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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왕조’ 예고

승률 7할대로 시즌 30승 달성, 전략적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의 뒷심 보여줘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5-30 17: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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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의 우승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이기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삼성의 5년 연속 챔피언 도전을 저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극적인 우승이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전력은 페넌트레이스 때와 많이 달랐다. 검경의 불법 해외 원정도박 수사로 선발 에이스 윤성환과 불펜 에이스 안지만, 그리고 마무리 임창용을 모두 기용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주축 투수들의 이탈 영향으로 팀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김현수 공백, 신예 선수들이 메워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정상에 올랐지만 과거 우승을 차지한 신흥 강호처럼 프로야구 리그에서 새로운 왕조를 열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3위로 시즌을 마친 전력, 단기전에서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지만 완전치 않은 삼성을 상대로 거둔 우승 등은 올 시즌 전망을 어둡게 했다.

    특히 두산은 지난 9년간 팀의 주축 타자였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우승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팀 타선에서 28홈런 121타점이 사라진 셈이다. 중심 타자 이탈은 앞뒤 타자는 물론 1〜2번 테이블세터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산이 자랑하는 견고한 타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큰 변화였다. 또한 두산은 개인 통산 2000안타 기록을 가진 베테랑 홍성흔이 크고 작은 부상을 겪고 있어 중심 타선의 공백이 더욱 커 보였다. 여기에 모기업 위기설과 감원 과정에서 나온 사회적 논란 등 외부 환경에도 악재가 많았다. 그룹 계열사가 구조조정 중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수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도 맞았다.





    그러나 두산은 2016 KBO 리그 개막과 함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5월 24일 두산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 30승에 도달했다. 30승을 거두고 12번 졌으며 한 번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률은 0.714에 달한다. 2위 NC가 22승을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공격과 수비, 투타 전력도 압도적이다. 팀 방어율은 3.99로 리그 2위, 선발투수의 6이닝 3실점 이하 투구 퀄리티 스타트는 24회로 전체 1위, 선발 방어율은 4.19로 1위, 구원 방어율은 3.67로 2위다. 리그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지만 팀 홈런은 56개로 전체 1위, 팀 타율은 유일하게 3할 이상인 0.311,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80에 이른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야구해설위원은 “두산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신예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1군에서 꼭 기회를 주는 팀이다. 수년간 좋은 선수가 계속 나올 수 있었던 힘이다. 올해도 김현수가 떠났지만 김재환이 홈런 1위를 달리고, 박건우가 3할을 치고 있다”며 “새로운 젊은 선수들과 함께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한 단계 더 크게 발전한 모습이다. 수비는 더 과감하면서도 견고해졌다. 우리 수비가 최고라는 믿음이 보인다. 투수들도 그런 수비를 신뢰한다. 타선에도 자신감이 있으니 초반 실점을 해도 역전할 수 있다는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 야구해설위원은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승하면 큰 성취감이 생기고 자신의 플레이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이는 매우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한 단장 출신 구단 최고경영자

    두산은 지난 10년간 4번의 우승 도전에서 실패했다.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단 1승만 남겨놓고 무너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승과 함께 주전 선수들의 야구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고, 신예 선수들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강한 전력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올 시즌 3번 타자로 활약하는 민병헌은 “모든 선수가 잘하고 있는데 내가 뒤처지면 큰일 나겠다, 최소한 내 몫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하니 부담 없이 더 잘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 1위를 달리는 김재환의 재발견은 두산 타선의 큰 힘이다. 중심 타자 오재일도 이제 유망주의 껍질을 완전히 벗었다. 새로운 얼굴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팀 내 최고 인기 스타이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마저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매우 건강한 상황이다. 두산은 시즌 초반 전력은 완벽했지만 팀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큰 사건과 맞닥뜨렸다. 5월 10일 투수 노경은의 임의탈퇴가 발표됐고 이어 번복, 다시 노경은이 김태형 두산 감독을 사실상 정면 비판하는 충격적인 발언이 공개됐다.

    감독의 절대적인 리더십과 팀 장악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KBO 리그에서 현역 선수가 소속 팀 감독과 공개적으로 맞서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용은 강한 어조의 질책, 기술적 측면의 변화 지적 등이다. 자칫 어수선해지거나 팀 내 불신이 쌓일 수 있는 큰 사건이었지만 두산 프런트는 노련하고 의연하게 대처했고, 김 감독도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 빠르게 봉합됐다.

    김 감독은 수비형 포수 출신이다. 조범현 kt 위즈 감독, 김경문 NC 감독의 뒤를 이어 베어스 포수 출신 명감독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포수 출신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투수와 포수, 야수는 물론 수비, 공 배합, 작전 등 야구 경기를 이끌어가는 전 영역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포지션 자체가 그라운드 사령관인 만큼 지난해 감독으로 데뷔한 김 감독은 야구 경기의 다양한 파트를 잘 아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초구부터 적극적인 공략을 지시하는 등 섬세함에 공격적인 성향이 더해진 야구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의 리더십 뒤에는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 전문성을 자랑하는 경영진과 프런트가 있다. 다른 팀의 한 프런트 직원은 “두산은 야구단에서 임원, 단장, 사장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팀이다. 직원이 사장을 목표로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은 1984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91년부터 야구단으로 옮겨와 26년째 근무하고 있다. KBO 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단장 출신 구단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야구단 경영에서 가장 오랜 경력, 풍부한 경험을 갖춘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선수단의 신뢰도 역시 그만큼 높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은 선수 출신이자 구단 내에서 다양한 현장 실무를 쌓은 베테랑이다. 상당수 구단이 여전히 다른 계열사에서 단장과 사장을 발령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잦은 시행착오와 현장과의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다.

    두산은 개막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NC와 승차를 계속 벌리며 독주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두산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상당수 야구인은 ‘삼성 왕조’의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혼돈의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지만 두산은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새로운 절대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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