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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베라 다스티의 재발견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이너리 투어기

바르베라 다스티의 재발견

바르베라 다스티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 포로 보아리오 피오 코르시. 19세기 후반 건물로 가축시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왼쪽) 바르베라 다스티 마스터 클래스 현장. [사진 제공 · 김상미]

바르베라 다스티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 포로 보아리오 피오 코르시. 19세기 후반 건물로 가축시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왼쪽) 바르베라 다스티 마스터 클래스 현장. [사진 제공 · 김상미]

아스티(Asti)의 아침은 안개로 가득했다. 아스티가 위치한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는 겨울 안개로 유명하다. 이곳 특산물인 송로버섯 축제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안개에서 향긋한 송로버섯 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12월 초 아스티 지방의 와인을 취재하고자 현지를 찾았다. 호텔 앞은 아스티와인협회가 초청한 각국 기자들로 북적였다. 이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니차 몬페라토(Nizza Monferrato)로 향했다. 니차 몬페라토는 아스티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유구한 와인 역사와 아름다운 포도밭 경관으로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우아한 복합미 뽐내는 ‘수페리오레’

피에몬테식 쇠고기 육회 요리인 
바투타 디 만초 피에몬테제와 바르베라 다스티. [사진 제공 · 김상미]

피에몬테식 쇠고기 육회 요리인 바투타 디 만초 피에몬테제와 바르베라 다스티. [사진 제공 · 김상미]

오전 일정은 이 지역의 대표 와인인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 마스터 클래스였다.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바르베라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다. 바르베라는 중세 이후 피에몬테에서 재배해온 적포도다. 아스티에서는 바르베라 다스티와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Superiore) 두 가지를 만들고 있다. 

바르베라 다스티는 9월 포도를 수확해 발효시키고 짧은 숙성을 거친 뒤 이듬해 3월 1일부터 출시하는 와인이다. 영롱한 루비 빛과 은은한 꽃향, 그리고 체리, 라즈베리, 자두 등 상큼한 과일향이 순식간에 눈과 코를 사로잡았다.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이 기분 좋게 입안을 채웠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는 최소 6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친 뒤 이듬해 11월 1일 이후 판매하는 와인이다. 응축된 과일향과 함께 향신료, 마른 허브, 바닐라, 다크초콜릿, 커피 등 다양한 향미가 우아한 복합미를 뽐냈다. 바르베라 다스티가 신선한 과일향을 맛보려고 일찍 마시는 와인이라면,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는 복합미를 즐기고자 느긋하게 기다렸다 마시는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바르베라 다스티는 한때 큰 인기를 누렸지만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와 바롤로(Barolo) 등 다른 피에몬테 와인에 밀려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에 생산자들은 1980년대부터 고급화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맛이 충실한 포도를 생산하고자 그루당 수확량을 대폭 줄였고 양조에도 최신 설비와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바르베라 다스티는 2008년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 등급인 DOCG를 획득했고, 니차 몬페라토도 와인의 탁월함이 입증돼 2014년 독자적으로 니차 DOCG를 부여받았다. 니차의 와인이 아스티의 바르베라 와인 중에서도 특등급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자 와인과 함께하는 점심식사가이어졌다. 전채요리로는 동그랗게 뭉친 쇠고기 육회에 송로버섯을 올린 피에몬테 전통 음식과 바르베라 다스티가 나왔다. 날고기의 담백함, 송로버섯의 그윽함, 바르베라 다스티의 신선한 과일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메인 요리인 리소토에는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가 곁들여졌다. 리소토의 묵직한 부드러움 위에서 수페리오레의 복합미가 춤을 추는 듯했다. 

바르베라는 다양한 음식과 잘 맞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우리 음식에 바르베라 와인을 곁들인다면 어떨까. 바르베라 다스티에는 육회나 잡채처럼 가벼운 음식이,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에는 빈대떡이나 갈비찜처럼 무게감 있는 요리가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스티의 터줏대감 ‘바바’와 ‘미켈레 키아를로’

현대적인 미술품으로 장식된 
미켈레 키아를로의 와인숙성실. (왼쪽) 바바의 와인숙성실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재즈 월 작품. [사진 제공 · 김상미]

현대적인 미술품으로 장식된 미켈레 키아를로의 와인숙성실. (왼쪽) 바바의 와인숙성실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재즈 월 작품. [사진 제공 · 김상미]

공식 일정이 끝난 뒤 바바(Bava)와 미켈레 키아를로(Michele Chiarlo)를 개인적으로 방문했다. 두 와이너리 모두 아스티의 터줏대감으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바바의 와인숙성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재즈 월(Jazz Wall)이 눈에 들어왔다. 오타비오 코파노 토리노미술학교 교수의 작품으로 바바 와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재즈라는 관점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바바의 음악 사랑은 와인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의 바르베라 와인 3종의 이름이 리베라(Libera), 스트라디바리오(Stradivario), 피아노알토(Pianoalto)다.


바바의 과거 와인과 요즘 와인들.[사진 제공 · 김상미]

바바의 과거 와인과 요즘 와인들.[사진 제공 · 김상미]

바바의 오너인 로베르토 바바는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의 진면목은 10년이 지나야 나온다며 바르베라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강조했다. 직접 맛을 보라며 그는 2001년산 스트라디바리오를 내놓았다. 17년이라는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롱한 빛깔과 탄탄한 과일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크초콜릿, 담배, 마른 허브 등 다채로운 향미는 스트라디바리오의 화려한 음색을 입으로 느끼는 듯했다. 국내에는 최신 빈티지 위주로 수입되다 보니 현지에 와야만 올드 빈티지의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기만 했다. 

한편 미켈레 키아를로는 최근 낭보를 접해 축제 분위기였다. 세계적인 와인미디어 ‘와인 인수시어스트(Wine Enthusiast)’가 선정한 2018년 100대 와인에서 이들이 만든 치프레시(Cipressi) 2015년산이 1위를 한 것이다. 치프레시는 니차 DOCG 등급의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다. 질감이 탄탄하고 검은 체리, 자두, 민트, 버섯, 가죽, 바이올렛 등 다양한 향미의 어울림이 고급스러웠다. 

미켈레 키아를로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스테파노 키아를로는 니차 DOCG 와인의 탁월한 맛과 향이 엄격한 품질관리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니차 DOCG 등급을 받으려면 포도밭이 남향이나 남서향이어야 하고 그루당 수확량도 7~8송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차 DOCG 생산자들의 협동심도 대단했다. 새 빈티지가 나오면 각 와이너리의 와인을 모두 모아 시음하고 함께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번 아스티 탐방의 가장 큰 수확은 바르베라의 재발견이었다. 한동안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던 바르베라가 이제 기지개를 켜고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느낌이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바르베라 다스티가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2018.12.21 1169호 (p76~77)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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