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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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재테크

보험 가입 낭패 보지 않는 법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 보험구조 반드시 알아둬야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입력2016-05-24 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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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이해가 안 되잖아요, 이해가.”

    고객이 정말 답답하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오래전 이혼한 남동생이 재혼 후 아들을 낳고 세 살 때까지 잘 키우며 살았는데 뜻하지 않은 병으로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한다. 애통함 속에서 장례를 치른 다음 동생 유품을 정리하다 오래된 보험증서를 발견했는데, 알아보니 동생이 생전에 가입해둔 5000만 원짜리 생명보험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보험사 측에 청구하니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이혼한 전 부인 앞으로 돼 있다며 지급을 거절당했다고. 처음엔 이해도 되지 않고 황당했지만 결국 다른 도리가 없어 수소문 끝에 전처를 찾아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처가 왜 자기 보험금을 가로채려 하느냐며 싸움이 벌어졌다. 전처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터였고, 그 생명보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매월 8만 원 정도 되는 보험료가 지금까지 그 전처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생의 사망보험금이 현 미망인과 어린 아들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이혼해 이미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전처에게 돌아가게 생겼으니 오죽 답답하고 억울하겠는가.

    예·적금, 펀드, 부동산 같은 자산소유권이 대부분 ‘명의자=소유자’의 일대일 관계로 이뤄지는 반면, 보험은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라는 좀 복잡한 관계로 구성돼 있다. 물론 여기서 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도 많다. 즉 나 자신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한 후 내가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 역시 내가 받는 경우다. 그러나 내가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료는 내가 내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다른 사람(배우자 혹은 자녀 등)으로 정할 수도 있다.





    상속·증여세 면제 통로로 활용

    알다시피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 체결에서 해약까지 권리를 갖는 대신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단, 가족의 경우 꼭 계약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가족이 보험료를 대신 낼 수 있다. 그리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 즉 피보험자는 그 사람에게 어떤 일(사고나 질병, 사망 등)이 생겼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 대상자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수익자는 보험금을 실제로 지급받는 사람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는 언제든 필요한 절차를 거쳐 변경할 수 있지만, 피보험자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험 가입 대상자인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금융상품들과 달리 왜 보험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같은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졌을까. 보험은 ‘만약’을 위한 상품이다. 예를 들면 보험 대상자, 즉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수도 있고 설령 생존해 있더라도 의식불명이나 심각한 장애 등으로 법적 권리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즉 피보험자의 이익을 대신해 행사할 다른 누군가의 존재가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보장성보험은 기본적으로 ‘선의(善意)’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즉 다른 누군가의 ‘만약’에 대비해 내가 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 어린 자녀(피보험자)를 위해 부모(보험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대신 내는 경우다. 이때 그 자녀에게 ‘만약’의 일이 생기면 약속된 보험금을 부모가 대신 청구하고자 부모를 보험수익자로 해두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이유에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동일인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생활상의 편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는 남편(피보험자)의 보험을 전업주부(보험계약자)인 아내가 알아본 후 가입하기도 하고, 시간 내기 힘든 남편을 대신해 수술비나 치료비 등 보험금을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아내를 보험수익자로 정하기도 한다. 자녀들 보험도 마찬가지다.

    둘째, 세금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료 소득공제라든가, 상속세나 증여세 등이 그런 관계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부자가 절세를 위해 가입하는 고액 보험은 대부분 이런 목적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와 다르더라도 적어도 피보험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보험수익자가 누구로 지정됐느냐에 따라 다소 복잡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사망한 남자와 오래전 이혼한 전처의 처지에서 보면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전남편으로 돼 있지만 보험수익자는 여전히 그 당시 아내, 즉 자신으로 돼 있고 보험료도 그가 내고 있었다. 그러니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설령 전처가 보험료를 내지 않았더라도 보험수익자로 등재돼 있는 한 보험금을 받을 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생명보험 수익자는 피보험자의 동의를 전제로 등재되고 변경할 때도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사망한 전남편이 보험계약서의 보험수익자를 다른 사람(현재의 아내)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전처와 이혼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전처에게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빚 상속 포기, 사망보험금 인수 가능

    물론 보험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법정상속인’으로 정할 수도 있다. 단, 민법에 따라 상속 우선순위와 상속 비율을 정해야 하며, 그 가운데 누구를 대표로 지정할 때는 나머지 사람들의 위임장도 필요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소 복잡할 수도 있다. 사망보험금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알아두면 좋은 내용은, 피보험자 사망으로 받게 될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보험수익자의 고유 재산이란 점이다. 따라서 사망한 피보험자(부모)에게 빚이 많아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도 부모가 가입해둔 보험계약에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은 보험수익자의 고유 재산으로 인정된다. 설령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채권자에게 뺏기지도 않는다.

    대체로 보험 계약 시 만기환급금, 상해질병보험금, 사망보험금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보험수익자를 각각 지정하고 있다. 물론 세 가지 영역 모두 보험수익자를 따로 지정할 수도 있고, 한 사람으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망보험금만큼은 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를 겸할 수 없다. 그때는 이미 피보험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주피보험자, 종피보험자 등을 구분해 부부 혹은 가족이 보장 내용을 달리해 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만약 이혼으로 가족관계가 상실되면 그 보험에서 종피보험자 자격도 함께 상실되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에 비해 이혼 등 가족관계 변화가 늘어나고 있다. 설령 그런 일이 없더라도 보험관계는 잘 챙겨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대신 가입한 자녀 보험 가운데 자녀가 결혼해 독립된 가정을 꾸린 후에도 보험수익자가 여전히 부모로 돼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부부나 가족이 가진 보험증권에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관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 또한 그것들을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만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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