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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그윽한 老맨스의 불확실한 확신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윽한 老맨스의 불확실한 확신

[사진 제공 · ㈜나인스토리]

[사진 제공 · ㈜나인스토리]

나이가 들어도 사랑이란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성숙하게 무르익을 뿐이다.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가다가도 사랑이란 설렘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등장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갑자기 찾아온 노년의 색다른 사랑을 다룬 연극 한 편이 한창 공연 중이다. 청춘의 사랑과는 달리 노년의 사랑은 고려해야 할 과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건강이라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불투명한 미래가 항상 두렵다. 

무뚝뚝한 고집쟁이 우유배달원 김만석(이순재·박인환 분)은 폐지 줍는 송이뿐(손숙·정영숙 분)을 보고는 한눈에 반해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흑기사처럼 나타난다. 그는 전형적인 우리네 어르신으로 달콤한 사랑 표현에 서툴다. 무심한 듯 이뿐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러나 결심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그는 마치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연애 고수처럼 머뭇거리다 불현듯 사라지고 만다. 반면, 같은 동네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이문수·신철진 분)은 치매를 앓는 부인 조순이(연운경·박혜진 분)를 살뜰하게 보살핀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그들은 의연하게 사랑의 귀결을 선택한다. 


[사진 제공 · ㈜나인스토리]

[사진 제공 · ㈜나인스토리]

원작인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2007)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15만 부라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영화(2011)와 TV 드라마(2012)로도 제작됐다. 주인공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에 이어 연극에도 ‘김만석’ 역할을 맡아 각기 다른 세 장르에 출연하는 새로운 이력을 세웠다. 이해제 연출은 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답게 평범한 인물들의 특별한 사랑을 눈물겹게 담아 더욱 생생한 감동을 자아낸다. 

만석은 평생 고생만 하다 먼저 떠난 아내에게 미안해 차마 이뿐에게 ‘당신’이란 호칭을 붙이지 못한다. 그 대신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방식대로 서로를 사랑한다. 



이들이 그리는 사랑이 풋풋하고 생기발랄하지 않아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공평하게 늙는다. 이는 100세 시대를 맞아 확장되는 사랑의 또 다른 유형이다. 비록 사랑이 맺어지지 않을지라도,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차고 비는 달처럼 그윽한 사랑의 귀결을 담담하게 선사한다.






주간동아 2019.01.04 1171호 (p80~80)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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