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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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문제아 북한의 테러 장사

“평양은 중국산(産) 무기 수출도 거간한다”

북한 무기 중개한 전직 브로커의 증언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입력2016-01-05 13: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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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2015년 12월 공개한 ‘타깃 시장-제재 시대의 북한 군수품 고객(Target Markets-North Korea’s Military Customers in the Sanctions Era)’은 북한 무기의 해외 수출 네트워크를 입체적으로 점검한 2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평양의 무기 수출에 참여했던 외국인 중개상과 2014년 한 해 동안 적잖은 분량의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사실. 익명 처리된 이 브로커의 주요 증언 내용을 보고서에서 발췌, 소개한다. RUSI 측은 ‘주간동아’와 e메일 교신에서 ‘완전한 익명성을 전제로 진행된 인터뷰인 만큼 대상자 신분에 관한 추가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브로커에 따르면 해외 수출에 관여하는 북한 무기공장은 54곳에 달한다. 자신이 중개에 관여했던 벌컨포의 경우 미국산(産) 제품을 들여와 분해한 뒤 역설계(reverse-engineering)한 제품이었다는 것. 북한 군수당국이 단순히 옛 소련 무기를 반복해 생산하거나 개량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대신 새로운 무기체계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완제품만 판매하는 대신 탄약 등 소모품이나 부품, 정비기술 등 애프터서비스(AS)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계약에 포함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예컨대 240mm 방사포의 경우 포와 함께 운반차량과 사격통제용 컴퓨터, 부품 리스트에 515쪽 분량의 정비지침서까지 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한다는 것. 이러한 무기체계는 대부분 설계가 오래됐지만, ‘여전히 제구실을 한다(do the job)’는 게 그의 평가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중국에서 생산한 군수제품 역시 북한을 경유해 해외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많은 기관이나 기업소가 해외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을 일정에 맞게 소화하기 어려울 경우 중국 기업에 부족분을 채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북·중 두 나라는 이와 관련해 비공개 협정을 맺어둔 상태라는 것. 이를 위해 대량으로 물건을 주문받을 경우 아예 흥정 단계에서부터 중국 제품과 단가를 맞추는 일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완제품의 수송과 배달은 모두 북한 측이 책임지고 수행한다. 이러한 증언 내용이 사실일 경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문제의 브로커 역시 북한 무기 수출의 핵심 조직으로 조선광업개발무역주식회사를 지목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이란, 시리아, 우간다, 나미비아 등 다양한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다는 것. 심지어 페루 현지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해외 고객을 추가로 유치해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받았고, 레이더 재밍(jamming) 장비가 완성된 2009년 등 신형 무기가 개발될 때마다 주요 후보국을 돌며 홍보 작업을 벌이곤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홍보는 대부분 구두로 진행됐는데, 북한 측이 실물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며 시험평가는 오로지 북한 내에서만 실시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RUSI의 보고서는 이 브로커가 ‘북한제 벌컨포를 스리랑카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스리랑카 측 인사를 북한으로 초청해 시험 행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사진을 제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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