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3

2016.01.27

골프의 즐거움

골프 트렌드 궁금하면 1월 하와이를 보라

미국 PGA투어 테스트 마켓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1-26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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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PGA투어 시즌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2013년부터 바뀐 스케줄 때문이다. 페덱스컵 파이널인 투어챔피언십에서 모든 시즌을 마치고 두어 주 쉬었다 첫 대회인 프라이스닷컴오픈이 시작된다. ‘가을시즌’이라 불리면서 PGA투어 중·하위권 선수들만 출전하던 투어 달력이 10월 중순에 개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부터 선수들의 돈벌이 기회는 늘고, 투어는 한 해 동안 끊임없이 돌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현대 골프의 중심인 미국에서 골퍼들이 새 시즌을 느끼기 시작하는 건 새해 들어 하와이에서 열리는 2개 대회부터다. 첫 대회인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현대챔피언스)에는 지난 시즌 우승 선수 30여 명이 참가했고, 그다음 주 열린 소니오픈에는 시드를 가진 선수 모두가 참가했다. 용품 계약과 후원사 변동을 마친 선수들은 새해 들어 첫 대회에서 새 클럽과 새 패션, 그리고 스타일까지 적응해본다. 용품 브랜드들은 첨단 기술을 넣은 신제품 출시 이전 프로토타입(prototype) 모델을 선수들에게 맡겨 반응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1월 말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용품쇼에 정식으로 내놓는다.  
    마침 현대챔피언스가 열린 마우이 섬 플랜테이션 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길어 장타를 시험하기 좋은 반면, 소니오픈이 열린 호놀룰루 와이알레이는 페어웨이가 좁아 정교한 아이언샷을 시험하기에 적당하다. 따라서 이 두 대회는 올해 선수들의 용품은 물론, 스타일 변화까지 짐작해볼 수 있는 테스트 마켓이 되고 있다. 용품 브랜드 중에는 나이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절대적인 광고 모델이던 타이거 우즈가 은퇴를 시사하면서 이에 대한 마케팅 대비책 때문인지 14명의 선수와 후원계약을 맺었다. 비거리 랭킹 4위인 브룩스 켑카와 토니 피노 같은 장타자는 나이키 제품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한 채 필드를 누볐다.


    2010년 버전 테일러메이드의 버너 슈퍼패스트를 고집하던 브랜트 스네데커는 브리지스톤의 새 JGR 드라이버와 공을 소니오픈에서 선보이며 펄펄 날았다. 그가 6년여 동안 애용하던 버너는 PGA투어에서 사용되는 최고령 드라이버였지만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용품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 선수라 해도 통상적으로 이 두 대회에서만큼은 신모델을 들고 나온다.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은 현대챔피언스에서 핑의 G시리즈 프로토타입 드라이버를 휘둘러 411야드(약 376m)라는 대회 최장타 기록을 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라이버 사진을 올려 핑 골프용품 담당자의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홍보해줬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캘러웨이의 신형 XR16 드라이버를 시타하고는 관계자들에게 “관용성이 좋은 이 드라이버를 앞으로 계속 쓸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언급으로 브랜드 매너저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줬다.   
    그런가 하면 PGA투어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 리키 파울러는 농구화를 연상케 하는 하이톱 골프화와 밑단이 홀쭉한 조거 스타일 바지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전에 키건 브래들리가 농구화 스타일의 신발을 시도한 적 있지만 바로 묻혔다. 파울러가 과감하게 시도한 푸마의 스트리트 패션은 복장을 매너처럼 여기는 기존 골퍼에게는 고정관념의 파괴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소니오픈에선 부 위클리의 더부룩한 수염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선수가 흔하지만, 골프대회에서 얼굴을 뒤덮은 수염은 아직 낯설다. 반응을 좀 더 지켜본 뒤 깔끔하게 면도를 할지도 모른다. 이 모두가 신년 하와이에서 열리는 두 경기가 테스트 마켓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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