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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현대그룹 ‘왕자의 난’

“한 뭉치 떼줄게 분가해 살아!”

왕회장의 형제-자식간 재산분할법

“한 뭉치 떼줄게 분가해 살아!”

“한 뭉치 떼줄게 분가해 살아!”
아버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것처럼 동생들을 책임지고 혼례시켜 분가시키려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새벽 4시께면 나를 깨워 시오리 길 떨어져 있는 농토로 데리고 나가셨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부친에 대한 회고다. 한국적 전통에서 장남의 역할에 충실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경영자’ 정주영을 지배하는 철학과 인생관, 경영관도 이런 회고와 깊이 연관돼 있다.

우선 정명예회장은 형제들을 모두 독립시켜 또다른 그룹을 일구도록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형제간 분리는 다른 그룹에서 보기 힘든 일이었다. 한라그룹(정인영 명예회장), 성우그룹(정순영 명예회장), KCC(정상영 회장)에 이어 작년에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 분가한 세영씨에 이르기까지 정명예회장 형제들은 현대와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통해 오늘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왕회장 건강 극히 좋지 않다”

정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았으나 일찍 작고한 동생 신영씨의 아들 몽혁씨는 현대정유를 맡아 현대에서 떨어져 나갔다. 처남이자 동업자인 김영주씨는 한국프렌지로 독립했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등 주요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형제간 분가뿐 아니라 2세들간 후계구도에서도 다른 재벌에선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을 채택했다. 현대 2세들은 현대의 테두리 안에서 각 계열사의 창업과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그룹 내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져왔다.

정명예회장은 모두 8남1녀를 두었다. 교통사고로 일찍 타계한 장남 몽필씨를 대신해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해온 몽구(MK)씨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소그룹을 관장하고 있다.

3남 몽근씨는 금강산업개발(현대백화점) 계열사를 맡아 계열 분리했고, 5남인 몽헌(MH)씨는 현대그룹 법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자 상선 건설 종합상사 증권 등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알루미늄 회장이었던 4남 몽우씨는 90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6남인 현역의원 몽준씨는 알짜배기 기업인 중공업의 대주주로 남아 있다.

7남인 몽윤씨는 현대할부금융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을 맡아 이미 그룹에서 분리했다. 8남 몽일씨는 현대기업금융을 맡고 있다. 고명딸 경희씨 남편 정희영씨는 종합상사 중공업 사장 등을 맡다 지금은 선진해운 천마산스키장 등 독자적 살림을 꾸리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이런 후계구도는 재산 분배를 둘러싼 형제간 분쟁을 사전 방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정명예회장의 이런 의도는 최근까지는 성공해 왔다. 3남 몽근씨와 7남 몽윤씨는 이미 지분 정리를 끝내고 현대에서 분가해 나갔고, MK가 자동차소그룹을 이끌고 분리해 나가면 현대 법통은 MH가 승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참이었다.

그러나 MK와 MH간 분쟁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그리고 두 형제간 분쟁 앞에서는 정명예회장의 권위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현대 주변에서 “정명예회장의 건강 상태가 극히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 관계자들은 형제간 싸움이 현대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주간동아 2000.04.06 228호 (p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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