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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현대家 잔혹사

현대重·현대百 고전, 나 홀로 잘나가는 현대車

조선·소비 불황 계속…‘전기차 시대’ 준비 안 된 현대車의 고민

현대重·현대百 고전, 나 홀로 잘나가는 현대車

현대重·현대百 고전,  나 홀로 잘나가는 현대車

현대중공업은 저유가 등으로 인한 조선 경기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월 5일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제공·현대중공업

현대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그룹을 자동차, 건설, 전자, 중공업, 금융 등 5개 소그룹으로 분할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결국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 부문을 가져가고 5남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건설과 상선, 6남인 정몽준 전 의원이 중공업, 그리고 남은 형제들이 백화점과 보험 등을 나눠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현재 승승장구하는 곳은 자동차에 더해 2011년 건설까지 가져간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뿐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맞으면서 2014년 당시 20만 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4월 초에는 10만 원대에서 거래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4분기에는 해양설비 부문 추가 공사손실 충당금 설정으로 영업손실 279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700억 원 정도를 기대하던 시장을 실망시키는 결과였다. 세계적으로 저유가 기조가 아직까지 역력함에 따라 과거 국내 조선업계가 과도하게 투자했던 해양플랜트 부문은 당분간 발주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관련 수주가 전년에 비해 74% 급감하면서 2015년 연간 수주액은 전년 대비 26.7%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은 더딘 수익성 개선과 높은 순차입금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공업·백화점도 불황으로 고전 중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이자 유력 정치인인 정몽준 전 의원도 최근 정치인생에 역경을 맞고 있다. 본래 현대중공업 회장을 지냈으나 정계에 진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관련된 각종 직함을 정리하고 현대중공업 대주주로만 있는 정 전 의원은 13대부터 19대까지 내리 7선을 하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까지 역임했으나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박원순 시장에게 큰 표차로 져 낙선했다. 정 전 의원은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직에도 도전했으나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그 꿈이 좌절됐다. 근래에는 ‘핵무장’ 발언으로 언론에 거론되는 정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인이 된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지출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하나, 실적을 차근차근 끌어올리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3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소비경기 침체에도 ‘2014년 하반기 이후 공격적으로 출점했던 매장들의 효율 개선’과 ‘그룹 전사적인 사후면세점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외래 관광객을 통한 신규 매출 성장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9.4%, 12.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그룹의 후신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단연 독보적이다. 2000년 그룹 계열 분리 당시 매출 규모 기준 세계 11위에 지나지 않던 현대차는 어느덧 세계 5위 자리에 올라 4위인 르노-닛산을 추격하고 있다. 2월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현대차 주식의 목표가를 14만5000원에서 19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등급 또한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올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선호가 증가하는 데 발맞춰 SUV 생산과 판매를 증대하기로 한 현대차의 결정을 높게 평가했다. 이전까지 현대차는 세단 차량 위주의 신차 판매 전략을 추구했는데 이로 인해 △전년 대비 판매량 소폭 증가 △특히 미국에서 차량 재고 증가 △판매 장려를 위해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 증가로 실적이 약화됐다는 게 크레디트스위스 측 지적. 현대차는 세단 차량 판매를 줄이고 한국, 중국, 인도, 미국 시장에서 SUV 판매를 늘릴 계획이며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SU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현대차의 SUV 판매량이 25%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시장 내 재고 차량 수도 감소하고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범현대가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독주는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미래 자동차시장이 전기자동차로 기우는 양상에서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미미한 현대차가 지금 같은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그룹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인 미국 테슬라가 최근 공개한 ‘모델3’의 선풍적 인기는 이러한 우려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모델3는 4월 1일 일반에 공개되면서 예약 주문 접수에 들어갔는데, 단 이틀 만에 25만 대 이상 예약되면서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했다. 기존 세계 최다 판매 전기차는 닛산 ‘리프’로, 지난 6년 동안 20만 대가량이 팔렸다. 닛산이 6년 동안 쌓아올린 판매량을 단 이틀 만에 추월한 것이다. 모델3는 2017년 말에야 인도될 예정인데, 많은 전문가가 실제 인도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예약 주문을 했다.



유지비 ‘제로’ 전기차는 속수무책?

모델3에 대한 거의 열광과도 같은 관심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 ‘전기차도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이 빚어낸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와 3만5000달러(약 4000만 원)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테슬라는 2008년 ‘로드스터’를 통해 스포츠카처럼 날렵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가진 전기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2년 등장한 ‘모델S’는 여느 최고급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테슬라의 명성을 드높였다. 지난해 9월 공개한 전기차 SUV ‘모델X’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 테슬라가 이번에는 모델3를 통해 보급형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다.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외관은 유사하나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내연기관차가 1만 개가 넘는 가동부품(moving parts)으로 이뤄진 반면, 테슬라 모델S에 들어가는 가동부품은 수백 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오일은 물론이고 기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낮다. 테슬라 모델S를 1~2년간 운전한 여러 사람이 유지·보수비로 타이어 교체와 앞유리 워셔액 비용만 들었다고 증언했다. 배터리 용량과 충전 인프라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자동차 정비업계까지 모두 엎어질 수 있는 파괴력이 전기차에 잠재돼 있다.

현대차 또한 1월 하이브리드 차량 ‘아이오닉’을 출시했으며 6월 즈음 같은 차량의 전기차 모델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많이 달라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개발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전기차 양산을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제조 기반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경영진 처지에서 그러한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테슬라 모델3의 깜짝 놀랄 만한 성공 때문에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2009년 ‘아이폰 쇼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이폰 쇼크’는 당시 국내 규제로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아 기존 피처폰 제조에 안주하던 LG전자, 팬택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시판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을 가리킨다. 현대차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전기차발(發) ‘와해적 혁신’이 언제 이를 뒤집을지 모른다.







주간동아 2016.04.13 1033호 (p32~33)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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