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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

선배, 저는 주민번호 0으로 시작하는데요

1990년대 프로야구 경험자 사라지고, 2000년대생 데뷔

선배, 저는 주민번호 0으로 시작하는데요

5월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정은원이 타격을 하고 있다. [동아DB]

5월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정은원이 타격을 하고 있다. [동아DB]

21세기가 2000년 1월 1일 시작됐다고 믿는 ‘베이스볼 비키니’ 독자는 아니 계실 터. 21세기의 시작은 2001년 1월 1일입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2000년 1월 1일부터 확실히 바뀐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남성), 4(여성)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성년의 날(5월 20일)에는 첫 번째 3, 4세대가 어른이 됩니다. 

이를 프로야구 팬 관점에서 말하면 올해 고졸 신인 선수는 대부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3으로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이라는 전제가 붙은 건 학창 시절 유급한 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조영건은 1999년 2월 4일생이라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삼촌 조진호(44·현 삼성 라이온즈 육성군 투수코치)처럼 성별 코드가 1로 시작합니다.


2000년생 정은원, 첫 안타·홈런·타점

거꾸로 한국에는 ‘빠른 생일’ 개념이 있어 지난해 데뷔한 2000년생 선수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처음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건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19)입니다. 인천고를 졸업한 정은원은 SK 와이번스를 불러들여 치른 지난해 4월 1일 안방 경기에서 8회 초 교체 유격수로 출장해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인 첫 번째 1군 선수가 됐습니다. 

정은원은 그달 7일 수원 방문 경기 때도 8회 말 2루수 대수비로 투입돼 9회 초 kt 위즈 김재윤(29)을 상대로 1군 데뷔 타석에 섰습니다. 역시 주민등록번호 성별 코드가 3인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첫 타석이었습니다. 정은원은 2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정은원, 즉 2000년생 프로야구 선수가 처음 득점을 올린 건 지난해 어린이날(5월 5일)이었습니다. 정은원은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이날 대구 방문 경기에서 7회 초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제러드 호잉(30)의 대주자로 경기에 들어갔고, 이어진 무사만루 상황에서 오선진(30)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어버이날(5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팀이 6-9로 끌려가던 9회 초 넥센(현 키움) 마무리 조상우(25)가 던진 시속 152km 빠른 공을 받아쳐 2점 홈런(비거리 125m)을 날렸습니다. 이 홈런으로 정은원은 지난 한 해 데뷔 후 8경기, 6타석 만에 2000년생 첫 안타, 홈런,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정은원은 당시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중고교 시절 홈런을 쳐본 적이 없어 홈런일 줄 몰랐다”며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큰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은원은 올해 어버이날에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문승원(30)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인천은 정은원이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곳. 지난해 어버이날과 같았던 건 이날도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점이고, 다른 건 이 홈런이 시즌 4호였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난해에도 홈런 4개를 기록한 상태. 정은원은 어느덧 ‘대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팀에서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은원은 4월 4일 안방 경기에서 1-1로 맞선 9회 말 2아웃 주자 1, 3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LG 트윈스 고우석(21)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2000년생 첫 번째 끝내기 안타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남겼습니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정은원은 김하성(24·키움) 이후 가장 뛰어난 내야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수·주 모든 면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이르면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도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에게 물어보니 인성도 훌륭하다고 하더라. 충분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2000년생보다 빠른 2001년생

한화 이글스의 2000년생 투수 김진욱. [한화이글스]

한화 이글스의 2000년생 투수 김진욱. [한화이글스]

이어서 “내가 정은원 칭찬을 많이 하다 보니 ‘허은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일부러 그러는 거다. 학생 야구 쪽에서 대형 내야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강백호(20·kt·외야수)처럼 방망이 잘 치는 선수를 동경하는 고교 선수는 많아도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한 내야수를 꿈꾸는 선수는 드물다는 뜻이다. 정은원이 잘 성장해 스타 내야수를 꿈꾸는 학생 선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3으로 시작하는 선수를 처음 1군 마운드에 올린 팀도 한화였습니다. 주인공은 김진욱(19). 유신고 재학 시절 김민(20·kt)과 원투펀치를 이뤘던 김진욱은 지난해 4월 20일 넥센을 상대로 2000년생 첫 1군 경기 등판 기록을 남겼습니다. 

김진욱은 이 경기 마지막 타자였던 김민성(31·현 LG)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3으로 시작하는 선수가 남긴 1군 첫 번째 탈삼진 기록. 김진욱은 이틀 뒤에도 역시 넥센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김민성이 2000년생 투수 상대 첫 안타를 뽑아냈습니다. 김진욱은 그달 29일 부산사직야구장 방문 경기 때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2000년생 첫 1군 경기 선발 등판 기록을 남긴 뒤 퓨처스리그(2군) 경기로 돌아갔습니다. 

김진욱은 이 세 경기에서 승리나 패배 또는 홀드, 세이브 같은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생 첫 승 주인공은 NC 다이노스 김영규. 광주일고 출신인 김영규는 1군 데뷔전이던 올해 3월 27일 경기에 선발 등판해 kt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kt 위즈의 최연소 현역투수 손동현. [스포츠동아]

kt 위즈의 최연소 현역투수 손동현. [스포츠동아]

전날 kt와 NC의 경기에서는 kt 손동현이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로는 첫 번째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범위가 2000년 ‘이후’로 넓어진 건 손동현이 2001년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손동현은 4월 7일 경기에서 LG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이미 2001년생 첫 승도 기록한 상태입니다. 프로야구 최연소 선수인 손동현은 최고령 박한이(40·삼성)보다 8032일 늦게 태어났습니다. 

삼성 원태인이 올해 3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6, 7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게 2000년생 첫 홀드 기록이고, 14일 현재까지 아직 1군 무대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2000년 이후 출생 선수는 없습니다. LG ‘슈퍼루키’ 정우영이 5월 2일 경기에서 kt를 상대로 세이브를 따냈지만, 정우영은 서울 강남중 시절 유급한 경험이 있는 1999년생입니다. 

(잠깐 퀴즈. LG 정우영이 생애 첫 세이브를 따낸 이날 경기 TV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는? 네, 예상하는 것처럼 정우영 SBS스포츠 아나운서였습니다.)


이제는 응답할 사람 없는 1990년대 프로야구

정우영이 태어난 1999년 프로에 입단한 선수 가운데 올해까지 현역으로 뛰는 건 삼성 권오준(39) 한 명뿐. 그나마 권오준은 해병대 제대 후 2003년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에 20세기에 1군 선수 생활을 한 적은 없습니다. 2000년에 데뷔한 현역 선수는 1981년생 동갑내기 김주찬, 이범호(이상 KIA 타이거즈), 배영수(두산 베어스) 등 3명입니다. 이들이 은퇴하고 나면 프로야구 무대에 20세기 야구를 경험한 선수는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는 20세기에 데뷔한 선수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고, 일본 프로야구에도 우에하라 고지(44·요미우리 자이언츠), 후쿠우라 가즈야(44·지바롯데 마린스), 사네마쓰 가즈나리(38·니혼햄 파이터스) 등 3명뿐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의 저주를 깨고 꿋꿋하게 살아남았던 20세기 야구는 그렇게 세월과 함께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주간동아 2019.05.17 1189호 (p56~58)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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