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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시네똑똑

‘올바름’을 빼고 ‘열심히’면 됐던 시대의 초상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

‘올바름’을 빼고 ‘열심히’면 됐던 시대의 초상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명실상부한 ‘국민’배우 송강호의 만남만으로도 거대한 기대를 낳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복수심에 불타던 악당이 사회 정의 구현을 선택하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결말임에도 충실하게 논리를 쌓아올려 카타르시스를 줬던 전작 ‘내부자들’로 확립된 우민호표 누아르 스릴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지켜보고 싶은 팬이 많을 것이다. 

‘마약왕’은 1970년대 마약을 제조하고 일본에 수출해 부를 쌓아올린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갱스터 누아르다. 마약이라는 소재 자체가 폭발력을 가진 데다, ‘1987’이나 ‘공작’처럼 과거를 반추하는 복고풍 영화의 연이은 성공에 기대는 바도 있다. 게다가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휴머니즘 진한 연기로 관객을 울렸던 송강호가 이번에는 광기 어린 인물이 돼 보여줄 연기의 향연이 궁금할 터다.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영화는 유신헌법이 발효된 1972년부터 박정희 서거 이후 ‘서울의 봄’이 펼쳐진 1980년까지 대략 8년간 마약을 제조하다 체포된 한 남자를 쫓는다.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라고 우기는 이두삼(송강호 분)은 처음에는 밀수에 가담했다 직접 마약을 제조하기 시작한다. 그는 영특한 머리와 재빠른 처세술, 그리고 돈다발로 마약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조폭과 세관 공무원들을 사로잡아 단숨에 마약왕 자리에 오른다. 국내에도 형성된 마약시장으로 세상은 어지러워지고, 승승장구하는 이두삼을 주시하는 검사 김인구(조정석 분)가 움직이면서 이두삼의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1970년대 마약 제조와 수출이 어떻게 안정적인 산업이 됐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과 다큐멘터리 클립으로 시작해 이두삼 개인의 삶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유신 선언으로 절대 권력을 누리던 박정희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여정에 이두삼의 성공과 몰락이 맞물리며 서사가 진행된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는 이두삼을 비이성과 부조리한 사회가 낳은 하나의 상징물로 놓는다. 

전작에서 보여줬듯이 우민호 감독은 온갖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보는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인물의 무지가 결합해 생긴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을 통해 영화를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진지하고 장중한 누아르와 헛웃음 짓게 하는 블랙코미디의 아이러니한 조화가 그의 영화가 주는 남다른 재미다.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마약왕’은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블랙코미디의 조화를 더 크고, 더 야심차게 시도한다. 박정희의 시대와 이두삼의 삶을 공명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엮여 잘 맞물리지 않는다. 또한 마약 때문에 모두 피해자가 됐다는 설정으로 피해자-가해자 구도가 흐려지면서 누아르 장르 특유의 카타르시스도 빛이 바랬다. 

관객이 동화될 인물 없이 이두삼으로 분한 송강호의 다채로운 연기의 향연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영화 전체를 채워나간다. 빈틈과 결함을 메우는 신중현의 음악과 정훈희, 김정미의 목소리, 그리고 대조적으로 삽입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휘감지만 비극적 캐릭터가 남길 여운은 급하게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주간동아 2018.12.28 1170호 (p80~80)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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