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7

2019.02.22

특집 | 15초 세상, 틱톡

10대부터 엄빠까지, 틱톡으로 논다

부담 없이 찍고 편집할 수 있어 인기…수익 구조 없어 한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2-25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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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톡은 최근 10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같이 즐기는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 홈페이지 화면 캡처]

    틱톡은 최근 10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같이 즐기는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 홈페이지 화면 캡처]

    글로벌 쇼트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을 모른다면 30대 이상일 확률이 높다. 틱톡은 10대의 놀이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5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흥미를 끌 만한 영상을 다양한 배경음악과 편집 기능으로 꾸며 올리면 사용자끼리 ‘좋아요’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소통하는 방식이다. 유튜브에 비해 가입 절차가 간단하고 인터페이스도 단순해 ‘유딩’(유치원생)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틱톡의 전신은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에서 출시한 동영상 공유 앱 ‘도우인(抖音)’이다. 2016년 9월 정식 출시된 이후 중국 앱스토어에서 무료 부문 다운로드 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 끌게 된 것은 2017년 미국에서 바이트댄스 영상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던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지난해 8월 두 앱은 틱톡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앱으로 통합됐고,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후 틱톡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 같은 대도시에 지사를 두고 사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1분기 유튜브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에 이름을 올렸다. 9월에는 미국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뒤로하고 월간 다운로드 건수 1위를 기록했다. 현재 150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8억 건에 달한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8억 건

    일상생활 공간에서 가볍게 촬영한 댄스 영상, 코믹 영상을 틱톡 추천에서 주로 볼 수 있다. [틱톡 화면 캡처]

    일상생활 공간에서 가볍게 촬영한 댄스 영상, 코믹 영상을 틱톡 추천에서 주로 볼 수 있다. [틱톡 화면 캡처]

    한국에서는 2017년 11월 정식 서비스됐다. 출범 당시 경쟁 매체라 할 수 있는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대량으로 광고해 인지도를 높였다. 앱 광고를 수없이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인기 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틱톡 사용자 수가 2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고 최근 들어 10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용자와 전문가 모두 틱톡의 편의성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동영상 제작사 ‘비디오편의점’의 정성은 대표는 “제대로 된 동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시간과 비용이 한정 없이 들어간다. 가령 5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도 구상을 철저히 했다면 촬영만 최소 30분, 편집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 만약 시간의 흐름을 보여줘야 하는 영상이라면 촬영과 편집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건 다반사다. 반면 15초짜리 영상을 올리는 틱톡은 촬영 시간이 짧고 편집 툴도 기본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일반인에게 진입 장벽이 낮다”고 평가했다. 



    촬영 주제를 딱히 고민할 필요 없다는 점도 인기 원인이다. 유튜브의 경우 채널을 운영하려면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나 채널의 대표 카테고리가 명확해야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 게임, 먹방, 뷰티, 리뷰 등 주제가 분명할수록 구독자가 늘기 마련이다. 반면 틱톡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춤이나 챌린지를 따라 하면서 해시태그(#)만 걸어두면 추천 영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영상이 재미있거나 눈에 띄면 ‘좋아요’ 하트를 많이 받게 되고, 팔로어를 늘릴 수도 있다. 

    틱톡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간단한 댄스 영상이다. 틱톡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배경음악에 따라 유행하는 인싸춤을 춘 영상이 주를 이룬다. 틱톡에서 ‘인싸춤’으로 검색하면 오나나나 댄스, 베이비샤크 댄스, 주짜짜 댄스 같은 영상이 무수히 뜬다. 그럴 듯한 퀄리티의 영상보다 학교 운동장이나 교실, 집 거실이나 안방, 사무실 등과 같이 일상생활 공간에서 편하게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몸매나 얼굴을 자랑하는 영상, 화장 전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 영상, 배경음악에 입을 맞춰 더빙한 영상, 스포츠 영상, 생활 ‘꿀팁’ 영상, 요리 영상 등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틱톡의 여러 인기 원인 가운데 챌린지 이벤트도 꼽힌다. 최근에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코팡팡 챌린지’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사진 제공 ·  틱톡코리아]

    틱톡의 여러 인기 원인 가운데 챌린지 이벤트도 꼽힌다. 최근에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코팡팡 챌린지’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사진 제공 · 틱톡코리아]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자 틱톡에서도 자체적으로 시즌별 챌린지를 제시한다. 최근에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코팡팡 챌린지’를 진행했다. 촬영 모드에서 초코팡팡 챌린지를 선택하면 초콜릿 스티커가 뜨고 사용자가 이를 먹으면 점수가 올라가는 식으로 찍을 수 있다. 하트를 먹으면 입이 커지고, 폭탄을 먹으면 터지는 신기한 화면 효과도 갖춰 많은 이가 참여했다.

