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2016.03.09

특집 | 오존의 역습

세균 죽이는 오존, 폐에는 괜찮을까

공기청정기 과신 말고 환기와 청소 우선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03-04 15: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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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한반도에 봄을 알리는 건 꽃이 아니라 미세먼지다. 3월이 시작되자 개화 소식에 앞서 ‘황사경고’부터 왔다. 국민안전처가 3월 3일 ‘우리나라 황사는 3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황사 예보가 나오면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황사가 오면 공기 중에 직경 10㎛(마이크로미터·1/1000mm) 이하 ‘미세먼지(PM10)’와 직경 2.5㎛ 이하 ‘초미세먼지(PM2.5)’가 급증한다. 이로 인해 각종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산모 영·유아의 환경유해인자 노출 및 건강영향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기간부터 출생 후 24개월까지 미세먼지 농도 50㎍/m3(우리나라 PM10 연평균 기준치)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영·유아의 체중이 기준치 아래에 노출된 영·유아에 비해 약 5% 적었다. 출생 후 12개월, 36개월, 60개월 모두 마찬가지였다.



    실내는 안전하다는 믿음

    김도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06~2011년 전국 251곳의 대기 오염지수와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미세먼지 증가가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부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주의보(시간당 평균 170㎍/m3로 2시간 이상 계속될 때), 경보(시간당 평균 240㎍/m3로 2시간 이상 계속될 때)를 발령하는 건 이처럼 미세먼지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예보를 하면서 늘 ‘외출을 삼가라’는 지침을 함께 낸다. 문제는 창문을 꽁꽁 닫고 집 안에 머문다 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환경보건학 박사)은 “실내 공기는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한정된 공간에서 재사용하는 것이라 결코 외부 공기보다 좋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실내 공기질 개선 캠페인을 진행해온 여성환경연대도 “실내에 공기를 가둬둘 경우 건축자재와 각종 생활용품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 주방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으로 인해 실외보다 많게는 100배 이상 공기가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최근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 통합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가전 매출 30위권 밖에 있던 공기청정기가 지난해 냉장고, 에어컨 등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소비자의 47%가 30대 여성이다. 지난해 출산과 함께 공기청정기를 구매한 주부 김현이(39) 씨는 “최소한 우리 아이가 머무는 공간만이라도 깨끗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주부들의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공기청정기 수요를 늘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상당수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 세균 및 바이러스 제거’를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에 따르면 이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유행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1’에서 ‘위생강박증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다’고 진단하며 ‘살균과 소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중략) 공기 중 박테리아를 99% 이상 걸러준다는 공기청정기가 거실을 점령했다’고 소개했다. 강력한 살균 능력을 발휘한다는 ‘오존(O3)’이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오존을 이용한 공기청정기뿐 아니라 오존살균세탁기, 오존발생TV, 오존과일세척기 등이 앞다퉈 출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먼지 및 바이러스) 제거’와 ‘살균’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자가 필터 등으로 공기를 걸러내 깨끗하게 만드는 물리적 방식이라면, 후자는 특수 물질로 공기 중 세균을 죽이는 화학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후자의 방식에 널리 사용되는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뭉쳐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황영애 상명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오존은 산소 원자 2개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산소 분자에 비해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쉽게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 1개로 분해되며, 이때 분해된 산소 원자가 큰 반응성으로 주변 물질을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살균’을 강조하는 공기청정기 중 일부는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한다. 기계 내에서 오존을 생성해 대기에 분출하는 것이다. 이 오존은 세균의 세포막을 파괴해 멸균 효과를 낸다. 반면 미세먼지 제거 기능은 필터형 공기청정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런 제품은 ‘오존발생기’ 등으로 이름을 달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시중에서는 구분 없이 ‘공기청정기’로 팔리고 있다.



