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2016.07.20

경제

학습지 위기 탈출 “성인이 답”

학령인구 감소로 고심하던 대교, 교원…수익성 높은 성인용 마케팅 쏠쏠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7-19 11: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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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춤하던 학습지 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그간 학습지 업계는 매출이 감소일로에 있었다. 전통 소비자층인 학령인구(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다니는 3~17세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 강의, 태블릿 체험학습도구 등 다양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오래된 교육매체인 학습지는 설 자리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학습지 업계의 구원자는 뜻밖에도 성인이었다. 직장일과 집안일로 바쁜 성인들이 어학을 공부하려고 학습지를 찾기 시작한 것. 일단 학습지는 가격경쟁력과 확실한 진도 관리를 장점으로 내세워 성인을 공략했고 이런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성인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학습지 업체는 너도나도 성인 대상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학습지가 성인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 증권가도 교육 관련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학 기초 다지기엔 학습지가 ‘가성비’ 최고

    직장인 김모(25·여) 씨는 대학 시절 학습지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김씨는 “일본어 공부는 하고 싶은데 비용이 부담돼 고민하던 중 초중교 시절 풀던 학습지가 생각났다. 전화로 문의하니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해 학습지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습지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며 학습지 교육 효과에 만족스러워했다.

    김씨 외에도 많은 성인이 학습지로 어학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 수는 2013년 12월 말 대비 47.4%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성인 회원 증가율이 20.6%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어른도 학습하는 구몬’이라는 별도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구몬학습 관계자는 “지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인 회원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를 내지는 않았으나 성인 가입자 가운데 직장인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성인이 학습지를 찾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20만~30만 원인 학원이나 10만~20만 원인 인터넷 강의에 비해 학습지는 무척 저렴하다. 구몬학습은 월 2만9000원, 대교는 3만 원으로 학원의 8분의 1, 인터넷 강의의 4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는 보통 1~2시간 따로 시간을 내 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학습지는 본인 실력에 맞게 학습량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 영어 학습지로 공부한 직장인 유모(25·여) 씨의 말이다.

    “매장에서 외국인 손님을 자주 대하게 되는 직업 특성상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초 교재였다. 학창시절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해 기초지식이 부족했는데 시중에 기초부터 잘 설명해주는 성인용 교재가 없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의 소개로 학습지를 선택했다. 기초적인 내용 설명도 잘돼 있었고 무엇보다 학습지 강사가 매주 진도를 확인해주니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가정주부 이모(33·여) 씨는 독학으로 공부해 중국어 회화를 구사하는 수준이 된 사례. 이씨는 “기초는 학습지로 다졌다. 기본 발음과 문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고, 매주 학습관리 강사가 와서 진도를 확인해주니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습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는 매우 좋은 편이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학원이나 전화회화 등을 추천한다. 학습지는 회화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해 중·상급도 계속 독해 위주로만 공부하게 된다”고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업계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었다. 구몬학습 관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꼼꼼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어 어학 공부를 처음하는 사람일수록 학습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2~3년 이상 꾸준히 공부해온 사람은 대부분 회화 프로그램을 원하는데 이때는 학습지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습지 업계 반등의 디딤돌

    학습지 업계는 새로운 시장인 성인 회원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이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교는 성인을 위한 중국어 전문 교육 프로그램 차이홍 비즈(BIz)를 강화하고 있다. 대교 관계자는 “국어, 영어 등 일반 교과목을 중심으로 한 ‘눈높이’ 학습지보다 가격이 비싼 대신(월 13만9000원), 수업시간이 길고 원어민 강사가 학습 내용을 관리해주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통한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어를 배우려는 성인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 말 19.6%에 불과하던 차이홍 비즈의 성인 회원은 지난해 5월 말까지 22.3%, 2015년 말까지 26.2%로 늘었다. 구몬학습도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인 회원을 위해 홈페이지에 ‘어른도 학습하는 구몬’ 탭을 추가했다.

    이처럼 학습지 회사들이 변신에 나선 것은 전통 고객인 초등학생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868만 명이던 학령인구는 2030년 663만 명으로 23.6%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학습지 업계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새로운 사업이나 시장을 개발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교는 성인시장 개발을 통해 현상 유지를 넘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차이홍 비즈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 것. 중국어를 배우려는 성인층이 늘어나면서 B2B(business to business)사업 부문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대교는 2015년 차이홍 비즈 사업에서 영업이익 12억 원을 거둬 2014년과 비교해 144.2% 증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승욱 SK증권 연구원은 “대교는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눈높이’에서는 유아 대상 상품을 중심으로, 차이홍 비즈에서는 수익성 높은 성인 회원을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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