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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해외시장부터 공략한 뮤지션들의 눈부신 약진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을 결산하며

해외시장부터 공략한 뮤지션들의 눈부신 약진

방탄소년단 [사진 제공 · 스포츠서울]

방탄소년단 [사진 제공 · 스포츠서울]

2월 2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열여섯 번째를 맞이한 이 시상식의 결과는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를 축소해 펼쳐놓은 정원과 같았다. 양희은과 방탄소년단(BTS), 장필순과 공중도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이벤트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인기와 판매량이 주를 이루는 여타 시상식과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이 16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인이다. 

이번 시상식이 더욱 특별했던 건 대리수상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참가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수상하지 못한 후보자들은 다른 동료들의 기쁨을 함께 축하했으며, 수상한 후보자들도 인상적인 소감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진정한 음악인의 잔치임을 입증했다. 


장필순 [ⓒ페이지터너]

장필순 [ⓒ페이지터너]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팝(노래)’ 3관왕에 오른 방탄소년단과 ‘올해의 음반’ ‘최우수 팝(음반)’ 2관왕이 된 장필순, 그리고 공로상을 받은 양희은을 제외한다면 이른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 결과는 한국 대중음악 현재의 지향점과 성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목록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중 여러 팀이 한국의 전문가뿐 아니라 해외시장과 평단으로부터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음악인이 국내 기성 언론의 인정을 받는 길은 해외시장에서 성공이 가장 빠르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 음악시장을 정복하며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가 되지 못했다면 국내 기성 미디어에서 그들을 이토록 주목했을까. 윤하가 예언했고 소녀시대가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은 그 화룡점정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뮤지션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어떤 팀들일까.


부산을 거점으로 유럽 무대 두드리는 세이수미

세이수미 [동아DB]

세이수미 [동아DB]

‘모던록’ 음반과 노래에서 2관왕에 오른 세이수미는 시상식이 끝난 후 소셜미디어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음악을 위해서 서울로 가는 것이 답처럼 되어버린 지금 지방에도 많은 분들이 힘겹게 음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 모든 분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음악으로 인해 생계에 위협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산 출신인 그들은 2012년 결성돼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산은 서울, 인천과 더불어 한국 록을 삼분했지만 2000년대 이후 피아, 레이니썬 등 부산을 대표하던 팀들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서울로 진출했고, KTX를 비롯한 교통의 획기적 발달로 부산의 음악 팬들이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음악을 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친구들은 어떻게든 서울로 올라가고, 지역에 남은 팀들은 일종의 패배 의식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이수미는 2013년 데뷔 앨범을 낸 후에도 계속 부산에서 활동했다. 스케줄이 잡힐 때만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인디 신이 침체해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근거지를 서울로 옮길 필요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기라도 한 듯 영어로 노래하는 세이수미를 주목한 건 영국을 비롯한 서구의 인디 팝 시장이었다. 2016년 즈음 영국 인디 레이블과 계약해 현지 투어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음악 웹진 ‘피치포크’에 리뷰가 실리고, 엘튼 존이 자신의 라디오에서 세이수미의 음악을 집중 소개하기도 했다. 1960년대 스키플 사운드와 서프 팝, 그리고 1990년대 미국 인디 록의 전성시대를 연상케 하는 세이수미의 음악이 ‘원산지’에서도 그대로 먹힌 것이다. 그 결과 세이수미는 현재 매년 유럽 투어를 하며 해외 활동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 됐다.


일본시장부터 파고든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사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메탈&하드코어’ 음반의 주인공이 된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도 다르지 않다. 헤비메탈, 특히 블랙메탈계에서 한국은 불모지 자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활동하는 팀도 손에 꼽히고 애호가는 더욱 그렇다. 시장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네 번째 앨범 ‘THE LORD OV SHADOWS’로 평단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말 그대로 ‘세계적인’ 음악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금의 타협도 없되, 사운드와 스케일 모두에서 한국 헤비메탈의 약진을 이끌어냈다. 10여 년간 구상해온 내용을 현실에서 재현했다. 

이럴 수 있었던 건 그들 역시 주 타깃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잡았기 때문이다. 매년 일본에서 투어를 펼쳤을 뿐 아니라, 이번 앨범의 첫 공연 장소 역시 일본이었다. 세계 2위 음악시장답게 일본은 장르 음악 수요도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르 음악이야말로 ‘국적’보다 음악의 ‘내용’ 자체가 중시되기에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불모지인 한국시장을 향한 공허한 외침이 아닌, 그 외침에 공명하는 지점이 다른 것이다. ‘랩&힙합’ 노래를 수상한 XXX,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을 수상한 공중도둑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 대중음악이 더는 내수용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업적 성과, 즉 음악인의 경제적 만족도와 별개로 초연결시대의 음악에서 국적은 이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다국적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를 통해 노출도가 높아졌고, 국내에 비해 열려 있는 해외 케이팝(K-pop) 팬은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뮤지션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자기만족과 욕망에 충실한 음악이 그에 합당한 결과물로 등장할 때, 예전보다 더 강력한 리액션을 거둘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더욱더 양질의 음악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렇다면 남은 건 무엇일까. 하나다. 음원 차트를 비롯한 국내시장의 혁신이다. 더 많은 음악이 더 많은 이에게 노출되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장 말이다.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이 던진 화두다.






주간동아 2019.03.01 1178호 (p78~79)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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