    자기 어필 즐기는 이와 궁합 맞아

    틱톡이 가진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다. 틱톡 추천 영상을 보면 교복 입은 10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30세대보다 10대 사용자가 두드러지는 데는 ‘자기 어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은 “청소년기 또래집단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다. 틱톡은 세로 기반의 동영상 앱으로 개인의 셀카나 몸매 같은 요소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끼를 발산하는 창구가 필요한 10대에게 틱톡은 하나의 무대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자기 어필을 즐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가 틱톡으로 유입되고 있다. 아들이 엄마의 댄스 영상을, 남편이 아내의 코믹 영상을, 직원들이 단체로 춘 댄스 영상을 올리는 등 사용자 연령대뿐 아니라 직업군도 다채로워지는 추세다. 보통은 10대가 자기 계정에 부모나 조부모, 동생, 조카 등 가족 구성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미로운 댄스 영상, 코믹 영상을 올리는 것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기존 틱톡 사용자로부터 앱을 소개받은 이들 역시 흥미를 느끼고 거부감 없이 즐기는 경우가 많다. 

    틱톡 사용자 확대의 또 다른 배경에는 이종석, 선미, 차은우 같은 인기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 마케팅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각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툴을 제공하는 틱톡의 기술력이 한몫했다. 틱톡코리아 측은 “사용자들이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편집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좋아요’ 하트를 준 영상물의 개인 선호도를 집계해 그에 기반한 영상 추천 및 큐레이션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또 우수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원하는 경우 홍보에 참여하게 하며, 성장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팔로어가 아무리 늘어도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유튜브는 팔로어 수, 동영상 조회수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을 분배한다. 그러나 틱톡은 크리에이터 영상물에 광고를 붙이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수익 분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개인의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데 최적화된 인스타그램의 한계와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2년 전부터 광고를 개인 창작물에 붙이는 대신,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AI로 광고 계정을 노출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 틱톡에서도 일부 추천 영상에 광고를 넣고 있다. 게임 앱, 영어회화 앱, 부동산중개 앱 등이 ‘광고’라는 표시와 함께 노출된다. 이외 기업들은 자체 틱톡 계정을 개설해 홍보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새 학기를 맞아 SK텔레콤은 ‘반값송’을 만들어 틱톡커들이 따라 부르고 춤춘 영상을 올리면 휴대전화요금을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옐언니’도 ‘반값송’을 올렸다. 또 연예 기획사들도 자사 연예인의 홍보 수단으로 계정을 만든다. 블랙핑크, 홍진영 같은 이가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향후 수익모델 구축에 대해 틱톡코리아 측에 문의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받기 어려웠다. 틱톡코리아 측은 “수익 구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현재 정확하게 정해진 영업 방침은 없다.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지도를 높이며 급속히 확산 중이지만 틱톡의 발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과거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같은 플랫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사용자들이 대거 옮겨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적잖았다. 틱톡 역시 한때 반짝 유행하다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발전 가능성 두고 의견 분분

    틱톡은 최근 이종석, 선미 같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틱톡 광고 캡처]

    틱톡은 최근 이종석, 선미 같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틱톡 광고 캡처]

    사용자는 대체로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댄서소나’ 김솔아 씨는 “틱톡이 과거 싸이월드와 같이 모두가 알 만한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5명 중 1명은 써야 유명 앱이라 할 수 있는데 10대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는 한 반에 네댓 명가량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한국 서비스 3년 차에 접어든 만큼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틱톡은 긴 동영상을 만드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진희 다이아TV MCN글로벌 팀장은 “틱톡은 컴퓨터 화면보다 모바일 화면에서 소비되는 빠르고 짧은 콘텐츠로 구성돼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 면에서 돋보인다. 또한 사용자가 미션을 수행하듯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멀티플랫폼이라 인기가 많다. 여러 크리에이터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틱톡의 여러 한계 때문에 발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들도 있다. 배철순 소장은 “틱톡의 성격을 보면 트위터의 140자 제한, 유튜브의 짤방, 스냅챗의 화면 기능 같은 요소를 적절히 섞어놓았다. 거기에 중국 기업의 자본력이 밑바탕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말하자면 유튜브의 마이너 영역을 떼어놓은 것과도 같은데, 지금은 신선할 수 있다. 그러나 유행이 지나고도 계속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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