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2016.03.30

경제

우리은행 '위비톡'으로 모바일 전문은행 변신 총력전

가입자 100만 명 넘었지만 실사용자 수는 ‘글쎄요’…글로벌 IB “판매관리비 지출 과잉 리스크”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6-03-28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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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홍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이 3월 27일자로 가입자 100만 명을 넘었다. 올 연말까지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해 향후 각종 핀테크(FinTech) 사업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게 우리은행 측 전략. 그러나 위비톡 실제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관측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 판촉·홍보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는 제품이 차고 넘친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마이피플, 네이트온, 틱톡, 텔레그램…. 스마트폰 사용자마다 사용하는 메신저가 달라 보통 한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두세 개씩은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메신저 앱 하나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것도 정보기술(IT)기업이 아닌 은행에서 내놓은 것이다. 1월 초 우리은행에서 출시한 ‘위비톡’이 바로 그것. 이쯤 되면 ‘정말 잘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카카오톡보다 빠른 성장세 놀랍지만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이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독점시장이나 다름없다. 2015년 4분기 기준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4000만 명. 라인이나 위챗, 텔레그램을 쓰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있어도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거의 없다. ‘규모의 경제’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면 경쟁자가 웬만한 기능 개선을 갖고 도전해도 사용자가 쉬이 넘어가지 못하는 ‘록인(lock-in)’ 현상이 발생한다. 카카오톡이 한때 수사기관에 사용자 대화 기록을 제공해 논란에 휘말렸음에도 여전히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런데 위비톡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1월 출시 이후 2월에 가입자 50만 명을 돌파했고 출시 두 달이 지난 현재 90만 명을 넘겼다. 4월 즈음에는 100만 명을 넘길 수 있으리라는 게 우리은행 측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까지 가입자를 500만 명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사실 위비톡의 성장세는 우리은행 직원을 활용한 열띤 판촉과 홍보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은행이 5년 만에 재개한 TV 광고에는 국내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인 유재석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에게 주변 지인과 고객 등에게 위비톡 가입을 권하고 위비톡 가입 시 추천한 직원의 사번을 입력하게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렇게 집계된 가입자 추천 실적을 온라인에 게시하며 영업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치열한 홍보활동에 힘입어 위비톡이 올해 안에 가입자 500만 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입자 수와 모바일 메신저로서 위비톡의 성공 가능성은 별개 문제. 미국 실리콘밸리 애널리스트인 앤드루 첸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은 설치된 후 72시간 내 77%의 사용자를 잃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호기심 등으로 앱을 설치했더라도 사용자는 대부분 사흘 안에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과연 위비톡에 가입한 1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 가운데 몇 명이나 실제로 위비톡을 활용하고 있을까.

    우리은행 측은 위비톡 가입자들의 실제 메신저 사용량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현재까지 그와 관련해 보고된 자료가 없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이 위비톡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위비톡을 열어보면 카카오톡과 매우 비슷한 형태로 자신의 주소록에 등록된 사람 가운데 위비톡을 설치한 사람의 목록이 뜨는데 해당 메신저를 많이 사용할수록 자신의 프로필을 사진과 문구 등으로 꾸며놓기 마련이다. 위비톡을 사용하는 기자의 지인 26명 가운데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등록한 사람은 3명뿐이었다. 사용자의 실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척도가 되기는 어려우나, 가입만 하고 실제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의 존재를 방증하는 자료는 될 수 있다.

    사실 메신저 앱만 가지고 사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별로 없다. 우리은행 측 또한 이를 인정한다. 위비톡은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크 서비스 ‘위비뱅크’와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로 사용자를 이끌기 위한 ‘플랫폼’이라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7월에는 모바일 오픈마켓인 ‘위비장터’를 론칭해 위비톡과 연동할 계획이다.



    수익 악화되는 은행업, 핀테크가 대안될까

    그러나 모바일 메신저 시장 못지않게 오픈마켓도 이미 초대형 플레이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위비톡의 실사용량이 과연 가입자 수만큼 따라올 것인지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란 어렵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금융과 연동된 서비스는 의미 있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위비톡을 이용한 간편 송금 서비스, 위비뱅크와 연동된 모바일 대출 서비스가 성황 중이다. 모바일 대출은 최근 대출금액 1000억 원을 달성했다. 큰 성과라고 보기 어려울지 몰라도 신규 사업인 모바일 부문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개인적으로도 IT와 금융의 결합을 의미하는 핀테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현 행보는 단순히 행장 개인의 관심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은행업계 전반에 걸쳐 기존 수익원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지금까지 은행의 주된 수익원은 흔히 예대마진이라 부르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익, 그리고 외화나 유가증권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이었다. 이를 통틀어 표현하는 지표가 바로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NIM)인데 이 지표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2015년 말에는 사상 최저인 1.58%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3월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 은행업계는 더 오랜 기간 침체를 맞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의 현재 단기 실적은 우수한 편이나 장기 실적 성장의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투자은행업계의 진단. UBS는 우리은행 자산 가운데 건설과 부동산 부문의 대출 비중이 한국 주요 은행 중 가장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부실 채권 급증 가능성을 우려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3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저성장시대 판매관리비 지출에 절제가 부족한 것이 우리은행 실적의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최근 위비톡 관련 대규모 홍보 및 판촉 행사를 떠올리게 된다. 위비톡에 대한 우리은행의 핀테크 플랫폼 욕심이 과연 투자한 만큼의 빛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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