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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잠재력 ‘3대장’, 벤투호 오르나?

대표팀 합류 가능성 높은 유망주 3인 백승호, 정우영, 이강인

한국 축구 잠재력 ‘3대장’, 벤투호 오르나?

3월 한국 축구는 다시 출발한다. 지난해 새로운 수장을 구했으나, 아직 제대로 된 판을 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부임 직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위해 종전의 구성 요소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는 다르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라는 궁극적 목표로 나아간다. 동시에 벤투 체제를 평가할 수 있는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황금세대’의 주축이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새롭게 스타트 라인에 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인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연령대는 1990년대 중·후반생까지 내려왔다. 아시안컵 대비 훈련 명단에 들었던 1996년생 한승규, 1999년생 조영욱이 그 예다. 

추가로 거론되는 이도 꽤 많다. 스페인의 백승호와 이강인, 독일의 정우영이 대표적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인 이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짊어질 새로운 얼굴이 될 수 있을까. 혹자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단,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험담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힌 건 잘해서가 아니다. 장래성 덕분에 발탁됐고, 석 달 만에 골 맛을 보니 자신감이 확 붙더라.” 전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순 나이보다 기량 및 잠재력으로 평가해야 한다.


백승호
1997년생/ 지로나 FC/ MF/ 2019년 1월 데뷔
백승호 [지로나 FC 홈페이지]

백승호 [지로나 FC 홈페이지]

백승호가 대한축구협회 주관 청소년대표팀과 처음 연을 맺은 건 2014년 6월 만 17세 때다. 그는 AFC U-19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팀에 합류했다. 당시 백승호는 두 살 많은 형들 틈바구니에서 월반을 노렸다. 이듬해 열릴 2015 U-20 월드컵을 겨냥한 것. 그 전엔 대표팀 합류가 어려웠다. FC 바르셀로나가 잘 키우고 있는 선수를 내줄 이유가 없었고, 고작 청소년대표팀 차출 때문에 장거리 비행을 감수하기도 쉽지 않았다. 

여기엔 백승호가 처한 특수성도 있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만 18세 미만 외국인 선수 영입 금지’ 조항에 묶인 것. 백승호는 3년간 소속팀 공식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이는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먼저 밝은 면. AFC U-19 챔피언십은 바르셀로나가 응해야 할 강제 조항이 없는 대회였다. 하지만 소속팀은 백승호의 한국행에 선뜻 동조했는데, 어차피 실전에 쓰지 못할 선수를 잡아두기보다 자국으로 보내 조금이라도 뛰게 하려 했던 것이다. 반면, 어두운 면도 있었다. 실전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를 흘려보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독이 됐다. 이후에도 소속팀 출전 제한은 계속됐고, 대표팀에 어필할 기회는 날아갔다. 부상 악재도 닥쳤다. 지로나 FC로 이적한 뒤 실전 횟수를 비약적으로 늘렸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경기 직전 허벅지 뒤 근육이 찢어져 좌절했다. 

그사이 백승호의 동기뻘은 하나 둘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직후 기존 선수단에 아시아경기 금메달 멤버를 추려 넣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중도 낙마한 백승호는 논외였다. 그랬던 백승호가 몇 달도 안 돼 반등 기회를 잡았다. 지로나로 이적한 그는 지난해 말 비유럽 쿼터를 취득해 출전 자격을 갖췄고, 1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세계적으로 굵직한 팀들을 상대해 팀 내 입지도 탄탄해졌다. 최근에는 벤투 사단의 코치가 지로나 현지에 들러 백승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팀 출전 시간을 늘렸다는 근황이나 기존 대표팀 미드필더(기성용, 구자철)의 은퇴 등을 종합해봤을 때 이번이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우영
1999년생/ 바이에른 뮌헨/ FW/ 2018년 11월 데뷔
정우영 [독일 bild 홈페이지]

정우영 [독일 bild 홈페이지]

소속팀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유망주 중 정우영을 따라올 만한 인물이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적을 뒀던 박지성 이래 대한민국 국적의 축구선수 가운데 가장 큰 클럽에서 생활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리딩클럽인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수십 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도 뮌헨과 격차는 상당하다. 

그런 빅클럽이 이 어린 재능에 꽂혔다. 2017년 5월이었다. U-18 대표팀의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소집 훈련 현장에 해당 연령대 단골 멤버인 정우영이 안 보였다. 몇몇 관계자 사이에서 “독일로 테스트를 보러 갔다더라”는 소문이 살짝 돌았는데, 이후 정우영 측이 들고 온 소식은 뮌헨 입단이라는 빅뉴스였다. 정우영은 대건고에서 남은 학기를 마무리한 뒤 지난해 1월 현지로 넘어갔다. 뮌헨을 포함해 독일 축구클럽들이 상업성과 다소 거리가 있음을 고려하면 ‘마케팅용’으로 깎아내릴 근거도 부족했다. 

정우영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뮌헨 내부에서 엄청난 평가를 받았고, 만 20세도 안 돼 1군 일정에 동행했다. 지난해 11월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SL 벤피카와 일전에 교체 투입돼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아르연 로번과 프랑크 리베리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로부터 과외를 받으며 커나갔다. 그 성장세가 무척이나 빨라 개인적으로도 많이 놀랐던 선수다. 최근에는 2군 경기 해트트릭으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U-20 월드컵 연령대에 해당하지만 어느새 성인 대표팀의 핵심 멤버가 됐다.


이강인
2001년생/ 발렌시아 CF/ MF/ 2018년 10월 데뷔
이강인 [발렌시아 CF 홈페이지]

이강인 [발렌시아 CF 홈페이지]

축구에서 말하는 천재성을 ‘번뜩임’으로 규정한다면 이강인만 한 이가 있을까 싶다. 한국 축구선수 전 연령대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것이다. 발렌시아 CF도 이런 영재를 각별하게 여겼다. 지난해 재계약 당시 만 17세로 2군 신분인 그에게 1군 훈련 합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1군 경기 출전까지는 보장받지 못했으나, 이강인 스스로 쟁취했다. 10월 코파 델 레이 FC 로잔과 경기에서 데뷔했고, 이후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최근에 행정상 절차로 부침을 겪었다. 재계약 조항에 2019년 여름 1군 승격 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이 시기를 반년 앞당겼다. 동시에 바이아웃 금액이 기존의 4배에 해당하는 8000만 유로(약 1017억 원)로 뛰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등 그동안 이강인과 얽혔던 빅클럽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함이었다. 이강인이 누리게 된 여러 대우도 한층 향상됐다. 단, 여기엔 함정도 있다. ‘1군으로 올라간 선수는 2군으로 다시 내려갈 수 없다’는 것. 즉 이강인은 더는 2군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됐다. 아직은 완전한 1군 멤버가 아닌 터라 매 경기 출전하길 기대할 수도 없다. 소속팀에서 입지가 모호해진 이강인을 오히려 대표팀에서 불러 기회를 제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이들을 완성형으로 치켜세워서는 곤란하다. 냉혹한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증명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이번 시즌에 데뷔했다고는 하나, 아직 1군 경기 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 벤치에조차 앉지 못할 때도 있다. 단, 잠재 가치를 보고 투자하려면 지금이 적기다. 10대 후반에 발탁된 기성용과 구자철 등이 지난 10년간 대표팀을 책임졌듯, 다음 세대를 내다보고 키워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9.03.01 1178호 (p73~75)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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