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2016.02.24

정치

김종인 효과 언제까지 통할까

비대위·선대위에 측근 배치, ‘신주류’ 형성…혁신안 수정, 공천룰 손질 뇌관 될 수도

  • 이명환 내일신문 기자 mhan@naeil.com

    입력2016-02-19 16: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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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위원장이 오신 이후로 당이 아주 안정되고 활력도 많이 생겼다. (총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으냐.”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경남 양산에 칩거해온 문재인 전 대표가 2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등 대북 문제에 대한 엇박자를 지적하는 와중에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으로 읽혔다. 문 전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긴 후 더민주당은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최근엔 선대위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틀어 쥔 김종인 위원장을 ‘대표’로 부르기 시작했다. 당 분란을 수습하고 선거를 위한 과도체제의 비대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선거체제의 핵심 보직은 김종인 대표 사람들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창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은 공관위원 선임과 관련해 “김종인 대표와 상의해서 정했다”고 말했다. 별도 기구로 운영해야 하는 비례대표 공천관리도 지역구 공관위가 겸임하기로 했다. 김 대표의 영향력이 미칠 범위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나 혁신위원장을 선임한 후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던 문 전 대표의 행보와는 대비된다. 최근 선대위 합류를 결정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2월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 박사님을 도우러 왔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더민주당 쪽에서 (입당) 얘기가 있었는데 턱도 없다고 생각했다. 속으로 김 대표가 가면 도와드릴 수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달 안 돼 제1야당 장악

    김종인 대표는 1월 14일 공식 영입이 발표되고 한 달이 안 돼 제1야당을 확실히 장악했다. 김 대표 특유의 돌파력과 김 대표 체제가 실패하면 모두 망한다는 당내 공멸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호남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국민의당이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를 거듭한 것도 더민주당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호남 한 재선의원은 “지지자나 유권자들로부터 ‘같은 당 인사끼리 제발 싸우지 마라’고 야단맞는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북한 궤멸’ 발언을 놓고 당의 정체성 시비가 나올 법했지만 예상만큼 갈등으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 취임 후 변화의 결정판은 ‘총선 전망’에 대한 인식 변화다. 국민의당과의 야권분열에 따른 ‘수도권 위기론’이 당 안팎에 널리 퍼져 있으나 최근 들어 낙관론을 펴는 이가 늘기 시작했다. 김 대표 스스로가 낙관론을 편다.  
    김 대표가 이번 총선을 낙관적으로 보는 데는 ‘경제’와 ‘제1야당 프리미엄’이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안보 문제를 얘기할 때 대외적인 안보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안보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경제가 악화돼 사회 문제가 되면 민생 문제와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2월 15일 비대위 회의)
    “선거를 앞두고 현재 국면을 통해 안보 불안에 떨게 해 혹시라도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 수준을 봤을 때 (북풍 같은) 그런 게 선거에 크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2월 12일 선대위 연석회의)
    김 대표의 인식은 국민의 관심이 경제와 민생에 집중돼 있음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현 정부의 경제실정이 선거 국면에서 부각되고, 야당이 민생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또 야권후보 난립이 우려되지만 결국 유권자의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 대표는 2월 15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역대 선거를 보면 한 지역구에 5명도 나오고 하지만 결국 두 사람만 남는다”며 “(일여다야 구도에서도) 선거 막판으로 가면 각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쏠릴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제1야당 프리미엄’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를 인위적으로 할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다야(多野)’ 구도에서 더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단일화되리라  보는 것이다. 김 대표의 이러한 판단은 당의 총선 전략으로 그대로 발현될 공산이 크다. 더민주당 한 관계자는 “광주에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활동과 관련한 사과를 제외하곤 김 대표가 자신의 발언과 의견을 취소하거나 바꾼 일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보라”고 말했다.



    ‘1인 전권’이 갖는 위험성

    김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안정을 구축한 듯 보이나 이제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1인 전권’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전권 행사를 통해 과감한 혁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반대로 집중 타격을 받을 경우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질 공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라는 보호막이 있던 과거 한나라당 비대위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당장 더민주당은 지난해 당내 분란을 해소하고 올해 총선 공천을 공정하게 하겠다며 ‘시스템 공천제’를 도입했다. 당대표나 특정 세력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전권이 넘어가면서 혁신안이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김 대표의 공천권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른바 ‘시스템 공천’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구-비례대표 공관위 겸임이 대표적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2월 17일 “당 지도부는 공천 관리 업무의 효율성과 전략적 관점에서 겸임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마련한 혁신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공천과 관련해 ‘공관위’(지역구), ‘전략공천위’(지역구), ‘비례공관위’(비례대표) 등 공천기구   3개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비례공관위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기로 하면서 공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물론, 전략공천 권한까지 가져갈 개연성이 높아졌다. 김 대표를 축으로 한 당내 신주류 세력이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국보위 참여 논란에 이어 북한 궤멸론, 그리고 김대중(DJ)·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 같은 현안과 관련해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내놓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공천을 앞둔 상황이라 입을 닫고 있지만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체제의 가장 큰 뇌관은 ‘공천’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당의 질서를 잡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총선 승리’를 위한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김 대표는 “생각이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 평가의 핵심이 될 호남과 수도권 전략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이견에도 입을 닫고 있던 현역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 현역 컷오프 등 혁신안에 따른 방안을 밀어붙일 경우 현역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시기적 이유로 김 대표 위주의 새 공천안으로 갈 경우 호남 등 지지층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략·비례대표 공천에서 기존 당 질서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 당 규정상 전략공천은 40명 수준까지 가능하다”면서 “사실상 김 대표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주도해 영입한 인사들의 행보도 관심사다. 비례대표나 전략지역 출마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20여 명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각에선 영입 인사들의 조직적 반발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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