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9

2016.03.16

사회

아는 만큼 싸게! 휴대전화 쇼핑법

단통법에도 가격 천차만별… 공시지원금, 선택약정할인제도 등 유불리 따져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박세준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입력2016-03-11 17: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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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물건이나 서비스를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되기 어려운 세상이다. 기저귀부터 컴퓨터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제품 이름만 입력하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 단박에 노출된다. 해외 직구(해외 직접 구매)가 늘면서, 이제는 해외 쇼핑몰의 가격 할인 행사 정보까지 검색 결과에 반영된다.
    그러나 아직도 발품을 팔아야 비로소 호갱을 면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휴대전화다. 2014년 10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뒤 휴대전화 시장에도 정찰제가 정착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변수가 많다. 단통법의 골자는 고객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공시하고, 최대 33만 원까지만 주도록 제한한 것. 이를 공시지원금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통법 하에서 휴대전화 구매 시 보조금을 받지 않은 이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통해 최대 20%까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지원금을 받은 뒤 24개월 이상 지난 자 △약정 기간이 종료된 뒤 휴대전화를 계속 쓰려는 자 △단말기 지원금을 받았지만 개통 180일 이상이 지났고 위약금 납부 의사가 있는 자 등도 선택약정할인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최근 고가의 새 휴대전화 구매자들 사이에서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제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공짜폰’은 공시지원금이 유리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 하에서 새 휴대전화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선택약정할인 쪽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경기 부천시 한 휴대전화 판매사업자는 “공시지원금은 상한액이 33만 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선택약정할인제는 매월 휴대전화 요금의 20%를 깎아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월 통신비 부담이 크고 휴대전화 사용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제가 늘 최저가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전자제품 전문 쇼핑몰 하이마트 모바일사업부 관계자는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 보조금상한제 적용이 풀린 휴대전화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양역 지하상가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도 “특정 휴대전화가 ‘공짜폰’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풀리는 경우 이미 보조금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기기 가격 전체를 공시지원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포기하고 선택약정할인으로 가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재 보조금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LG전자 ‘G2’의 기기 가격은 61만6000원이다. SK텔레콤에서 이 휴대전화로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51만5000원이 지급되며, 7만7200원의 이동통신사 추가 할인도 제공된다. 2만3800원에 단말기를 구매하는 셈이다. 이 휴대전화 사용자가 한 달에 5만~6만 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선택약정할인으로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월 1만 원 안팎으로, 최소 60개월 이상 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공시지원금 이상의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자급제 휴대전화’(자급제폰)를 구매하는 것이 이득일 때도 있다. 제조사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자급제폰은 단통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쇼핑몰 멤버십포인트와 카드사 할인 등을 활용하면 출시가의 10~15%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일부 쇼핑몰은 12개월 무이자할부 등 추가 혜택도 제공한다. 이렇게 휴대전화를 구매해 선택약정할인까지 받으면 사실상 이중수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 구로구에서 자급제폰을 판매하는 한 사업자는 “자급제폰의 경우 기기 가격과 통신비를 동시에 할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중고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단말기자급제 홈페이지’(www.단말기자급제.한국)에서는 자급제로 구매한 단말기의 개통 방법과 선택약정할인 가능 여부 등 정보를 제공한다.

    ‘발품’이 ‘할인’을 만든다“저희가 이렇게 해드릴 수 있어요.”
    서울 한 전자상가 휴대전화 매장에서 판매자가 전자계산기를 들어 보이며 한 말이다. 그의 손이 가리킨 전자계산기 표시 창에는 시중 A사 최신 제품을 판매가보다 30만 원 정도 추가 할인한 금액이 찍혀 있었다. 당초 이 판매자는 휴대전화 가격 할인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공시지원금 이상 할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 뒤 그의 손가락이 입과 다른 말을 한 것이다. 명백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안을 한 매장이 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전자상가 입구에는 ‘휴대폰 불·편법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지만, 기자는 이 매장 외에도 여러 곳에서 판매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구매자에게 추가 할인을 제안하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최대 휴대전화 커뮤니티 ‘뽐뿌’의 한 이용자는 이에 대해 “‘뽐뿌’ 사용자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금액을 직접 말하면 문제가 될까 봐 전자계산기에 액수를 쳐서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단통법 도입 당시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발품 파는 사람만 저렴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 단통법을 시행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같은 가격과 조건에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여전히 ‘발품’이 ‘할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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