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2

2016.04.06

국제

日, 北 미사일 기지 선제공격론 비등

안보법 발효로 전수방위 원칙 붕괴…‘모든 준비가 끝났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truth21c@empas.com

    입력2016-04-04 13: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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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8일 새벽 동해상에서 초계 중이던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레이더에 이상한 물체가 포착됐다. 북한이 평남 숙천에서 시험발사한 노동미사일이었다. 미사일은 800km를 날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로 떨어졌다. 북한이 항행금지구역도 선포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노동미사일을 발사하자 당황한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즉각 소집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방위성과 외무성에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의도를 파악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노동미사일 발사가 핵탄두 소형화 시험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 김정은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서 핵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시한 바 있기 때문.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렸을 때도 NSC를 소집한 일본 정부는,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에도 한국보다 빨리 NSC를 소집해 북한을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북한이 사거리 1300km 수준의 노동미사일이나 사거리 3000km 안팎의 무수단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해 자국을 공격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왔다. 인류 역사상 핵폭탄 공격을 받은 유일한 국가로서 일본이 느끼는 핵 공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을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 역시 이와 관계가 깊다.



    자민당의 발 빠른 행보

    일본 정부는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고자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에 지대공 요격미사일 PAC-3를 상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PAC-3 부대에 미사일 파괴 명령까지 내렸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왕궁은 물론 총리관저 등 정부 중추기관이 밀집한 도쿄 도심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 방위성은 이를 위해 수도권 기지에 있는 PAC-3 부대를 내년 중 방위성 내로 전환 배치할 방침이다. 일본은 그동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SM-3로 1차 요격을 한 후 실패할 경우 지상에 배치된 PAC-3로 격추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해왔다.



    최근 들어 북한의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일본에서는 ‘적 기지 선제공격론’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선제공격론은 북한 등 적국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 있을 경우 그 기지를 먼저 타격하는 개념을 뜻한다. 실제로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국방부회(국방정책 담당 의원들의 모임)는 3월 24일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마쓰 히로시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장은 “북한은 동시적으로 미사일을 여러 기 발사할 수 있다”며 “발사 전 북한 기지를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당 의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도발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선제공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적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자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적 기지 선제공격론은 그간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일본 역대 정부는 전쟁, 교전권, 군대 보유 등을 금지하는 평화헌법 제9조에 따라 유엔이 인정하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본 보수우파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지만 역대 총리들은 국내 반대 여론과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해 집단자위권 행사를 유보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014년 7월 각의(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은 지난해 9월 집단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안을 의회에서 강행 처리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3월 22일 안보법 시행 일정을 담은 정부령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로써 종전 후 평화헌법과 함께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즉 국가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원칙이 붕괴된 것이다.



    스스로 ‘변수’가 되다

    3월 29일 발효된 안보법은 ‘무력공격사태법’ ‘중요영향사태법’ 등 10개 법을 개정한 법률과 일본 안전에 관계없는 국제분쟁에도 자위대를 수시로 파병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인 국제평화지원법으로 구성돼 있다. 개정된 무력공격사태법에는 일본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자위대가 타국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보법 발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게 된 셈. 게다가 지난해 4월 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도,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예측되는 경우 미국과 일본 정부는 공격을 억제하고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외교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적 기지 선제공격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선제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를 꾸준히 개발 및 도입해왔다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가 적 기지를 타격하려면 인공위성 등 정보 자산,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와 장착할 공대지 유도미사일,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적 내륙에서 레이더와 요격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전자전(電子戰)기와 모든 작전을 통제하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을 보유해야 한다. 항공자위대는 F-2 전투기에 레이저 유도형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탑재하고 있다. F-2는 그동안 지상폭격 훈련도 실시해왔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F-35A 스텔스 전투기 42대를 도입할 계획인데, 이 중 4대를 올해 안에 실전배치하고 내년 중 나머지 38대를 국내에서 직접 조립 생산할 예정이다. F-35A는 AGM-158(JASSM) 공대지 미사일과 JDAM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일본은 공중급유기(KC-767) 4대와 공중조기경보기(E-2C) 13대도 보유하고 있다. 정보수집 위성으로는 맑은 날에만 촬영이 가능한 광학위성과 야간 및 악천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레이더 위성을 2기씩 운용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잠수함용 최신예 하푼미사일(UGM-84L 하푼 블록 II)도 도입할 계획이다. 사거리 248km인 하푼미사일은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선제공격과 관련해 일본에 부족한 무기는 지대지 탄도미사일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집어 말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북한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일본이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는 사실 역시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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