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사회

식당용 물수건, 물티슈가 수상해

업계 “형광증백제 여전히 사용, 단속 안 두려워”…물티슈 관련법은 폐기된 채 17년간 방치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7-01 15: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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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김모(34) 씨는 식당에 갈 때마다 꼭 비닐봉지에 든 ‘위생물수건’(물수건)을 사용한다.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 게 손 씻기보다 간편하기 때문. 여름철에는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도 닦는다. 김씨는 “촉촉한 물수건이 피부에 닿으면 시원해 더위를 식히고 땀도 닦을 겸 쓴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물수건을 쓰는 소비자가 흔하지만 안전성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많다.

    식당용 물수건의 안전성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2012년에는 한 물수건 위생처리업체(세탁업체)가 서울·수도권에 공급한 물수건에서 중금속과 형광증백제 성분이 검출됐다. 2011년에는 서울에서 물수건 위생시설을 불법운영한 업체 15곳이 적발됐고 이들 업체의 물수건에서도 중금속, 형광증백제 성분이 검출됐다. 형광증백제는 피부질환과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졌는데, 이 물질은 음식물 얼룩이나 기름때를 제거하는 세제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4~5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는 물수건 유해성분으로부터 안전할까.

    식품위생법 제36조가 규정한 위생물수건의 정의는 ‘식품접객업소에서 손 세척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 살균, 소독 등의 방법으로 위생적으로 처리해 포장한 물수건’이다. 한 번 사용한 물수건은 위생처리업체를 거쳐 재활용되는데 업자들이 밝힌 재활용 순환 단계는 이렇다.



    공장 전용 세제, 무시무시한 세탁 공정

    “식당은 손님이 쓰고 난 물수건을 모아뒀다 2~3일에 한 번씩 물수건 위생처리업체에 보낸다. 업체는 물수건 수백~수천 장을 대형 세탁기계에 넣어 돌리고, 세탁한 물수건을 냉장 보관했다 식당으로 반환한다. 물수건 장당 세탁비용은 약 50원이며 물수건 1장은 해져서 못 쓰게 될 때까지 20~30회 재사용된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1월 고시한 ‘위생처리업의 위생관리기준’을 보면 물수건 세탁 방법과 세제가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기준 가운데 ‘오염이 심한 물수건의 처리방법’은 △적당량의 세제를 사용해 반복 세척하거나 △가성소다로 전처리를 하거나 △적당량의 효소제로 전처리를 하게 돼 있다. 소독이나 표백 효과를 높이고자 염소제 등 표백제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형광증백제는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간동아’ 취재 결과 많은 물수건 위생처리업체가 이런 의무규정을 여전히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물수건 위생처리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들은 독성이 강한 세제와 형광증백제를 물수건 세탁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음식 얼룩이나 기름때는 일반 세제로 완전히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자국을 없애려고 형광증백제를 사용하는 관행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수건업체들은 정부의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제 단속한다는 소문이 돌면 ‘다음 달은 적자로군’ 하고 만다. 벌금을 내거나 영업정지가 끝나면 예전에 하던 불법 세탁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고 전했다.

    수소문 끝에 입수한 물수건 위생처리업체의 세탁공장용 세제 성분표를 보면 형광증백제가 물수건 세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분표에는 세제에 들어간 성분을 ‘알칼리, 계면활성제, 경수연화제, 형광증백제, 기타’로 표기하고 있으며 ‘세탁공장용이므로 가정용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적시돼 있었다. 성분표에 적힌 ‘유해위험 및 예방조치 사항’은 해당 세제의 독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문구는 충격적이었다.

    ‘피부에 심한 화상 또는 눈에 손상을 일으키며 중추신경계, 전신 독성 등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음. 사용 후 피부를 철저히 씻고 보호장갑·보호복·안면보호구를 착용할 것. 피부에 묻었을 경우 오염된 의복을 벗거나 제거하고, 피부를 흐르는 물로 씻어내며, 흡입 시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기고 안정을 취하게 할 것.’

    이 세제의 권장 사용량은 세탁물 kg당 15g인데, 독성 경고문 내용대로라면 물수건 세탁에 사용된 세제는 소량으로도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세제는 병원, 숙박업소의 침대나 베개 시트 세탁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독한 세제를 써야 체액이나 핏자국 등을 없애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병원이나 숙박업소의 침대를 사용한 후 피부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화학세제 독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각 식당에서 물수건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는 믿고 쓸 수 있을까. 식당에서 쓰는 ‘위생물티슈(위생종이)’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유통기한, 성분 표기 의무가 없다. 따라서 포장을 뜯기 전에는 어떤 상태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위생물티슈 10개를 수거해 확인한 결과 모든 제품에는 ‘공중위생법에 의한 품질표시’ 아래 제품명, 제조일자, 허가번호, 규격, 제조원, 반품 장소 및 연락처가 나와 있었다.



    식당 위생물티슈 방부제 사용 논란

    하지만 정작 주성분(정제수, 향료 등)이 표기된 위생물티슈는 2개에 불과했다. 그중 제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위생물티슈를 확인했더니 물기가 말라 있었고 화학제품 냄새가 풍겼다. 제조업체 S기업의 한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물티슈의 유통기한은 1년이다.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는 영업 기밀이고 해당 제품은 물티슈 원단(펄프, 스판레이스)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물티슈에는 방부제 성분인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또는 그와 유사한 물질이 전체의 0.001% 정도 들어간다. 간혹 ‘무방부제’라고 홍보하는 물티슈업체가 있는데, 방부제를 안 넣으면 원단에 곰팡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형광증백제는 식품에는 첨가가 금지될 정도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며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위생물티슈에 들어가는 파라벤 등 방부제는 물티슈 원단의 부패를 막는 것 외 살균, 소독 기능은 별로 없다. 또한 대량의 방부제는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차라리 비누로 손을 씻는 게 세균 감소와 건강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당에서 쓰는 위생물티슈는 1999년 정부 규제의 법적 근거가 됐던 ‘공중위생법’이 폐기되면서 그동안 관리가 소홀했지만,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나서 소관 부처로서 관리기준을 따로 마련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위생물티슈의 안전성과 관련한 법이 미비했던 게 사실이다. 위생물티슈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보건복지부에서 일일이 감독하기 어려웠던 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식약처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면 위생물티슈도 이전보다 엄격하게 관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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