    오존의 두 얼굴

    눈여겨볼 것은 대기 중 오존량이 증가할 경우 ‘오존주의보’를 발령한다는 점. 오존이 미세먼지 못지않은 인체 유해물질이라는 얘기다. 황 명예교수의 저서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에 따르면 ‘오존은 강력한 산화제로서 세포 내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설프히드릴(sulfhydryl)계에 작용, 세포막을 약화시키므로 후두점막이 붓거나 기관지염, 기침, 메스꺼움, 두통 등을 유발하고 천식과 같은 알러지 질환을 심화시킨다. 또 체내 불포화지방산과 반응해 지방의 과산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와 알데하이드 등을 발생시켜 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작용을 함으로써 기관지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염증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폐수종이나 폐출혈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5년 오존주의보 발령을 시작했다. 대기 중 오존 농도가 0.12ppm일 때는 오존주의보, 0.3ppm일 때는 오존경보, 0.5ppm 이상일 때는 오존중대경보를 내린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오존량이 증가할 때 우리 몸에서 특히 타격을 입는 건 호흡기와 폐다(30쪽 표 참조). 숨 쉬는 과정에서 오존에 직접 접촉하는 기관이 가장 취약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에 대해 “식당에서 컵이나 식기 등을 넣어두는 자외선살균기의 문을 열면 저절로 등이 꺼지지 않나. 세균을 죽일 만큼 강력한 에너지가 사람 피부에 바로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세균을 죽일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오존이 바로 사람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오존의 위험성은 기존에도 여러 기관을 통해 지적돼왔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발표한 ‘가정 내 오존 사용 제품의 안전성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살균 탈취 유기물분해 등의 효과를 발휘하는 오존 농도에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효과를 얻을 수 있는 농도의 오존’은 ‘인체에 유독’함을 밝힌 것이다.  
    같은 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판 중인 오존 발생 제품 12종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해 ‘살균 또는 탈취를 목적으로 오존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 방식의 오존 발생기’ 가운데 ‘배출 오존 농도가 1ppm을 넘는 제품이 많음’을 확인하고 개선 조치를 명하기도 했다. 현재 오존 관련 국제 기준은 일반적으로 ‘대기 중 농도 0.1ppm 이하’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오존 발생 허용 기준은 0.05ppm이다. 1ppm은 이 기준을 20배 초과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당시 문제가 됐던 한 제품의 광고 문구는 ‘진드기와 각종 세균, 곰팡이, 찌든 냄새까지 깔끔하게/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 살균!/ 오존과 자외선을 통한 완전 무해’였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세균을 완벽하게 죽이는 제품이 내 폐에 무해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무비판적으로 믿을 게 아니라 자신의 상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32쪽 기사 참조).   





    비릿한 냄새 나면 즉시 창문 열어야

    2011년 점검 이후 오존 발생 허용 기준 0.05ppm을 초과하는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관리하는 CA(Clean Air) 마크와 한국오존자외선협회가 인증하는 PA(Pure Air) 마크도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에만 주어진다. 전자는 일반적인 공기청정기, 후자는 이른바 공기살균기 제품에 붙는 마크다. 공기청정기 구매 시 해당 마크를 확인하면 최소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존 발생은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마크가 붙은 제품도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주의사항을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 ‘공기청정기’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한 제품의 경우 사용설명서에 ‘만약 고객님께서 중앙난방이나 에어컨 또는 다른 환기 시스템을 계속 가동하시는 상태에는 커버리지를 전체 환기 반경만큼 높이고 그렇지 않으면 방 크기에 맞게 조절하십시오. 절대 정화 레벨을 환기 반경보다 초과해서 사용하지는 마십시오’라고 기재돼 있다. 이 제품을 이용해 공기를 ‘정화’할 때는 적당한 수준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공기청정기를 작동하면서 혹은 작동을 마친 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음이온공기청정기’의 사용설명서에는 ‘사용 시 약간의 비릿한 냄새가 발생합니다. (중략) 음이온 발생량을 조절해 사용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존 특유의 냄새가 비릿하다. 따라서 ‘음이온 방출장치’ 사용 중 비릿한 냄새를 느꼈다면 발생량을 ‘조절’할 것이 아니라, 즉시 환기를 하거나 눈 및 호흡기 보호용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기청정기를 보조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상일 소장은 “실내 공기 질 관리의 기본은 환기와 정기적인 청소”라며 “환기는 하루 세 번 이상, 맞바람이 치도록 집 안 곳곳의 창문을 열어둔 채 하고, 미세먼지가 쌓이지 않게 물걸레 청소를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계절별 최적 실내온도와 습도(봄가을 19~23도, 50%/ 여름 24~28도, 60%/ 겨울 18~20도, 40%)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미세먼지 또는 오존 관련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됐을 때는 창문을 닫아야 하지만, 이때도 시간대별 예보 상황을 살펴 가장 농도가 낮을 때 환기를 하는 방식으로 실내 공기를 순환해주는 것이 좋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생활환경정보 사이트를 통해 ‘외출 후 얼굴과 머리카락 등 대기에 노출된 부분을 꼼꼼히 씻어내고, 의류도 자주 세탁해 외부 먼지가 집 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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