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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AI 신약 개발이 미래다 ③

우리나라에서 AI 신약 개발 성공하려면?

데이터 확보, AI 기술 인재 확충, 정부 지원 등 필요

우리나라에서 AI 신약 개발 성공하려면?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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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바둑 기사 9단을 4승 1패로 이겼을 때 인공지능(AI)의 범접할 수 없는 효용성이 입증됐다.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이롭게 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어디에 활용해야 모두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까. 이에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신약 개발이다.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하나가 탄생하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 블록버스터급이 아니더라도 약효를 인정받는 신약 1개를 개발하기까지 통상 10~15년이 걸린다.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비 통계를 살펴보면 신약 1개 개발에 한 해 10조 원씩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와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인공지능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 수십 명이 수개월 동안 1000여 편의 논문을 읽어야 겨우 10여 개 찾아낼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단 하루 만에 찾아내기도 한다. 국내외 제약업계가 인공지능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AI 신약 개발,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

인공지능은 큰 범주에서 머신러닝에 속한다. 그 가운데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신경망을 이용하는 머신러닝이 있다. 딥러닝은 여러 비선형 변환 기법의 조합을 통해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시도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집합이다. 쉽게 말해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게 가르치는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딥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학습이다. 알파고 사례에서 보듯이 일련의 보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학습된 인공지능은 일정 횟수의 경험을 축적해 승리를 도출한다. 2014년 구글의 인공지능 ‘딥마인드’는 클래식 게임 아타리의 ‘벽돌깨기’를 아무 사전지식 없이 화면만 보고 4시간 동안 학습해 완벽하게 승리하기도 했다. 



이런 학습과정은 신약 개발에서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의 세부과정은 정보 탐색, 신약 설계, 표적 발견, 전 임상시험 설계, 임상시험, 스마트 약물 감시, 계량 약리학, 신약 개발 의사결정 등으로 나뉘는데 딥러닝은 모든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이미 2016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은 실험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신약 개발 주기에 맞게 활용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인공지능업체는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인지컴퓨팅 시스템의 대명사로 꼽히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테바 등과 손잡고 신약 개발에 나섰다. 영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는 얀센,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아톰와이즈(AtomWise)는 머크, MSD와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2017년부터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신약 개발에 돌입했다. 다케다약품공업, 시오노기제약 등 제약업체와 후지쯔, NEC 등 정보기술(IT) 기업 50여 개가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교토대 등과 함께 신약 관련 인공지능의 공동개발에 착수한 것. 이들은 각 기업과 연구소, 대학에서 선발한 연구자 100여 명을 모아 신약 개발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다.


딥러닝 위해 데이터 수집 급선무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별 제약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미국 IT 기업 메디데이터와 협력해 임상시험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도입했고, CJ헬스케어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 신테카바이오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자체적으로 산하 C&C신약연구소에서 300여 종의 암세포 유전 정보에 기반을 둔 플랫폼 ‘클로버(CLOVER)’를 개발해 9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대웅제약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약을 맺고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결합한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인공지능 신약 개발 속도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제약사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으느냐다. 인공지능 기술은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데이터를 최대한 모아야 학습할 근거도 충분해질뿐더러 양질의 결과도 도출할 수 있다. 주철휘 세종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지난해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전반적으로 ‘데이터 확보’를 시급한 사안으로 꼽았다. 신약과 관련된 여러 국내 데이터뿐 아니라 공개된 글로벌 데이터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탄생을 기대하려면 데이터 수집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공지능 신약 개발은 제약회사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와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개발자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산하에 연구소를 만들어 머신러닝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가 더러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려면 인공지능 전문기업의 딥러닝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사 머신러닝뿐 아니라 여러 인공지능 기업과 신약 개발 전 단계에 걸쳐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제약사와 인공지능 기업의 효과적인 협업을 위한 토대 마련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을 설립해 1차 17개사, 2차 7개사 등 총 24개 제약사의 연구자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동아광장의견 수렴을 통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하고 있다. 

또 한국연구재단에서 지난해 6월부터 1년 반 동안 시범사업으로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연구로 축적된 국내 데이터를 활용하고 한국화합물은행 보유 데이터 등을 모아 딥러닝을 통해 표준화한 뒤 분석, 시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 정보 오픈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도 목표다.


AI 스타트업 괄목 성장, 인재 양성으로 도약 필요

2018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8’에 국내외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2018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8’에 국내외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국내 제약업계와 인공지능 기술 업계는 협업을 위해 양측의 메커니즘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주철휘 교수는 “인공지능을 잘 아는 사람이 신약 개발을 배우는 게 빠른지, 아니면 그 반대가 빠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실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도 전문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고민하는 것이 어떤 전문기관이든 주도적으로 관련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 주체 간 협력을 통해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양성이 뒷받침된다면 인공지능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2~3년 새 국내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근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탠다임, 신테카바이오 등 신약 개발에 특화한 인공지능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스탠다임은 지난해 1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4회 국제 파트너링 콘퍼런스 바이오 유럽’에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신약 후보선도물질 최적화 서비스인 ‘스탠다임 베스트(Standigm BEtter STructure)’를 선보였다. 그동안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37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탠다임이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눈앞에 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신테카바이오 역시 지난해 5월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 KDB산업은행 등 5개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정밀의료 신약 개발 모델의 임상검증 자금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신약 개발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지만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국가 지원도 필수다. 일본의 경우 2017년 3월 인공지능 기술을 3년 안에 전 산업에 걸쳐 상용화하고자 3단계 로드맵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산·학·연·관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3년 안에 인공지능 기술로 개발한 신약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 차원 지원으로 제약강국 육성해야

우리나라에서 AI 신약 개발 성공하려면?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2012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에 따라 이행하고 있다. 2017년 수립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제약산업 일자리를 14만 개 창출하고 글로벌 신약도 17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표 참조). 

지난해 3월 열린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공지능’ 세미나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해 5년, 10년 후에는 세계적 의약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중기예산에 반영해 인공지능 신약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국내 제약사, 인공지능 기술 기업, 정부 기관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외에서도 인공지능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모도르인텔리전스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 ‘생명과학시장에서의 글로벌 인공지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생명과학시장에서 1.7% 점유율을 보이는데 2025년에는 5%까지 성장하고 1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부와 산업계, 외국인 투자자 등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해 전체 약물 개발 과정을 다루는 기술이전을 도입하고자 9억 달러(약 1조16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기금 조성을 앞두고 있는 점도 글로벌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생명과학 분야 전반에 혁신 기술 채택을 늘리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신약 개발 과정을 간소화하고자 AI 플랫폼 구매를 위한 공동 TF팀을 만든 것도 조명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 이후 진행될 신약 개발 산업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그린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고, 시간은 단축하며, 확률을 높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적합한 콘셉트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공지능 신약 개발 연구인력이 화이자 연구원의 몇 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인력이 뛰어난 만큼,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발 빠르게 도입한다면 빅파마(대형제약사)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국내 제약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19.01.04 1171호 (p40~43)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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