장의 전부인이기도 하다.

    지분 적은 김사장 경영권 분쟁 재연 소지

    김사장은 이를 근거로 유신종사장의 골드뱅크 경영권 인수 시도를 “해외의 거대자본과 재벌가 한 사람이 공모, 재벌이 벤처기업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김사장은 “60%의 절대 다수 지분이 소액주주로 이뤄진 국민기업이며 국내 인터넷 관련 기업의 활성화에 기여한 토종 인터넷 벤처 1호” 인 골드뱅크 경영권을 이들에게 절대 내줄 수 없다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표명했다.

    그러나 김사장의 이런 반격은 경영권 분쟁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사안. 기본적으로 누가 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주주들에게 심판을 받자는 유사장측의 ‘도전’에 ‘재벌과 해외자본의 음모’ 운운한 것은 아무래도 군색한 대응이었다는 게 중론. 비록 김사장이 골드뱅크를 창업했지만 회사 발전을 위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본을 공모한 이상 경영능력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야 했다는 게 경영학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현재 골드뱅크 1대 주주는 릴츠펀드. 창업주인 김진호사장은 1.75%의 지분만을 갖고 있다. 그 외에 중앙종금이 5.7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에이스테크놀로지 3.38%, 삼성증권 2.96%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60%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주총에서 비록 표 대결은 무산됐지만 이미경씨의 전남편인 중앙종금 김석기전사장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관심 대상이 되기도 했다.

    97년 2월 설립된 골드뱅크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급성장해 왔다. 올 1월 현재 150만명을 돌파한 회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매출 실적은 전년 대비 916% 성장한 114억원이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1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의 흑자는 투자주식을 처분해 얻은 것이어서 아직 영업 기반은 허약한 셈. 앞으로 탄탄한 수익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지 않는 한 2%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김진호사장은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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