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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의 세상관심법

유명 인사 마약 투약, 비난 수위 높아야 한다

유명 인사 마약 투약, 비난 수위 높아야 한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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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15년에도 지인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번에 그는 “한 연예인이 잠든 내게 강제 투약했다”고 주장해 수사가 그 연예인에게로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4월 9일 새벽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하씨는 최근 집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청소년 호기심 자극할까 걱정

유명 인사의 마약 투약 사건이 전해지면 사람들은 마약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한편, 도대체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 왜 마약에 손을 대는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동시에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한다. 특히 일부 청소년이 마약에 호기심이 생겨 접근을 시도할까 심히 걱정된다. 

이들이 마약을 찾는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이유는 쾌락(pleasure)을 좇기 때문이다. 

마약이라는 물질 자체의 약리 작용이 그러하다. 필로폰은 주로 각성 효과를, 대마초는 이완 효과를 일으키는데, 둘 다 종국에는 쾌락을 제공한다. 마약이 주는 쾌락은 매우 강렬해 뇌가 그때의 쾌감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뇌에는 보상 회로(reward circuit)가 존재한다. 마약 복용 후 기분이 좋아졌다면 마약에 의한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해 재강화(reinforcement) 기전을 일으킨다. 다시 말해 또다시 마약을 뇌에 공급받고자 한다. 

이러한 보상 작용에 의해 한 번의 마약 투약은 두 번째 마약 투약을 불러올 확률을 증가시킨다. 사실 쾌락의 근원이 음식이든 알코올이든 돈이든 성행위이든 마약이든 상관없이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마약은 술이나 성행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쾌락과 보상 작용을 일으킨다. 한 번의 성행위나 음주가 섹스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마약은 단 한 번의 투약으로도 얼마든 중독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술은 허용해도 마약은 금지하는 것이다. 



둘째,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다. 

마약이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쾌락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런데 보통의 기분 상태에서 더욱 고양된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의 괴로움과 고통을 잊으려고 마약을 찾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  ·  25전쟁 때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모르핀을 남용하자 1957년 마약법이 제정  ·  공포됐다. 어디까지가 치료 목적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고통을 잊기 위한’ 시작이 의존과 남용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말기 암 환자에게는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나 마약류 약물을 오  ·  남용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보다 더 강력한 불법 마약에 손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신질환 환자가 복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불면증 환자가 복용하는 수면제는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과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 ‘마약류’로 분류된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이러한 의약품도 내성과 금단, 급기야 의존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요한다. 그런데 환자가 합법적 약물 대신 마약으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마약 중독이라는 혹을 하나 더 붙이는 셈이 된다. 더욱이 마약에 의존하면 환각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 

일반인이 마약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대개 엄두가 나지 않고 불법인 데다, 술값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반인보다 부유층에서 마약 구매 충동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마약은 범죄이자 영혼 파괴 행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왼쪽)와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왼쪽)와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뉴시스]

셋째, 위험을 모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마약 투약은 불법이고, 마약의 위험성과 폐해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 투약에 유혹을 느끼는 이유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실행에 옮기고자 하기 때문이다. 마약을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해볼까. 몰래 해보니 과연 좋을뿐더러 아무 탈도 없다. 마약 투약으로 일차적 쾌감을 얻은 것 외에도 보통 사람이 경험하지 못하는 행동을 해냈다는 데 대한 묘한 우월감이 이차적 쾌감으로 보태진다. ‘나는 모험가요, 특별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불법행위를 합리화, 심지어 미화한다. 도덕이나 법률 준수는 평범한 대중이 따라야 할 가치일 뿐이다. ‘나는 예외적 존재로, 그런 것들과 상관없다. 마약을 해도 사회적 지위나 명성, 부(富)의 유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나는 마약쟁이가 아니라 마약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마약 애용자다.’ 이런 식으로 유명 인사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내세워 자신의 불법적 행동을 애써 무마한다. 

넷째, 동료 또는 집단의 압력 때문이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수많은 유명 인사를 살펴보면, 이들은 많은 경우 지인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 처음에는 다른 이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다른 이에게 마약을 공급한다. 쾌락을 함께 나누면 쾌락은 극대화된다. 불법적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완화된다. 그래서 함께 마약을 즐길 동료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동료에게 마약 투약을 권유하거나 강요하게 된다. 처음엔 손사래 치던 동료도 시간이 지나면서 동화되기 시작한다. ‘저 친구, 마약을 하면서도 잘 지내는 것 같아. 그뿐 아니라 다들 그렇다면?’ ‘내가 뭐 그리 다른 사람인가’ 내지는 ‘생각보다 별것 아니네’라는 판단이 들면서 마약 투약에 동참하게 된다. 

마약 투약은 범죄이자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까지 함께 망친다. 마약에 대해 엄격하게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유명 인사의 마약 투약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 비난 수위가 더욱 높아져야 함은 당연하다.






주간동아 2019.04.12 1184호 (p52~53)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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