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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특집 | 호남은요?

“선거가 참 재미지다” 호남 유권자 행복한 고민

야권분열로 선택권 찾아…문재인 움직이자 고개 돌린 호남 민심

“선거가 참 재미지다” 호남 유권자 행복한 고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23% 지지율로 올해 들어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공천 등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겪고 난 3월 셋째 주 20%로 하락했고, 이후 21%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국민의당 지지율은 창당 직전인 1월 셋째 주 13%로 정점을 찍은 후 창당하고 두 달 가까이 8%대로 하락했다 총선 후보 등록 이후 3월 마지막 주 12%로 크게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뒷받침된 결과로 볼 수 있다. 3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 호남에서 더민주당 지지율은 32%, 국민의당은 22%였다. 그러나 3월 마지막 주 조사 때는 더민주당 27%, 국민의당 30%로 호남에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상승세를 탄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배경은 선거 구도 변화다. 역대 총선에서 호남은 각 정당 공천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총선이 끝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가시권에 들어온 일이 거의 없었던 데다 야권도 선택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 그러나 20대 총선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각 당 공천도 치열했지만, 후보 등록 이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각 당 후보의 선거전이 뜨겁게 불붙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참 재미지다” 호남 유권자 행복한 고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4월 2일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첫 주말 집중유세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율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선거가 참 재미지다” 호남 유권자 행복한 고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왼쪽)가 4월 3일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남 광양시에서 정인화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와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선거가 참 재미지다” 호남 유권자 행복한 고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4월 6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전주권 합동유세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1985년 이후 호남에선 가장 뜨거운 선거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중반 김모 씨는 “1985년 2·12 총선(12대 총선) 이후 이번 총선처럼 뜨거운 선거는 처음 경험해본다”고 말했다.

“한두 번쯤 무소속 후보가 당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총선에서는 민주당(현 더민주당)에서 공천한 사람이 당선했다. 그렇기에 후보 등록 이후 선거운동을 유심히 지켜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 20대 총선은 전혀 다르다. 내가 사는 지역(광주 동남갑)에서 후보 6명이 나왔는데, 세 사람이 관심이 간다. 더민주당 최진 후보는 참신해 보이고, 국민의당 장병완 후보는 현역의원이라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아 유리한 것 같다. 무소속으로 나온 강운태 후보는 광주시장을 지내 잘 아는 편이다. 세 사람 가운데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것을 보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를 찍을지 고민 중”이라 했지만, 그 얘기는 선택을 앞두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기보다 오히려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다.



광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30대 후반 K씨도 “아침마다 남구청 사거리를 지나는데, 총선에 나온 후보들이 참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다. 다들 열심히 하니까 선거에 별 관심이 없던 나까지 덩달아 관심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뿐 아니라 전북 전주의 선거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주에 거주하는 50대 중반의 자영업자 김모 씨는 “선거가 참 재미지다”고 말했다. 김씨가 거주하는 전주을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와 더민주당 최형재 후보,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전주는 지금까지 여야 대결 구도가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야 후보 간 대결도 볼만하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야권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하다. 과거 총선은 민주당 안에서 누가 공천을 받느냐로 경선이 치열했을 뿐 막상 공천이 끝나면 선거 때는 시들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벽보가 붙은 뒤 선거 얘기로 이야기꽃이 만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누가 될지 궁금하다.”

4월 6일 KBS-연합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 전주을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 28.4%, 더민주당 최형재 후보 27.9%,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 24.8%로 3명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병에서도 더민주당 김성주 후보 38.8%,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 41.1%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야권 분열로 호남에서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국민의당 상승세의 두 번째 이유로 문재인 효과가 꼽힌다. 김종인 대표 영입 이후 한동안 당대표직에서 물러나 있던 문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파동 직후 다시 총선 지원 유세를 명분 삼아 전면에 나서 전국을 누비고 다닌 것이 잠재됐던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

광주의 한 지역 언론인은 “김종인 대표 주도로 이해찬, 정청래 등 친노(친노무현) 주요 인사를 낙천했을 때만 해도 ‘친노 패권주의가 완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던 광주 시민들이 더민주당 공천이 결과적으로 친문재인 인사들로 채워지고, 거기에 더해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까지 불거지면서 ‘역시나’ 하며 기대를 접은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책 ‘호남과 친노’(장수하늘소)를 펴낸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은 세력과 세력이 정면승부를 벌이는 시간”이라며 “‘친노 패권주의가 남아 있는 더민주당으로는 안 되겠다’는 호남 여론이 반영돼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 대표는 “친노 패권에 대한 거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잠재됐다 총선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책 ‘호남과 친노’에서 친노 패권주의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다.

‘호남 사람들은 오랜 비하와 왕따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심각하다. 친노는 그 약점을 파고든다. ‘너희들 왕따지? 우리까지 외면하면 너희들은 친구가 없지?’ 이런 메시지다. 유시민이 이 분야의 전문가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후보 단일화 압박을 가하면서 ‘우리가 당선은 못 시켜도 낙선은 시킬 수 있다’고 한 발언은 고전이라고 할 만하다.’(‘호남과 친노’ 133쪽)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호남, 특히 광주 시민의 거부감은 ‘문재인 대통령선거(대선) 불출마 요구’로 이어졌다. 더민주당 광주 북구갑에 출마한 정준호 후보는 4월 3일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3보1배를 했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선거운동은 다분히 광주의 반문재인 정서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정 후보의 문재인 대선 불출마 요구에 대해 긍정 여론보다 비판 여론이 더 높다고 한다. 이정우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은 “자신의 콘텐츠를 내놓고 선거에서 평가받을 생각을 해야지, 누군가를 반대하는 정서에 기대려는 선거 행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실장은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때 광주와 호남 유세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민주당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해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 호남에 오지 않는 것은 예의 문제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왔을 때 ‘왜 왔느냐’고 면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끝내 호남을 찾지 않으면 ‘그런다고 오지 않느냐’며 더 큰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미워할수록 더 찾아와 살갑게 대하려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 아니겠는가.”

총선 1주일 전부터 선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선거법에 따라 4월 7일 이후로는 호남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전 여론조사 결과로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7일 현재 지역 내 오피니언 리더의 여론은 대부분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의당 후보들의 선전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당 승리? 글쎄

첫째는 문재인 호남 방문 효과다. 선거 직전 호남을 방문한 문 전 대표가 호남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발언과 행동을 하면 호남 선거판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광주의 한 지역 언론인은 “호남 유권자가 듣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진정성을 문 전 대표가 보여준다면 더민주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선거 막판 당락을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실장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으로 국민의당에 쏠린 호남 유권자의 관심을 더민주당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최소한 더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호남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여전히 부동층이 많다”며 “부동층을 지지층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4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광주와 전북 등 호남 지역을 돌며 더민주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두 번째 막판 변수는 부동층의 향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3월 넷째 주와 마지막 주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무응답 비율은 각각 27%, 28%였다. 이 기간 더민주당 지지율은 32%에서 27%로 5%p 하락했고, 국민의당 지지율은 22%에서 30%로 8%p 상승했다. 결국 국민의당 지지율 상승은 무당층이 새롭게 국민의당을 선택했다기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4.13 1033호 (p10~12)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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