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2016.03.09

정치

안철수 ‘왕따론’ 야권통합 제물 되나

천정배, 김한길, 박지원 등 정치고수들 ‘통합’에 방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3-04 15: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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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월 13일 오후 6시, 20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 과연 어디에 서 있을까. 가능성은 크게 4가지다. 안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하겠다’ ‘야권연대는 없다’는 자신의 말을 행동에 옮기면 서울 노원병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TV에서 발표되는 20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안 대표가 공천 막바지에 ‘전국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변 요청을 수용해 ‘지역구 출마’란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비례대표로 급선회하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안 대표는 총선 당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의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볼 확률이 높다.
    세 번째 가능성은 야권통합의 한 주역으로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나란히 앉아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는 3월 2일 김종인 대표가 제안한 ‘야권통합’이 총선 전 현실화했을 때 얘기다. 안 대표는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3월 3일 현재 안 대표의 태도로 봐서는 김종인-안철수 양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개표방송을 지켜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붙박이처럼 고정돼 있지 않고, 시대 흐름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정치지형과 그에 따른 정치인의 선택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100일 전만 해도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더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이었다. 다시 말해 100일 전까지만 해도 140여 일 뒤 치르는 4월 13일 총선 투표용지에 ‘국민의당’이 기호 3번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처럼 정치는 가변적이다. 후보 등록 전까지, 심지어 총선 당일 전까지 정치인들의 현란한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이다.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

    마지막 네 번째 가능성은 안 대표가 총선 당일 한국을 떠나 먼 이국땅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 있는 것이다. 마치 2012년 대통령선거 당일 안 대표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처럼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뒤 사비를 털어가며 지난 100일 동안 국민의당 창당과 총선 준비에 열의를 보였던 안 대표가 40여 일 뒤 그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안 대표 주변 인사들의 언행으로 비춰볼 때 안 대표가 야권통합 논의 과정에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길 의원은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고, 천정배 공동대표도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3월 2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박지원 의원은 입당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권은 분열의 선수지만 통합할 때도 금메달”이라고 했다. 5선의 천정배, 4선의 김한길의원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3선의 정치고수 박지원 의원이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는 사이, ‘야권연대는 없다’는 초선 안철수 대표의 소신이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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