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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 와인 포 유

와인에 꽃 피었네~ 눈과 입 즐겁게 해주는 로제 와인

와인에 꽃 피었네~ 눈과 입 즐겁게 해주는 로제 와인

위스퍼링 엔젤을 만드는 샤토 데스클랑의 프로방스 포도밭.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위스퍼링 엔젤을 만드는 샤토 데스클랑의 프로방스 포도밭.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봄이 되니 여기저기 피어난 고운 꽃에 눈이 호강이다. 봄꽃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꼽으라면 역시 로제 아닐까.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로제 와인 소비가 활발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어 육류,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로제 와인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로제가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로제 와인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그런 방식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일반 로제 와인은 반드시 적포도로 만들어야 한다. 적포도를 으깨 발효통에 담고 짧게는 6시간, 길게는 72시간 안에 포도껍질을 들어낸다. 포도껍질과 포도즙의 접촉 시간이 짧기에 분홍빛을 띠고 떫은맛이 나는 타닌도 적다. 이 봄에 마시기 좋은 로제 와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아한 풍미 자랑하는 프랑스 로제

베리 브라더스 앤드 러드의 프로방스 로제, 마레농의 페툴라 로제, 라 샤펠 고르돈 로제, 위스퍼링 엔젤, 바이 오뜨 로제, 이 기갈의 타벨 로제, 엠 샤푸티에의 보르부아 타벨 로제. (왼쪽부터)

베리 브라더스 앤드 러드의 프로방스 로제, 마레농의 페툴라 로제, 라 샤펠 고르돈 로제, 위스퍼링 엔젤, 바이 오뜨 로제, 이 기갈의 타벨 로제, 엠 샤푸티에의 보르부아 타벨 로제. (왼쪽부터)

전 세계 로제 와인의 3분의 1은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특히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Provence) 지방은 세계 최대 로제 와인 산지다. 프로방스 로제는 연한 살구색을 띠고, 과일향이 상큼하며, 은은한 꽃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로제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풍미가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베리 브라더스 앤드 러드(Berry Bros & Rudd)’ 와이너리의 프로방스 로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면에서 으뜸이다. 영국 왕실 와인 납품사인 BBR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생산된 이 와인은 크랜베리, 라즈베리 등 베리향이 신선하고 꽃향과 향신료향의 조화가 섬세하다. 1만8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봄철 뤼베롱의 포도밭 풍경.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봄철 뤼베롱의 포도밭 풍경. [사진 제공 · 나라셀라]

또 다른 와이너리 ‘마레농(Marrenon)’ ‘페툴라(Petula)’는 프로방스 북부 뤼베롱(Luberon)에서 생산된 로제다. 뤼베롱은 자연이 아름답고 청정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신선한 붉은 베리, 망고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질감이 탄탄하다. 가격은 4만 원대. 



‘라 샤펠 고르돈(La Chapelle Gordonne)’ 로제는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과일향이 산뜻하고 꽃향과 미네랄향이 고급스럽다. 딸기 셔벗의 상큼함이 오래 맴돈다. 가격은 5만 원대. 

‘위스퍼링 엔젤(Whispering Angel)’은 와인 평론가들이 반드시 마셔봐야 할 로제로 손꼽을 정도로 전 세계 로제 붐을 주도한 와인이다. 깔끔한 과일향과 은은한 장미향이 매력적이며 질감이 실크처럼 매끄럽다. 가격은 6만 원대. 

‘바이 오뜨(By Ott)’는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도멘 오뜨’가 만드는 로제다. 오뜨 로제는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를 비롯해 조지 클루니, 샤론 스톤 등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로제 와인 중의 스타’라고도 부른다. 풍부한 과일향과 산뜻한 신맛의 조화가 아름답고 향신료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가격은 6만 원대. 

강건한 스타일을 찾는다면 타벨(Tavel) 로제를 주목해보자. 타벨은 프로방스에서 서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론(Rhone) 지방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프로방스에 비해 포도즙과 포도껍질의 접촉 시간을 길게 해 선홍빛이 강렬한 로제 와인을 만든다. 루이 14세와 역대 교황들이 좋아해 ‘왕을 위한 로제’ 또는 ‘로제 와인 중의 왕’으로 불린다. 헤밍웨이와 발자크도 타벨 로제 애호가로 유명하다. 타벨 로제는 레드 와인처럼 오래 묵힐 수 있고 육류와도 잘 맞는다. ‘이 기갈(E. Guigal)’의 타벨 로제는 신선한 베리향과 섬세한 꽃향의 조화가 아름답고 맛이 부드럽다. 가격은 3만 원대. 

‘엠 샤푸티에(M. Chapoutier)’의 ‘보르부아(Beaurevoir)’는 포도 품종 가운데 그르나슈(Grenache) 품종 100%로 만들어 체리, 석류 등 과일향이 진하고 질감이 탄탄하다. 눈을 감고 마시면 가벼운 레드 와인 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7만 원대.


달콤한 미국·이탈리아·칠레 로제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우드브리지 화이트 진판델, 빌라 엠 로제, 엠 로제, 몬테스의 슈럽. (왼쪽부터)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우드브리지 화이트 진판델, 빌라 엠 로제, 엠 로제, 몬테스의 슈럽. (왼쪽부터)

달콤한 로제를 선호한다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 좋은 선택이다. 화이트 진판델은 실수로 탄생한 와인이다. 원래 진판델로는 레드 와인만 만들었는데,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발효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도껍질에서 색이 충분히 빠지지 않아 와인이 분홍색이 되고 알코올로 다 변하지 못한 잔당으로 단맛이 났지만, 오히려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볍게 소풍을 나가 김밥이나 샌드위치와 즐기기에는 화이트 진판델이 그만이다. ‘베린저(Beringer)’ 화이트 진판델은 미국에서 화이트 진판델 가운데 판매 1위를 달리는 와인이다. 딸기향이 달콤하고 열대과일향이 풍부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격은 1만 원대. ‘우드브리지(Woodbridge)’ 화이트 진판델은 나파 밸리의 명장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에서 만든 로제다. 오렌지, 수박, 체리 등 과일향이 다채롭고 질감이 부드럽다. 가격은 3만 원대다. 

이탈리아와 칠레도 최근 주요 로제 와인 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모스카토(Moscato)와 브라케토(Brachetto) 같은 향긋한 품종으로 달콤하고 기포가 살짝 느껴지는 로제를 만들어 인기다. 대표적으로 ‘빌라 엠(Villa M)’이 있다. 이 로제는 싱싱한 베리향과 향긋한 꽃향의 조화가 매혹적이다. 빌라 엠 로제 500만 병 판매를 기념해 출시된 ‘엠 로제’도 사랑스럽다. 산딸기의 상큼함이 가득하고 달콤한 꿀향이 여운으로 맴돈다. 엠 로제는 1만 원대, 빌라 엠 로제는 2만 원대다. 

칠레산 로제 와인으로는 ‘몬테스(Motes)’가 만든 ‘슈럽(Cherub)’을 추천할 만하다. 슈럽은 묵직한 레드 와인 품종인 시라(Syrah)로 만들어 구조감이 탄탄하다. 라즈베리, 석류 등 신선한 과일향과 은은한 장미향의 조화도 고급스럽다. 샐러드처럼 가벼운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파스타나 육류에 곁들여도 좋다. 가격은 3만 원대다. 

봄꽃 한 송이를 놓아 식탁을 장식하고 로제 와인 한 잔 기울여보자. 봄이 하나 가득 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주간동아 2019.03.22 1181호 (p74~76)

  •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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