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친환경차 시장의 ‘헝거 게임’

日 수소차 상용화 단계 진입

수소차 개발에 사활 건 혼다·도요타·닛산…정부는 수소주입기 확대·차 값 보조금 적극 지원

  • 이규석 동북아국제문제연구소장 ja4514@naver.com

    입력2016-07-25 16: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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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본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수소전지차)다. 수소전지차는 주행 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의 ‘마지막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일찌감치 알아챈 일본 정부는 수소전지차를 생산하는 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수소전지차 보급과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수소전지차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혼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형 수소전지차를 출시하고 있고, 일본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선점하고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혼다는 3월 수소전지차 ‘클라리티 퓨얼 셀(Clarity Fuel Cell)’ 판매를 시작했다. 클라리티 퓨얼 셀은 수소를 가득 채워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750km로, 2014년 도요타가 출시한 수소전지차 ‘미라이’보다 100km나 더 달릴 수 있다. 세계 최초 5인승(세단형) 수소전지차이며 수소 충전 시간은 3분 정도로 가솔린차 연료 주입 시간과 비슷하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리스판매’를 시작해 보급을 늘리고 있으며, 올해 200여 대 판매가 목표다. 내년 후반기부터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해 보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뿐 아니라 올해 안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사장은 “클라리티 퓨어 셀이야말로 친환경 자동차의 마지막 대안”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단점은 높은 가격. 클라리티 퓨어 셀은 대당 766만 엔(약 8200만 원, 도요타 ‘미라이’는 약 7800만 원)이다.

    혼다는 이번 수소전지차 개발과정에서 2개의 극소화 전략을 펼쳤다. 먼저 수소전지차의 심장인 연료전지 스택의 크기를 확 줄였다. 연료전지 스택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케 해 전기를 출력하는 ‘심장’과도 같은 부품으로, 이번 최신형은 2008년 모델과 비교해 33%나 작다. 설치 위치도 차체 내에서 차 앞부분 보닛 내부로 바꾼 덕에 실내 공간이 더욱 넓어져 4인승에서 5인승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골프백도 3개나 실린다고 한다. 연료전지 스택이 뒷좌석 대부분을 차지하던 구 모델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으로 도요타 추월한 혼다

    연료전지 스택 내에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셀이 약 400개 겹쳐져 있는데 이 셀의 두께 또한 2008년 모델보다 20%나 얇아졌지만 발전량은 오히려 50~60% 늘었다. ‘기계는 작게, 공간은 넓게’라는 혼다의 전통 기업철학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실 수소전지차 상용화에 먼저 나선 것은 도요타다. 2014년 말 수소전지차 미라이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회사의 중·장기 목표인 ‘도요타 환경 챌린지 2050’을 발표했다. 이는 2050년 도요타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2010년과 비교해 90%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 수소전지차 판매량을 연간 3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함께 밝혔다. 이번 혼다의 역습으로 수소전지차 경쟁에서 추월당한 꼴이 돼버렸지만 앙갚음하기 위해서라도 도요타는 앞으로 수소전지차 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자동차 회사 닛산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다. 닛산은 6월 14일 사탕수수 등으로부터 추출한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한 새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료전지를 먼저 택배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밴에 탑재해 2020년쯤 시판하겠다고 밝힌 것. 이는 차 뒤편에 있는 연료탱크 속에 바이오에탄올을 넣고 뒷바퀴 윗부분에 연료개실기를 다는데, 이 개실기에서 바이오에탄올이 수소로 바뀐다. 수소가 생성된 뒤의 과정은 다른 수소전지차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결국 닛산이 개발한 바이오에탄올 연료차도 수소전지차의 일부라 볼 수 있다. 사탕수수 등 식물원료에서 수소를 뽑아 쓰느냐, 물에서 수소를 뽑아 쓰느냐가 다를 뿐이다. 바이오에탄올은 미국과 브라질에서 들여올 예정이며, 2020년 출시 가격 또한 타사의 수소전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 가능할 것이라는 게 닛산 측 생각이다. 또한 닛산은 이미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시작한 선진국뿐 아니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신흥국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일본 전역에 수소주입기 설치 중

    하지만 수소전지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연료주입기, 즉 수소주입기의 상용화다. 2014년부터 이와타니산업이 수소충전소을 짓고 있지만 그 비용이 대당 5억 엔(약 53억7000만 원)이나 든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수소충전소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에 2015년 11월 기준 전국 80여 곳에 상용 수소충전소가 들어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도시에만 몰려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혼다는 상용 수소충전소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들이 직접 상용 수소충전소가 없는 곳부터 ‘스마트 수소스테이션’(SHS)을 지으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SHS는 높이 3m에 넓이는 7.5㎡로 기존 가솔린 주유소와 비교해 20분의 1 또는 30분의 1 크기다. 수소 저장량은 19kg으로 수소전지차 4.5대가 달릴 수 있는 양이다. SHS 설치비용은 대당 5000만 엔(약 5억3000만 원) 정도로 이 또한 싸다고 할 순 없지만, 상용 수소충전소에 비하면 10%밖에 안 된다. 혼다는 급한 지역부터 SHS를 설치하고 상용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면 이 SHS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소전지차를 상용화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차량 구매 부담을 줄여야 한다. 혼다는 수소전지차 가격을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차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각 가정에 SHS를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환상의 친환경 자동차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일반차’로 탈바꿈하는 데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혼다는 세계 수소전지차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3월 17일 혼다 수소전지차를 리스 형태로 구매한 일본 경제산업성은 몇 번의 시연 후 “수소 사회로의 첫걸음이 시작됐다”며 감탄을 연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제산업성은 상용 수소충전소를 2025년까지 320곳으로 늘리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수소충전소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규제 완화(예컨대 이용자가 직접 연료를 넣는 셀프 방식 허용)를 통해 수소충전소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수소전지차 보급 대수는 혼다와 도요타를 합해 약 500대에 달한다. 경제산업성은 자동차회사에 기술개발을 지원하되, 회사 자체적으로도 제조비용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30년 수소전지차 보급 대수를 80만 대로 늘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과연 현실로 이뤄질지 한국 정부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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