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2016.03.09

스포츠

전북현대 독주에 태클을 걸어라

우승팀 정해진 뻔한 리그 전락 vs 슈퍼클럽 출현은 ‘흥행’ 요소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3-04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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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이 3월 12일 전주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2015 클래식 우승팀’ 전북현대모터스와 ‘2015 FA컵 우승팀’ FC서울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2개 팀이 팀당 38경기씩 총 228경기를 치르는 클래식은 3라운드로 정규 라운드를 치른 뒤 1〜6위, 7〜12위로 A·B 그룹을 나눠 스플릿 라운드(팀당 5경기씩)를 추가 진행해 우승팀을 정한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2014〜2015년 챔피언에 올랐던 전북은 2001〜2003년 세 시즌 연속 트로피를 차지했던 성남일화에 이어 13년 만에 3년 연속 패권에 도전한다. 올해도 ‘전북 천하’는 계속될 것인가.



    우승·득점왕 전북이 싹쓸이 예상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각 팀 감독과 주장을 대상으로 올해 우승팀과 득점왕, 최고 활약 선수를 예상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챌린지(2부 리그)에서 승격한 수원FC는 “K리그 클래식에 처음 참가하는 팀으로서 아직은 다른 팀과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답변을 정중히 거절한 가운데, 11개 팀의 감독과 주장(총 22명)이 꼽은 예상 우승팀은 단연 전북이 압도적이었다.
    1순위 2점, 1순위 1점을 부과해 집계한 예상 우승팀 설문에서 전북은 1순위 18표(36점), 2순위 1표(1점) 등 총 37점을 획득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절대다수가 전북을 지목했다.
    전북의 아성을 위협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서울이 2위를 차지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의 수치였다. 설문에 참여한 전북의 최강희 감독과 권순태를 제외하고 전북을 1순위에 꼽지 않은 답변자는 최용수 서울 감독, 김학범 성남FC 감독뿐이었다. 전북의 최 감독과 권순태는 각각 예상 우승팀 1순위로 서울을 꼽았지만,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히는 최용수 감독은 포항스틸러스를 우승 후보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클래식 감독과 주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번째 설문, ‘클래식 득점왕은 누가 될까’의 주인공도 전북 소속이었다. 지난 시즌 울산현대축구단에서 뛰다 겨울 동안 녹색 유니폼을 입은 김신욱(전북)이 가장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18골로 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했던 김신욱은 1·2순위 합계 26점을 얻어 올해도 최다득점자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김신욱에 이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는 지난해까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다 서울로 복귀한 데얀이었다. 데얀은 합계 점수 2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세 번째 설문 ‘올해 최고 활약을 보일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 역시 전북 소속이었다. 지난해 연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과 ‘베스트11 미드필더’로 선정된 이재성은 총 22점을 받아 최고 활약을 펼칠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슈퍼클럽의 다양화 필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전북은 올해 우승을 못 하면 오히려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전북의 시선은 이제 K리그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하고 있지만, 클래식 우승도 당연히 전북 몫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북은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현장-프런트 듀오’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 모두 선수 욕심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오프시즌 때도 공격적 투자로 대어급 선수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전남드래곤즈에서 이종호를 데려왔고, 포항에서 고무열을 영입했다. 일본에서 뛰던 국가대표 출신 김보경과 제주유나이티드FC의 특급 용병 로페즈도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장신 골잡이 김신욱의 영입은 화룡점정이었다.
    이동국, 이재성 등 기존 우승 멤버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감히 다른 팀들이 넘볼 수 없는 호화 진용을 갖췄다. ‘압도적 1강’에서 ‘제왕적 1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까지 나왔다. 전북의 행보는 2000년대 ‘갈라티코’(Galactico·은하수라는 뜻의 스페인어) 정책으로 세계적 스타들을 대거 끌어모아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공격적 행보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지난해 전북은 승점 73으로 준우승팀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승점 67)와 승점차가 7점에 불과(?)했다. 이는 2014년 1위 전북(81)과 2위 수원(67)의 격차인 14점에 비해 줄어든 수치. 그러나 올해는 다시 2위 팀과 전북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그렇다면 ‘전북 집중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K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승팀이 정해져 있는 뻔한 리그’로 전락해 클래식에 대한 전반적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K리그 흥행을 주도하리란 장밋빛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한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보면 전력 불평등에 따른 흥미 감소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스페인에 레알 마드리드가 있듯이, 어느 리그에나 리딩클럽이 있다. 다른 팀 팬들도 응원하는 팀이 전북을 따라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K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막강 전력으로 전북이 승승장구할 경우 다른 팀들의 투자 촉진 등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A구단 마케팅 담당자도 ‘전북 집중화’가 K리그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슈를 만들어내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K리그에서 볼 수 없던 팀의 출현은 새로운 관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B구단 관계자는 비슷한 의견을 내비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흥행에 도움이 되겠지만, 전북의 장기 독주가 계속된다면 팬들의 충성도가 유럽에 비해 떨어지는 우리 현실에선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올림피크 리옹이 5연패를 했을 때도, 독일에서 FC 바이에른 뮌헨이 독주를 했을 때도 리그가 어려움에 직면한 바 있다.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전북 같은 슈퍼클럽이 적어도 두세 팀은 있어야 한다. 슈퍼클럽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북은 예상대로 올해도 클래식을 평정할까, 전북이 독주한다면 K리그 흥행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2016년 클래식에서 지켜봐야 할 가장 큰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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