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제23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北 미사일 실체 파악 늦은 건 한미동맹 이상 징후”

‘북한 군사위협과 한반도 안보’,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9-05-3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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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현재의 대북지원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김정은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회장(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사진)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5월 27일 ‘북한 군사 위협과 한반도 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제23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회장은 “5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실체 파악 실패는 미국이 사실상 한국을 징벌한 것”이라며 “한미동맹 균열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北 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한미공조 균열

    5월 초 북한이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무슨 미사일인지 파악하느라 허둥지둥했다. 과거와 달랐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정보 자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징후가 보이면 사전에 파악해 발사 즉시 미사일 정보가 공유됐다. 그런데 이번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한미관계가 안 좋으니 미국이 파악한 정보를 바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한미동맹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수단과 정보 자산을 토대로 북한 미사일 정보를 파악했는지 감추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에게 정보를 주고 발표하게 했다. 5월 4일과 9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에 더 위협적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신속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동맹 균열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한국을 징벌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발표가 오락가락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공조를 하자니 북한과 틀어질까 봐 신경 쓰이고, 북한이 싫어하는 반응이 나올까 싶어 미국과 협조를 잘 못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 묶여 외교 고립 및 손실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손실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미국과 공조는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5월 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위협 못지않게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경종의 의미가 더 크다. 북한은 한미로부터 좀 더 큰 양보를 받아낼 때까지 기발한 방식의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이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두 강대국을 억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긴요한 우방이다. 한국과 한편이 돼 중국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일본을 견제할 필요가 있을 때도 한국은 쓸모가 있다. 한국은 이런 지리적 특징을 잘 살려 미국과 적극 공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때문에 외교적으로 입지를 좁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피터 팬타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한반도에 해상 순항미사일 전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향한 경고 의미가 담겼다.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와 비슷한 확장 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느리다고 남한에 다시 전략핵을 들여오는 조치는 쉽지 않다.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다. 1991년 이미 철수한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려면 국제사회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항미사일이 배치된다면 북한을 심리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효과에 버금가는 군사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정치적 부담은 비교적 덜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대북 군사적 압박책을 마련한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높여가는 만큼 우리의 안보 능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북한 전력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부에서 적과 싸우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건 다른 문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추진 중인 국방개혁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은 겉으로 보기에는 수와 장비가 많고 화려하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지역에 들어가 작전을 수행할 역량은 취약하다. 이런 식으로 유지하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개연성이 매우 크다.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고 당연히 기대되는 전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방 예산은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북지원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북한은 핵을 만들어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핵을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끝장난다. 북한 핵은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협박용 무기다. 지금 북한은 왕조 말기와 같은 체제 부패 탓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떻게 개혁해도 소용이 없다. 한 사람의 무능이 아닌,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다. 지금 북한은 마치 왕조 말기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설 수 없는 시기에 와 있다. 

    이런 북한에 돈을 주든, 핵무기를 보장해주든 아무것도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의 하나로 내놓은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등 대북지원책은 북한의 이른바 ‘백두혈통’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막고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며 도발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와 군사력은 물론, 핵무기 개발과 유도탄미사일 발사로 우리와 국제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북한이 유도탄미사일을 쏘는 것은 ‘너희 미사일로는 이건 못 잡아. 우리는 이런 것도 있어. 여차하면 서울에 한 방 쏠 거야’라는 위협의 의미다. 그렇지만 북한은 전쟁에 돌입할 만큼은 도발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나면 자신들이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북한이 도발하는데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눈치 보기로 대북지원에 나선다면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으며 잃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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