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0

..

정치

“‘촛불에 이념공세 해달라’ 요청” 광우병 집회 반대시위 정부 개입 의혹

‘노노데모’ 핵심 회원들 “청와대·국정원 시위 관련 다양한 주문”…주요 운영자는 국정원 산하조직 직원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6-05-27 16:39:4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오래전부터 보수성향 단체나 활동에 개입해왔음을 시사하는 증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는 과격불법시위행위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져 주목받았던 인터넷 카페 ‘과격불법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nonodemo). ‘주간동아’는 당시 이 카페의 운영진과 핵심 회원으로 활동하던 인물 4명으로부터 “정부 당국 관계자들과 기존 보수단체가 이 모임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 시도한 것으로 안다”는 공통된 증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노데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일 당시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단체다. 그해 6월 처음 만들어지고 일주일 만에 1만 명, 2개월 만에 4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촛불집회 반대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계기는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를 지낸 황장엽 당시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 그해 7월 2일 지지 의사를 담은 편지를 노노데모 측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이 모임은 단체 이름을 내걸고 지상파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당시 노노데모에 관여했던 이들의 설명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임 초기 활동에서 핵심 운영진 가운데 한 명이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2014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으로 개칭) 직원이었다는 사실. 이 인물이 단체의 초기 방향 설정이나 운영 방식 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관여한 이들이 모두 인정하는 바다. 예컨대 황장엽 전 위원장의 지지 편지가 바로 이 운영자의 작업 결과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노데모 활동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이 조직에 접근해 다양한 주문을 했다는 증언이다. 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원 국내파트 관계자들을 그 주체로 지목한 당시 노노데모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들이 ‘격려’를 이유로 회원들에게 접근해 조직 운영이나 시위 방향 등을 두고 요청사항을 전달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견과 갈등이 모임 내에서 상당히 심각했다는 게 그 골자다.

    이 무렵 노노데모 회원으로 활동하던 한 핵심 관계자는 “초기 운영진 사이에서는 촛불집회와 이념적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건전 시위문화 정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국정원 등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회원들이 ‘촛불집회에 종북 등 이념적 공세를 가해야 한다’는 주문을 전달하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영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핵심 회원들을 만나 식사 등을 대접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얘기는 모임 내에서 공공연한 일이었다”며 “모임 특성상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일종의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때문에 이들 자리에서 나온 요청을 단체 운영회의 등에서 관철하려 애쓰는 회원이 수시로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2008년 6월 이후 연말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관련 기사가 1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노노데모는 그해 12월 운영진 내부에서 심각한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서 내홍을 겪는다. 기존 운영진이 대부분 동의 없이 강제탈퇴 처리를 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 한 초기 관계자는 당시 사건에 대해 “노노데모가 ‘젊은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라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이를 실질적인 하부조직으로 흡수하고자 했던 기존 보수단체나 필요에 따라 활용하고 싶어 하던 당시 정부의 섣부른 개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국정원 측 “전혀 관계없다”

    또 다른 초기 관계자는 “외부세력을 등에 업은 일부 회원이 극단적 이념 공세만 반복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면, 젊은 우파의 목소리가 지금의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처럼 비판 대상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보수단체와 차별화를 꾀했던 운영진들이 단체 내부에서 ‘좌파’로 몰리며 강제탈퇴당하는 일이 반복됐고, 이에 실망한 많은 회원이 모임을 떠났다는 주장이다. 현재도 노노데모 카페는 남아 있지만, 글을 올리는 회원이 하루 10명이 안 될 정도로 활동은 미미한 편이다.

    일련의 증언과 관련해 초기 핵심 운영진이던 당시 국정원 산하 연구소 직원은 ‘주간동아’에 “국정원이나 연구소와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활동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국정원 측은 5월 26일 ‘주간동아’의 질의에 “노노데모라는 단체는 국정원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국정원 관계자들이 노노데모 회원들에게 2008년 촛불집회 당시 ‘합법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보내왔다. 국정원 측은 “운영진으로 활동했다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직원은 연구소의 만류에도 자의적으로 개인 대외활동을 하다 징계 해고 처분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직원의 해임 처분은 수년 뒤의 일로 노노데모와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었다는 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 이와 관련한 ‘주간동아’의 추가 질의에 국정원 측은 “허가받지 않은 대외활동 징계가 누적돼 해임된 것이며, 이전 징계 사유 중 노노데모 건이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주간동아’는 “국정원 관계자들이 이 단체를 접촉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지, 만나기는 했으나 요청이 없었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추가로 질의했으나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