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9

2015.12.30

한국 중식의 새바람

대사부들의 中식당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12-29 14: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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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중식의 새바람

    인천 ‘차이나타운’.

    중식이 용처럼 꿈틀대고 있다. 중식당 창업이 잇따르고, 창업 양상도 이전과 많이 다르다. 짜장면, 짬뽕 없는 중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중식 셰프가 한식과 양식, 일식처럼 스타 셰프 대접을 받는다. 이연복 셰프의 등장이 가져온 현상이다.
    중식 붐을 알리는 또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사부’라 불리는 이연복 셰프를 포함한 중식 고수 4명과 30, 40대 초반의 젊은 중식 셰프 8명이 중식 대결 갈라쇼를 벌인 것이다. SBS Plus 예능프로그램 ‘중화대반점’은 평균 40년 경력의 중식 대가들과 젊은 실력자들이 등장해 화려한 기술, 다양한 음식으로 중식의 깊이와 폭을 보여줬다.
    여기에 참여한 대가 4명의 면면을 보자. 유방녕 사부는 ‘아서원’, 사보이호텔, 플라자호텔  ‘도원’ 총주방장을 거친 중식의 산증인이자 100년 넘게 중식 가문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중식 가문의 100년 요리 비기에는 독특한 조리법과 레시피가 가득하다. 그가 현재 운영 중인 인천 차이나타운 ‘차이니즈레스토랑 XIN(신)’은 된장을 이용한 짜장면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메뉴지만, ‘중화대반점’에서 선보인 다양한 요리를 먼저 맛볼 것을 권한다.
    중식당에는 주방장 밑에 칼판장과 불판장, 그리고 면장이 있다. 칼판장은 재료를 준비하는 책임자고 불판장은 최종적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책임자다. 중식은 불의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흔히 불판장이 중요한 직책이라 생각하지만, 예로부터 요리의 시작을 책임지는 칼판장이 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2014년부터 (사)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을 지내고 있는 여경래 사부는 대한민국 중식계를 대표하는 칼의 달인이다. 여 사부는 요리 실력과 정치적 감각을 두루 갖춘 넉넉한 미소의 소유자로, 10대에 요리에 뛰어들어 더팔래스호텔, 타워호텔을 거쳐 현재는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2층에 자리한 ‘홍보각’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전복, 해삼, 새우 같은 특급재료를 맑은 탕으로 끓여내는 불도장으로 유명하지만 산둥요리, 사천요리, 광둥요리에 두루 능하다. 고급 연회요리로 정평이 났으며 스스로 한국식 중국요리를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화한 중식요리야말로 전 세계 다른 중식과 겨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 중식의 새바람

    인천 ‘차이니즈레스토랑 XIN(신)’의 된장 짜장면(위). 서울 연남동 ‘진가’의 토사전복.

    50대 중반이지만 4명의 사부 가운데 가장 어린 진생용 사부는 조선호텔, 플라자호텔 같은 특급 호텔을 거쳐 얼마 전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진가’라는 식당을 열었다. 그는 ‘좋은 재료만 사용한다’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로 만드는 고급 요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렇다고 ‘진가’가 고급 중식당인 것은 아니다. 중식 주점을 표방하는 ‘진가’는 다양한 요리를 저렴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연복 사부는 말이 필요 없는 국민적 스타로, 그가 운영하는 서울 연희동 중식당 ‘목란’은 예약이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최근 ‘목란’ 근처에 중식 포차 ‘건일배’가 문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중식 세계를 선보이고자 이 사부가 연 곳이다.
    우리나라 중식은 1970년대 이후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요리 중심의 호텔 중식과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서비스 만두로 대변되는 저렴한 중식으로 양분된 기형적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조리법이 가장 많다는 중식의 다양성이 본격적으로 국내에서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중간대 음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4명의 사부가 이 거대한 변화에서 주역을 맡은 건 분명해 보인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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