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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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은 또 다른 나의 얼굴”

전시회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전’

  • 김현미 기자 kimzinp@donga.com

    입력2016-07-12 1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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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성과 별, 우아한 팔다리로 춤추는 여인, 황금 깃털 도마뱀, 그리고 새.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한 기호와 형태 속에 ‘또 다른 나의 얼굴’이 있다. 물론 그것은 가면을 벗어야 보인다.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1893~1983)는 ‘야생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생성이라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나는 물론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거칠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이는 이를테면 일종의 가면인 것이다.”

    굵거나 가늘거나 자유롭게 뻗어나간 선들이 만들어낸 면을 원색들이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선사시대 바위 그림과 흡사하다. 그 그림들은 주술적 힘으로 시선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9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전’에서는 유화 외에도 드로잉, 조각, 콜라주, 일러스트, 태피스트리 등 264점을 선보인다. 모두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과 미로의 유족이 경영하는 ‘석세션 미로’가 소장한 작품들로, 미로의 마지막 창작시기인 1956~81년 제작된 것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미로는 야수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에서 다양한 요소를 받아들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양식을 만들어낸 화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56년부터 83년 사망할 때까지 그는 어머니의 고향 마요르카 섬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했다. ‘마요르카에서의 완숙기’로 표현되는 이 시기 작품들은 자연, 꿈, 인체, 문자, 시, 음악 등 우연히 마주친 사물을 묘사하고 있지만 수백 번에 걸친 개작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창조하고자 했던 미로의 열망이 담겨 있다. 필라르 바오스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 전시감독은 “이 시기에 이르러 미로는 전보다 더 규칙위반자적, 반체제주의자적 양상을 띠며 공격적이고 야생적인 면모를 보이나, 이는 사려 깊고 시정이 풍부한 그의 또 다른 모습과 공생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호안 미로 작품의 근원 △시, 기호, 리듬, 절제와 명상 △마요르카, 창조적 공간 △말년의 열정, 독창적 색과 표현 △자연의 도식화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되며, 미로의 창작 공간인 작업실을 재현해 그의 손때 묻은 소품과 작업도구, 미완성작 등 103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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