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8

2000.04.06

정당의 ‘친절도’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입력2006-04-19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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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없는 밥은 먹을 수 있지만 불친절한 것은 견딜 수 없다”고 주장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딜 가든 기준이 ‘친절도’다. 상대가 친절하다면 어지간한 것은 믿고 그냥 넘어간다. “친절한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게 그 친구의 지론이다. 백화점은 물론 은행, 기업체, 관공서까지도 ‘친절하기’를 제일 덕목으로 하는 것이 요즘이다.

    정치권은 어떨까. 선거운동현장에 가보면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도우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우미들의 웃는 얼굴과 고운 목소리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표심을 흔들어 놓는다. 출마자들 또한 유권자들을 향해 90도로 절하거나 큰절을 하며 표만 준다면 간이라도 빼줄 듯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선거운동할 때의 마음으로’ 정치활동을 한다면 정치에도 친절이라는 단어가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현장과 한 발짝 떨어진 당사를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입구에는 ‘국민과 가까이!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큰 간판이 걸려 있다. 정치야말로 국민의 애환을 보듬어주고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이 요체라고 할 때 이보다 적절한 어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당사 입구에는 항상 짧은 머리에 검은 점퍼를 입은 전경들이 무전기를 들고 3, 4명씩 앉아 있다. 당사를 자주 찾지 않는 일반인들의 경우 편안함보다 위축감이 먼저 찾아들 것 같다. 민원인의 대부분이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이들이다. 주변에 시위라도 있는 날이면 전경들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며 의심어린 눈초리로 묻는다. 한 공무원은 “정당이 국민과 거리감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 살벌한 것 같다.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세 번 검문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안내인이 두 명 있지만 ‘서비스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민국당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원인들이 오든 가든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한 마디 말이 없다. 그런데도 당사 밖에는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는 지난 98년 7월1일부터 한 용역업체에 안내를 맡겼다. 8명의 여자 직원들이 네 명씩 조를 이뤄 하루 두 시간씩 교대하며 단정한 미소로 민원인들을 맞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리과 관계자는 “안내를 용역업체에 맡긴 이후 돈도 적게 들고 민원인들의 평가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각 정당은 안으로는 보안을 철저히 하면서도 밖으로는 국민에게 철저하게 봉사하는 서비스정신을 갖춰야 한다. 한 번쯤 백화점이나 항공사 직원들로부터 ‘서비스 교육’을 받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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